Q. 당연한 듯한 그의 요구, 거부감 들어요 


제 남자친구는 섹스를 할 때 펠라치오가 빠지지 않고 들어가야 할 코스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저는 비위가 약하고 편도도 잘 붓는 편이라 내키지 않거든요. 남자들이 그걸 좋아하는 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마음으로 꼭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싶어요. 저랑 하고 싶다고 했으면서 도중에 단단하게 잘 서지 않으니 입으로 해주면 될 것 같다고 말하는 것도 듣기 싫더라고요. 저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삽입을 하기 위한 몸으로서 저를 다루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제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건가요?

 


A. 꼭 관계 직전에 할 필요는 없어요.


저는 꽤 오랫동안 페니스포비아를 극복하지 못해 몸 속에 들어오는 그것을 똑바로 응시하거나 제대로 만질 수도 없었어요. 그러니 펠라치오 역시 거북스럽고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죠. 하지만 소위 야동이라고 불리는 AV 몇 편만 살펴보아도 정말이지 펠라치오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더군요. 보편적인 남자들의 엄청난 로망인 것이죠.

 

그러니 애인을 즐겁게 해주고 싶단 생각에 해답을 줄 수 있는 언니들에게 조언을 구했지요. 실망스럽게도 그 언니들은 거만하고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고는 저를 애송이 취급하며 섹스를 즐길 줄 몰라서 그런 거라고 말하더군요.

 

경험과 지식이 쌓이면서 페니스와는 친밀해졌어요. 목에 부담이 가지 않으면서도 그에게 강한 자극을 줄 수 있는 방법들을 터득하게 되었죠. 오로지 그의 성적 감각만 자극시키는 그 행위를 하면서 나의 몸도 동시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움직임을 찾아냈죠.

 

하지만 질문자처럼 문득문득 ‘내가 왜 펠라치오를 해줘야하는 거지?’라는 의문이 밀려오는 상대를 만날 때가 있었어요. 서로에 대한 열망이 날 젖게 만들었고 섹스할 준비가 되었는데 그토록 날 원한다고 말하던 그 남자의 페니스는 흥분 상태가 아닐 때, 여자로서 스스로의 매력을 의심하게 만들거나 상대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들죠.

 

모든 남자가 근사하게 발기하는 건 아니라하더라도 그 자신이 강렬하게 원하고 있음을 어필해놓고 몸이 받쳐주지 않는 상태라면 시무룩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입으로 해주면 된다’라고 뻔뻔스럽게 요구할 때는 입을 앙다물고 있고 싶어지죠.


이즈음에서 우리들의 섹스가 어째서 이토록 성기 중심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겠네요. 성적 쾌락에 대해서 한 번 떠올려보아요. 그때 느끼는 쾌락이 성기에만 집중되어 있나요? 우리의 몸 전체가 관능적으로 그 행동의 즐거움을 받아들이고 느끼고 있어요. 그런데 애무는 오직 성기에만 집중을 하지요. 남자들은 그것에서 가장 강렬하고 큰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하지만 페니스가 건강하게 제 기능을 다하는 시기는 생애 전체에 그리 긴 부분을 차지하진 않죠.

 

그때에도 페니스에만 집착한다면 스스로 많은 즐거움을 놓치고 가는 거겠죠. 신체의 많은 부분들의 즐거움을 발견해나가는 모험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질문자도 펠라치오에 대한 거부감을 서서히 줄여나가길 바랍니다. 실제적으로 그 순간 제압당하고 있는 건 그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나의 혀와 입의 움직임으로 어쩔 줄 몰라 하는 그의 반응을 보는 걸 즐기게 될 겁니다.

 

덧붙여 섹스의 과정에서 펠라치오를 꼭 삽입 직전에 할 필요는 없죠. 그가 나를 감동시킬 만큼 열심히 해주었다면 사정한 후에 그 마음에 대한 보답으로 해준다면 그는 뿌듯해할 겁니다. 그 덕분에 자연스럽게 두 번째 섹스로 이어질 수도 있구요.

 

 

 

 

2013-07-11 | 태그 658호, First-sex

 

 

 

 

 

 

 

 

Q. 기억 없는데 ‘합의’가 가능한가요 


25살 여대생입니다. 남자사람 친구가 많은 편인데 얼마 전 술을 마시다가 필름이 끊겼어요. 친한 남자 선배와 술을 마시던 중이었는데 일어나보니 모텔이었어요. 그 사람이 나를 좋아했었고 술을 마시고 합의하에 섹스를 했다는 거예요. 섹스에 대한 좋지 않은 기분보다는 이 사람과 섹스를 했다는 것 때문에 사귀어야 하나 고민이에요. 그리고 그 선배와 어떻게 마주쳐야 하는지 걱정돼요.

 

 

 

 

A. 섹스 때문에 사겨야 하나요 


만취가 되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합의’라는 게 가능한 것인가요? 그 부분이 걸려서 넘어가지 않는군요. 본인은 별 문제가 아니라고 느끼는 것인가요? 섹스에 대한 좋지 않은 기분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봐서 찜찜함을 느끼고 의혹을 품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질문자는 엄연히 성폭력을 당한 것입니다.

 

‘그 정도는 아니에요.’라고 부인할지도 모르지만 수많은 여자들이 그런 식으로 자신이 당한 데이트 성폭력을 스스로 무마하곤 합니다. 데이트 성폭력이라는 게 참으로 애매합니다. 둘의 친밀한 관계로 인해 확실한 No를 주장하지 않은 탓에 어영부영 섹스를 하게되는 경우가 숱하게 존재하죠. 두 사람과 주변의 관계로 인해 본인에게 부정적 여론이 생길수도 있기에 문제 삼지 않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그런 폭력을 쉬쉬 넘기다보니 대학에서는 무수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루머와 가십이 떠돌게 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질문자 스스로가 생각해야 할 문제입니다.


< 보통의 경험>이라는 책을 추천해줄게요. 이 책을 차분히 읽어보고 자신이 겪은 일을 판단해보길 바랍니다. 이제부터 소위 ‘꼰대’모드를 가동하겠습니다. 술 마시는 거 좋습니다. 여자라고 조신하게 ‘술 못해요.’이러는 거 우습다고 생각해요. 저도 혈중알콜 0.04를 유지하는 삶을 살곤 했습니다. 하지만 본인은 기억도 못 하는데 상대는 합의하에 섹스를 했다는 건 이상할 따름이죠.

 

질문자가 술기운에 ‘하자!’라고 설령 졸랐다고 하더라도 좋아하는 여자라면 좀 더 정신이 말짱할 때, 제대로 고백부터 하고 일정한 단계를 거쳐 섹스를 하는 게 믿을 만한 남자의 태도가 아닌가 싶군요. 술에게 알리바이를 전가하는 일은 그만했으면 좋겠네요. ‘연애를 못하는 이유’라고 SNS 상에 떠도는 글에 ‘술에 잘 취하지 않는다’라는 항목이 있더군요. 여자가 술에 취해야만 스킨십 진도를 나갈 수 있는 남자를 위한 배려 항목이라면 거지같지 않나요? 남자들에게 술 먹고 저지른 일에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않도록 방어해주는 꼴이죠.


술이 작업 전선에 있는 남녀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데 도움이 되겠죠. 하지만 질문자는 남자의 선배와 연애 모드로 넘어가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술을 마신 건 아니지 않나요? 인사불성의 상태에서 한 섹스가 좋은 섹스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덧붙여 섹스를 했으니(기억에도 없는 것 같은 행위를 하고) 사귄다는 생각도 촌스럽네요. 질문자에게 남자로 느껴지지 않는 선배와 사귀는 게 대체 어떤 의미가 있나요? 남녀 사이에 섹스를 나눈 것에 대한 보상이 사귀는 것으로 귀결되나요? 그럼 좋지도 않은 남자와 한 섹스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건가요? 이 사건이 범죄가 아니라 그저 해프닝이라면 지나가게 두세요. 이런 식으로 연인이 된다고 해서 두 사람이 알콩달콩 행복할 거란 생각이 감히 들지 않네요.

 

 

 

 

 

2013-06-26 | 태그 657호, First-sex

 

 

 

 

 

 

 

 

Q. 콘돔 안 쓰려는 남자 헤어져야 하나요?


최근 사귄 남친과 섹스를 시작했는데 그가 콘돔 쓰는 걸 싫어합니다. 성감이 떨어진다나요. 전에는 그냥 질외사정을 했다고 합니다. 가끔 생리가 늦어질 때마다 임신한 거 아닐까 걱정하는 여자를 보면 도대체 남자친구가 어떤 놈이길래 걱정시키나 싶어서 욕했는데 제 남친이 이런 사람이라니 기 막힙니다. 이야기를 했더니 피임약을 먹는 건 어떠냐는 둥 타협하려 드는데, 부작용이 걱정될뿐더러 지금부터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어야 할 것 같아 싫어요. 이건 피임을 넘어 기본적 배려의 차원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별까지 생각하게 되네요. 이 문제가 이별 사유가 될 수 있나요? 

 

 


A. 단호하게 대처하세요.


이 사연을 읽고 도저히 그 남자친구에 대해 상냥하게 말할 수가 없네요. 피임을 하기 싫어하면서, 심지어 여자에게 피임을 전가하면서 섹스를 하겠다니 이 녀석 참. 무정자증에나 걸리라고 빌어주고 싶군요. 결혼해서 임신과 출산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없는 부부 사이도 출산 계획을 세우고 피임을 합니다. 그런데 미혼의 두 사람이 안전하고 제대로 된 피임에 대해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이건 이별의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단호해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섹스를 시작했다고 매일매일 하루에 두 번 이상 하는 것도 아닐 텐데, 간헐적 섹스를 위해 매일같이 피임약을 챙겨 먹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약물로 호르몬에 변화를 주는 것이므로 안정성 테스트를 했다고 한들 부작용은 없을까 걱정하게 되지요. 주기가 불규칙하여 호르몬의 균형을 잡기 위해 그리고 더욱 확실한 피임을 위해 약 복용을 병행하는 것이라면 의사에게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할테지요. 콘돔을 쓰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피임약 복용은 결코 안전하지 않습니다. 깜빡하고 복용을 잊게 되면 언제 배란이 될지 모르죠.

 

게다가 콘돔 이외의 피임법들은 섹스를 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성병을 예방해주지도 않고요. 미혼자라면 콘돔은 반드시 써야 하는 도구입니다. 성감이 떨어져서 콘돔 쓰길 거부하는 남자라니 그동안 얼마나 격렬히 자위를 해댄 것일까 물어보고 싶네요. 그렇지 않다면 심리적인 문제일 텐데, 느낌이 별로라는 이유로 임신의 위험을 상대에게 전가하는 건 이기적인 정도를 넘어서 글러먹은 거죠. 그렇게 성감이 중요하다면 비싼 콘돔을 쓰라고 권해주고 싶군요. 콘돔에 드는 비용은 아끼면서 최대 성감을 느끼길 원하다니. 섹스의 질을 높이고 싶다면 대가를 지불할 줄도 알아야죠. 


덧붙여 남자친구가 질외사정을 하도록 내버려두는 멍청한 여자애들도 혼내주고 싶네요. 콘돔을 안 쓰겠다는 남자들의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빠지지 않는 것이 ‘예전 여자친구들은 콘돔 쓰는 걸 싫어했다. 질외사정을 하게 했다’죠. 어쩜 그 말조차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건지. 피임 제대로 안 하는 여자애들, 자기 인생을 걸고 모험하는 건 자기 몫입니다. 자기 혼자 감당하는 거라면 알아서 하라죠. 하지만 임신해서 배가 불러오는 공포를 느끼면 분명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그러나 그땐 이미 늦었죠.

 

원치 않는 임신은 자신에게도, 아이에게도, 그리고 자신을 믿어주고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상처를 줍니다. 그것까지도 자업자득이니 넘어간다 쳐요. 하지만 그 남자의 다음 여자에게 질외사정의 여지를 주는 근거가 된다니 같은 여자로서 치욕스러운 거죠. 분명히 밝히세요. 콘돔 쓰기 싫다면, 피임약을 권하는 대신, 정관수술을 하라고요.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도 성병예방을 위해 콘돔은 필수입니다! 아셨죠?) 

 

 

 

2013-06-19 | 태그 656호, First-sex

 

 

 

 

 

 

 

 

 

Q. 남친과의 섹스 느낄 수 없어요.


23살 여대생입니다. 지금 남자친구와 연애한 지 1년 반 정도 되었습니다. 100일 정도 되었을 때 처음 관계를 가졌고 그게 제 첫 경험이었어요. 이후로는 꾸준히 섹스를 하고 있어요. 지금도 여전히 서로를 만질 때 많이 아끼고 좋아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서로에 대한 애정이나 신뢰는 만날수록 깊어지는 것 같네요. 하지만 섹스를 하면서 정신을 잃을 것 같거나 탄성을 지르게 된 적은 없어요. 얌전하게 섹스를 하고 고만고만한 상태에서 끝난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전 한 번도 오르가슴을 느껴본 적이 없어요. 어떻게 해야 저도 오르가슴이라는 걸 느낄 수 있을까요? 섹스에 대한 만족감을 위해서 다른 남자를 만나봐야 하는 걸까요? 

 

 

 


A. 질문자는 적극적으로 노력하나요?


섹스라는 걸 경험한 이후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각종 영화를 보며, 섹스와 관련된 책들을 보며 저 역시 간절히 소망하는 일이 오르가슴이었습니다. 왜 내겐 오르가슴은 오지 않는 것일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삽입 오르가슴을 바라고 있었어요. 클리토리스 오르가슴은 도달할 수 있었거든요. 명색이! 섹스 칼럼니스트인데 오르가슴의 느낌에 대해 묘사할 수 없다는 것이 분했답니다. 

 

오르가슴을 느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구보다도 고민을 많이 했지요. 오르가슴을 느끼기 위해서는 몸의 긴장이 없어야 하고 섹스에 몰입한 상태여야 합니다. 전 그게 잘 되지 않았어요.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걸 잘 못합니다. 몸에 힘을 꽉 주고 허리는 잘록해보이게, 배는 나와 보이지 않게 힘을 줍니다. 저 역시 힘을 빼고 섹스를 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어요. 심지어 섹스에 대해 글을 쓰는 일을 하다 보니 제가 하는 섹스에 대해서도 제삼자가 되어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느낄 때도 많았지요. 

 

삽입을 통해 오르가슴을 느끼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삽입 오르가슴의 경우엔 남자의 지구력도 상당히 필요한 일입니다. 적절한 지점에 적절한 강도로 지속적인 자극을 꾸준하게 줘야 하기 때문에 뭔가 도달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상대가 지쳐버리면 오르가슴은 ‘안녕, 저 멀리 안녕’인거죠. 그리고 그 적절한 지점이라는 것도 찾기 쉬운 게 아니죠. 오르가슴을 느껴야만 좋은 섹스를 했다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오르가슴을 찾기 위해 두 사람이 노력하는 건 좋지만 오르가슴만이 섹스의 궁극적 이유는 아니거든요.

 

제 경우 섹스를 한 지 거의 10년 만에 삽입 오르가슴이라는 걸 느끼게 되었는데, 그렇다고 이전의 섹스가 형편없고 무용했냐 하면 결코 그렇지 않거든요. 평생 오르가슴을 모른 채 사는 여자들도 많답니다. 쾌락의 최고점을 향해 나아가는 건 좋지만 그것에 집착해서 스트레스를 받고 섹스 자체의 즐길 수 없다면 곤란하겠죠. 실제로 사람마다 오르가슴을 자각하는 방식도 다른 것 같고요. 오르가슴은 즐겁게 섹스를 하다보면 언젠가 찾아와주는 것 같아요. 물론 상대와 허심탄회하게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장난스럽게 혹은 열정적으로 섹스를 탐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답니다.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해서 이렇게 사연을 보냈지만 질문자는 그와의 섹스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나요? 오르가슴이란 남자가 여자에게 선사하는 게 아니랍니다. 질문자가 지금 남자친구와 섹스 하듯 얌전한 척, 부끄러운 척,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한다면 다른 누구를 만나더라도 오르가슴은 찾아오지 않을 거예요. 그건 남자의 훌륭한 페니스와 테크닉뿐만 아니라 오르가슴을 느끼고 싶은 여성 자신도 적극적으로 찾으려 노력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2013-06-12 | 태그 First-sex

 

 

 

 

 

 

 

 

Q. 감정 소비 대신 택한 원 나이트 


2년간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지금은 진로때문에 공부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졸업과 취직, 이런 압박 때문에 지금은 연애에 예전처럼 감정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가끔 섹스에 대한 욕구가 치솟아서 힘들어요. 그럴 땐 원 나이트로 해소했어요. 처음엔 조심스럽던 마음이 이젠 아무렇지 않게 돼 나중에 큰 벌을 받게 될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면 저를 비난하겠죠? 이런 저에게 따끔한 충고를 부탁드려요.

 

 

 

 

A. 실패하지 않는 원 나이트에 필요한 것 


몇 년 사이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사람과 소통하는 다양한 방법이 발달하면서 취향이 비슷하면서도 새로운 사람들을 골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습니다. 각종 SNS는 연애의 단초를 제공해줍니다. 그런데 만남이 손쉬워진 만큼 연애 관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거나 책임을 버거워하는 사람들도 늘어난 것 같아요. 누군가에겐 그런 만남이 필요한 시기가 찾아옵니다. 하지만 경험해보지 않은 일은 언제나 두렵습니다.

 

처음 만나는 상대와 본능에 충실한 밤을 보내는 것, 머리로는 쉽지만 행동에 옮길 때는 주저하게 되죠. 그래서인지 원 나이트를 하기 위한 혹은 하고 난 다음의 감정적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는 여자 분들의 메일이 자주 오는 편입니다. 그 평균 연령이 점점 어려지는 걸 보면 지금 사회의 성의식이 변화하는 일면을 엿보는 기분입니다.

 

원 나이트는 도덕성, 정조 관념, 윤리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하룻밤이라는 유통기한이 간당한 온기라도 필요한 마음의 절박함이나 섹스를 하고 싶다는 몸의 뚜렷하고 정확한 욕망 때문이죠. 처음의 죄책감 혹은 두려움 같은 것도 회를 거듭할수록 무뎌지게 되죠.

 

원 나이트는 관계의 방식이 아니라 관계의 소모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단지 누군가를 다루는 방식이 될 뿐이죠. 실패하지 않는 원 나이트를 하려면 몇 가지 원칙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밤을 보내는 나의 목적을 뚜렷하게 하는 것입니다. 낯선 이에게 온기를 바라는 건 좋습니다. 그러나 6시간 혹은 8시간짜리 짧은 진심에 기대는 것으로 충분한 지, 더 많은 걸 바라지 않을 마음 단속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질문자처럼 연애 관계에 회의를 느끼고 있는 상태에서 섹스에 충실하려는 목적이라면 사랑받고 싶다는 헛된 마음도 버리고 상대에 대한 기대감도 낮추어야죠. 그런 건 몇 번의 원 나이트를 통해 실망하고 자존심이 상하는 일들을 겪고 상처받으면서 굳은살이 생기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무덤덤해지기도 합니다. 질문자가 원 나이트를 선택한 건 성적 능력을 이용해서 남자들을 기만하거나 자신의 욕구 충족에만 집중하고 이런 경험들을 과시하기 위함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말이죠.

 

2013년의 원 나이트는 자기가치를 폄하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을 던져 위로를 받는 행위같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서 정신을 차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질문자가 자신의 삶이 삐끗해서 균형을 잃은 것 같다 생각한다면 누군가의 충고가 필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따끔하게 혼낼 일도 아니구요. 다만 자기 합리화를 하기보단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한 건지, 그 선택을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이며 왜 이렇게 불편한 마음이 된 것인지 냉정하게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필요할 것 같네요.

 

 

 

 

2013-06-05 | 태그 654호, First-sex

 

 

 

 

 

 

 

Q. 항상 같이 있고 싶어요 


저희는 원거리 커플이에요. 저희 둘 다 서로 처음 하는 연애라서 그런지 너무 좋아서 미치겠습니다. 하루 종일 만나도 밤에 헤어지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같이 있으면 학교 수업도 빠지고 과제도 안 하고 생활이 안 될 정도입니다. 차라리 동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변에서는 동거는 아니라고 극구 말리는데 동거가 나쁜가요?

 

 

 

 

 

A. 선택이 가져올 결과까지 책임질 자신 있나요 


우선 ‘동거가 나쁜가요?’에 대한 질문부터 답할게요. 아뇨, 나쁘지 않습니다. 법적으로 성인인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해서 같이 살겠다는데 나쁘다 좋다 가치판단할 게 뭐가 있겠어요. 그런데 왜 주변에서는 두 사람의 동거를 말리는 걸까요? 어째서 우리의 열정은 제한되고 방해받아야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죠?

 

신중하게 고민한 끝에 책임감을 가지고 결정을 내렸다면 누가 뭐라고 하든 상관없을 겁니다. 왜 질문자는 주변의 의견에 신경을 쓰나요?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을 믿고 밀어붙이지 못하고 고민하나요? 둘 다 처음 하는 연애라고 하니 아마도 대학 초년생의 어린 커플이겠죠. 처음 경험하는 연애라서 열정에 취해 있는 건 좋아요. 그런 사랑을 평생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연애를 하며 미칠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건 축복이죠. 사랑은 어떤 면에서 현실을 벗어난 일탈입니다. 그리고 그 두근거림과 열기는 두 사람의 사랑을 견고하고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열정기의 두 사람에게는 둘만의 세계가 공고하게 형성되어 있을 테고 누구도 끼어들 수 없죠. 누구의 말도 와 닿지 않을 겁니다.

 

그런 두 사람의 뜨거운 열기는 반드시 식게 됩니다. 사랑이 끝난다는 게 아니라 관계가 지속됨에 따라 사랑의 형태는 변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뜨겁던 마음은 온기를 유지하는 또 다른 방식으로 사랑의 형태가 바뀌었을 때, 애정이 소멸했다고 착각하기 쉽기 때문에 위험한 것입니다. 그걸 견딜 수 있냐 없느냐는 두 사람의 몫이죠.

 

그토록 서로를 원한다면 둘에겐 동거가 답일 겁니다. 같이 사는 걸 경험해봐요. 반대하지 않는 의견이 필요해서 질문한 것일 테니까요. 둘을 방해하는 원거리라는 장해 요소 없이 함께 딱 붙어서 살아보세요. 같이 산다는 것, 생활을 공유한다는 것의 의미는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니까요. 대신 부모님께 손 벌릴 생각은 하지 말아요. 성인인 두 사람이 결정한 거니까 두 사람의 생활은 둘이서 꾸려나가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수업도 들어가지 않고, 과제도 하지 않고, 다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각자의 생활에 무책임한 상태에서 같이 살기 시작하면 둘의 생활은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나요? 돈은 어떻게 벌 생각인가요? 아르바이트를 하면 그럭저럭 버틸 수 있겠죠. 그런데 생활이 안 될 정도로 떨어지기 싫은 두 사람이 각자 아르바이트하는 동안은 어떻게 견디나요?

 

동거는 사랑의 도피처가 되지 않습니다. 사랑을 현실로 만들어주죠. 사랑으로 그 모든 걸 극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나요? 그런 문제들도 다 고려하고 동거를 생각한 거겠죠? 열정과 확신이 있다면 네, 당장 집을 뛰쳐나와요. 시도해요. 해버려요! 물론 그러다 지치고 후회하게 되더라도 본인이 선택한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 탓하지 않기로 해요.

 

 

 

 

2013-05-29 | 태그 653호, First-sex

 

 

 

 

 

Q. 섹스 후 여자가 준비할 것은? 


남자친구와 첫 섹스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일이 많더군요. 그중에서 특히 화장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밤을 같이 보내고 난 다음 날 맨 얼굴을 보여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아주 사소한 질문이지만 아직 겪지 않은 일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건지 물어봐도 되는 걸까요? 

 


A. 지나친 준비는 필요없어요 


정이현의 소설집『낭만적 사랑과 사회』를 읽어보면 완전무결한 첫날밤을 치르기 위한 10가지 계율이 풍자적으로 언급되어 있습니다. 화장법에 대해서도 서술되어 있어요. 콧등의 모공을 가리고 짝짝이 눈썹을 교정하고 달콤한 립글로스를 바를 것. 그 계율이 관통하고 있는 것은 순결하게 보이면서도 남자의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죠.

 

여자라면 당연히 사랑하는 남자에게 아름답게 보이고 싶죠. 아름다움은 일종의 권력입니다. 남자에게 더 사랑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되죠. 특히 그가 나의 미모에 매료되어 있다면 그 환상을 깨뜨릴지도 모를 맨 얼굴을 드러내는 일은 엄청난 모험입니다. TV 드라마나 영화 속의 남녀는 언제나 풀 메이크업을 한 채로 침대에 들어가니 맨 얼굴은 보여주는 건 예의가 아니란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꾸밈없는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것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쉽지는 않죠. 차근차근 단계가 필요할 겁니다. 완벽하게 맨 얼굴을 하는 것이 두렵다면 피부 밀착력이 좋고 화장을 안 한 듯한 느낌을 주는 제품의 도움을 받으면 되겠죠. 다음 날 아침에 남자친구보다 먼저 일어나서 씻고 화장을 가볍게 한 뒤 다시 침대로 들어가면 그만입니다. 기분 좋은 비누 냄새를 풍기며 그의 품에 안기면 잠결에라도 자극받은 그의 욕구는 두 번째 라운드를 진행하고 싶어 할 겁니다. 

 

그러나 제가 걱정하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이 질문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여성은 언제나 배려가 지나치고 걱정도 지나치다’는 거죠. 첫 섹스를 준비하면서 화장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개인이 선택할 문제일 뿐입니다. 어차피 자신의 몸을 드러내 보이는 행위 앞에 얼굴만 꾸며놓는(꾸미는) 건 어딘가 기묘하기도 합니다. 화장을 걱정하는 여자들은 결국 자기 몸에 대해서도 상대가 어떻게 판단할지 우려를 하고 있겠죠. 

 

하지만 남자들은 섹스를 한 다음 날 양치질도 안 한 입으로 잘만 키스합니다. 잠든 그를 지켜보면 첫 섹스를 나눈 것치곤 무심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깊은 수면 상태에 빠져 있어 화가 날지도 모릅니다. 섹스하기 전 자신이 어떻게 보일까, 같이 밤을 보내고 난 다음 날 어떻게 보일까 하는 걱정들은 오로지 여성에게만 한정되어 있죠.

 

좋은 관계, 그리고 환상적인 섹스를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상대가 나를 아름답다고 여겨주는 마음보다는 스스로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나의 얼굴과 내 몸이 지금 이대로 충분히 아름답다고 긍정할 수 있다면 섹스에서도 적극적이고 능동적일 수 있죠. 그런 태도가 결점 없는 피부를 가진 미녀보다 자신을 더 근사하고 멋진 여자로 만들어줄 겁니다.

 

 

 

2013-05-22 | 태그 652호, First-sex

 

 

 

 

 

Q. 호감 가지만 좋은 친구로 지내고 싶어요

 

대학교 4학년 취준생입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재수강을 듣게 되었는데요. 13학번 병아리 같은 신입생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신입생은 아닌 것 같은 그는 복학한 지 얼마 안 된 09학번이었어요 수업 시간마다 저도 모르게 눈길이 갔는데, 운 좋게도 그와 같은 조가 되었습니다. 친해질 수 있겠다싶어 좋아 날뛰던 것도 잠시. 그가 씨씨라는 소식을 듣고 멘붕이 왔죠. 하지만 조과제를 핑계로 혹은 시험 범위와 모르는 내용질문을 가장(?)해 그와 몇 번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여자친구가 있다는 그에게 마음이 떨어지지 않아요. 조금만 연락하거나 만나면 너무 설레서 내 남자로 만들어 버리고 싶네요. 그의 여자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반면 더 친해지고 싶고 그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만 갑니다. 사실 그는 저에게 별 관심이 없는 것 같고, 없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여자친구가 있으니깐요. 그래서 욕심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대신 꼭 그와 친해지고 싶어요. 어떻게 제 마음을 잘 정리해서 그와 정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A. 스스로를 속이지 마세요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포기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식상하기 짝이 없는 말인데도 마음속에 자리 잡은 욕심은 놓아야 할 것을 쥐고 있으려고 하지요. 이 사연의 경우에 포기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 라는 존재입니다.

 

좋아하지만 곁에 있고 싶어서 친구라도 되고 싶다는 말은 비겁합니다.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과제를 핑계로 한 일상적인 연락에 설레고 그의 존재만으로도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면서 그의 곁에 있으면 마음 정리가 될 거라고 생각하나요? 왜 스스로 희망 고문실로 들어가려고 하나요? 그가 질문자에게 관심이 없는 이유가 여자친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건 자기 위안용 변명일 뿐입니다.

 

여자친구의 유무에 상관없이 그는 질문자에게 호기심이나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거죠. 그럼에도 여자친구가 없으면 내게도 기회가 올지 모른다고 판단해서 친구라는 이름으로 그의 곁에 머물려는 것이겠죠. 여자 친구와의 애정전선에 문제가 생기면 그 때를 노려 그의 마음을 공략해보고 싶다는 의도가 다분한 거죠. 그와 친구가 되어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지금보다 친해진다면 질문자에게도 좀 더 기회가 생길 거라고 믿고 있겠죠. 적극적으로 그를 유혹한 게 아니니 죄책감이 들만큼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닐 테고요. 운 좋게 간혹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을지도 모르죠. 그 가능성에 대해서 부정할 순 없을 겁니다.

 

그러나 그와 친구가 된다고 해서 질문자의 마음이 편해질까요? 지금부터 더 큰 욕망으로 부글거릴 겁니다. 여자친구와의 근황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겠죠. 친구로서 보여준 그의 선의를 애정의 신호로 과잉 해석하게 되고, 순수한 우정은 결코 아닌 마음으로 그를 대하겠죠. 승산 없는 상황에서 거절당하는 것이 싫어 차선으로 선택한 이 방식은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속셈이죠.

 

하지만 이렇게 양손을 움켜쥐고 있으면 결국 어떤 것도 가질 수 없게 됩니다. 질문자에게 찾아올 또 다른 설렘의 기회들을 그라는 존재만 바라보다 놓치게 될 거라는 거죠. 치밀한 계략을 세워서라도 그의 마음을 흔들어보겠다. 그를 유혹해서 내 남자로 만들어보겠다는 강렬한 의지로 덤벼들어서 그를 쟁취할 게 아니라면 친구가 되겠다는 것은 사랑의 패자가 되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랍니다.

 

실연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입니다. 겁을 내는 게 당연하죠. 하지만 결론이 난 실연 상태를 유예시킨다고 해서 아픔이 무뎌지거나 줄어드는 건 결코 아니랍니다. 실패를 각오하고 유혹해 보든지 아니면 이즈음에서 마음을 접고 그를 질문자의 삶에서 잊히도록 내버려두세요.

 

 

2013-05-15 | 태그 651호, First-sex

 

 

 

 

 

 

 

 

Q. 정인지 사랑인지 모르겠어요


헤어진 전 애인과 잤어요. 제가 얘를 사랑하는지 아닌지 고민돼요. 처음에는 좋아서 사귀었는데 오래 사귀다 보니까 좋은지 안 좋은지 모르겠어요. 싫다는 게 아니라 좋은 감정 위에 덕지덕지 다른 감정들이 붙어버린 느낌이에요. 그리고 친구, 연인, 조언자 같은 여러 가지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 헤어지기도 쉽지 않고요. 근데 그 감정, 역할들을 다 떼버리고 좋아하는지 확인할 힘이 없어요.

 

 

 

A. 질문을 바꿔보세요


연애 초기 서로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경험하고 나면 또 다른 형태로 변한 혹은 진화한 두 사람 사이의 온기는 미지근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어떠한 인간관계도 한 가지 감정만으로 고정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걸 너무 서운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잘 보듬어서 식지 않게 유지하는 것. 그것이 오랜 연애 관계를 지속하는 방법이지 않을까요. 연이라는 건 쉽게 쌓일 수도 없는 것이기에 쉽게 끊어지지도 않죠. 헤어진 연인과 관계가 종결된 후에도 몸을 섞는 선택을 하는 건 마음이 확실히 돌아서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잔인하게 말하자면 손쉽게 잘 수 있는 상대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이별 이후 일상적이고 규칙적이던 섹스를 하지 못하는 상태 역시 견디기 힘들잖아요.) 둘만 아는 느낌. 서로를 원하는 그 순간의 표정과 제스처를 보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단호해지기란 쉽지 않습니다.

 

헤어진 연인과 잤다는 사실 하나로 자책하거나 괴로워할 필요는 없어요. 순간에 충실했고 그래서 위안을 받았다면 그걸로 된 거랍니다. 하지만 섹스에 대한 욕구와 사랑을 연결 지어 내가 여전히 그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일까? 우리 둘은 관계를 끝내기엔 서로에게 너무 얽혀 있나 하는 걸 고민하는 거라면 이때 필요한 질문은 “두 사람은 왜 헤어졌나?” 입니다.

 

어째서 연인인 동시에 친구이자 조언자 역할까지 해주는 그 사람과 헤어진 건가요? 사랑이 한 가지 색깔의 형태로만 존재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예전만큼 두근거리지 않는 상태가 견딜 수 없었던 건가요? 그렇지 않다면 두 사람 사이에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지점들이 도드라져서 갈등의 긴장이 해소되지 않은 건가요? 두 사람 사이에 덕지덕지 붙은 다양한 감정도 결국은 애정의 형태입니다.

 

역할을 거둬내고 순수하게 ‘좋아함’을 판단하려 하는 건 어리석은 일입니다. 우리에게 완벽한 애정을 줘야 하는 것처럼 강요되고 있는 어머니의 사랑도 어머니라는 역할에 대한 책임감 때문일 수도 있죠. 그 애정조차 완벽한 형태도 아니고 말이죠. 그런데 그것을 타인이나 다름없는 연인에게 기대한다면 질문자의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은 것 같군요. 후자라고 한다면 다시 그와 관계를 유지하려는 시도는 아마도 깨진 머그컵을 이어붙이는 일이 될 겁니다. 제 모양으로 돌아오더라도 앙금은 여전히 남아있죠.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아요. ‘내가 잘할게’ 와 같은 말로 다시 기회를 얻은 연인들이 오래지 않아 같은 문제로 다시 헤어지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욕정을 애정으로 착각하는 순간 여자에게는 비극이 닥칩니다. 왜 우리가 헤어졌나, 그리고 왜 다시 만나 ‘섹스’ 를 한 것인지 냉정하게 생각해보세요.

 

 

2013-05-08 | 태그 650호, First-sex

 

 

 

 

 

 

 

 

Q. 섹스 뜸하게 해야 연애 오래하나요


저는 스물세 살 여대생입니다. 다섯 살 터울인 남자친구와는 그의 직장 문제로 원거리 연애 중입니다. 그렇다보니 한 달에 두 번 정도 만나는 게 평균치입니다. 주말을 이용해 데이트도 하고 밀린 애정을 나누게 됩니다. 저는 만날 수만 있다면 더 자주 섹스를 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은 지금이 딱 좋은 거라고 그게 서로의 몸에 익숙해지지 않아 질리지 않고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섹스를 원하더라도 정해진 횟수 이상은 하지 않다는 게 전 이상하다고 말했더니 오히려 제게 너무 밝히는 게 아니냐는 식으로 말하더군요. 정말 친구들 말대로 해야 섹스를 뜸하게 해야 남자친구와 오래 사귈 수 있는 걸까요?

 

 


A. 섹스 기술을 연마하는 편이 낫겟습니다


누군가와 섹스를 하기 전에 여성은 무엇 때문에 주저하고 두려워할까요? 처음 해보는 일이라서? 아플까봐? 변태스럽고 위험한 일을 겪게 될까봐? 그런 이유보다는 남자가 내 몸만 원하는 게 아닐까, 섹스를 하고 난 뒤 마음이 돌변할까봐 그게 가장 큰 걱정 거리가 아닐까요? 그런 두려움의 연장선에서 자기 욕망에 반(反)하며 몸을 담보로 연애를 지속시키려는 발상을 한 것 같습니다.

 

남녀 관계가 종결을 맞이하게 되는 건 과연 섹스 때문일까요? 서로 잘 맞지 않아서가 아니라‘ 할 만큼 했으니까 다른 여자랑 섹스할래’이런 이유로 이별을 고하는 남자라면 헤어지는 게 낫죠. 나쁜 남자를 걸러내는 방법으로 자기 자신을 리트머스 용지처럼 사용한 건 결코 흠이 아닙니다. 겪어보지 않고는 결코 알 수 없는 게 사람이니까요.‘멍청하게 그런 남자에게 빠져들었다니’라며 자신을 탓할 필요도 없어요. 그 남자를 실컷 욕해주고 저주하면 그만입니다.

 

물론 이별은 지독하게 고통스럽고 아무는 데 시간이 꽤 필요한 상처를 남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치거나 아프고 싶지 않아 영악하게 굴게 됩니다. 그럼 여기서 가정을 하나 해볼까요? 남자와 서른 번쯤 자면 서로의 몸에 익숙해져서 섹스도 질리기 시작한다고 쳐봅시다. 한 달에 두 번씩 15개월을 만나면 이별을 하겠군요. 그 서른 번을 다 채울 때까지는 안전하다고 안심할 수 있는 건가요?

 

정량을 채운 섹스가 이별의 원인이 되는 거라면 차라리 저는 한 달 동안 매일 한 번씩 섹스를 하고 15개월 동안 15명의 남자를 만나는 걸 택할래요. 그 편이 인생 경험도 톡톡히 할 수 있을 거예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새로운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니까요. 이별은 공들이고 정성을 쏟았던 관계가 끝나는 것을 의미하지만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다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기도 하죠.

 

섹스를 좋아하지 않아서 자주 하고 싶지 않다는 게 아니라 이별이 겁나고 상처 받는 게 싫어서 이상한 방식으로 자신을 억제하는 건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식으로는 삶을 윤택하면서도 상냥하게 만들어주는 섹스의 묘미를 알 수 없습니다. 섹스를 잘하게 되지도 않고요. 섹스 때문에 헤어진다고 했을 때는 재미없고 교감이 되지 않는 섹스를 하기 때문이겠죠.

 

절제하고 조심하기만 하고 익숙해지지 않아 뻣뻣한 섹스를 재미있어할 남자는 없습니다. 과감하면서도 관능적으로 섹스를 즐기는 여자에게 질릴 남자도 없고요. 오히려 섹스의 기술을 연마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게 관계를 즐겁게 지속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 친구들 말에 휘둘려서 자신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2013-04-30 | 태그 649호, First-sex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