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섹스 후 여자가 준비할 것은? 


남자친구와 첫 섹스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일이 많더군요. 그중에서 특히 화장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밤을 같이 보내고 난 다음 날 맨 얼굴을 보여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아주 사소한 질문이지만 아직 겪지 않은 일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건지 물어봐도 되는 걸까요? 

 


A. 지나친 준비는 필요없어요 


정이현의 소설집『낭만적 사랑과 사회』를 읽어보면 완전무결한 첫날밤을 치르기 위한 10가지 계율이 풍자적으로 언급되어 있습니다. 화장법에 대해서도 서술되어 있어요. 콧등의 모공을 가리고 짝짝이 눈썹을 교정하고 달콤한 립글로스를 바를 것. 그 계율이 관통하고 있는 것은 순결하게 보이면서도 남자의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죠.

 

여자라면 당연히 사랑하는 남자에게 아름답게 보이고 싶죠. 아름다움은 일종의 권력입니다. 남자에게 더 사랑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되죠. 특히 그가 나의 미모에 매료되어 있다면 그 환상을 깨뜨릴지도 모를 맨 얼굴을 드러내는 일은 엄청난 모험입니다. TV 드라마나 영화 속의 남녀는 언제나 풀 메이크업을 한 채로 침대에 들어가니 맨 얼굴은 보여주는 건 예의가 아니란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꾸밈없는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것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쉽지는 않죠. 차근차근 단계가 필요할 겁니다. 완벽하게 맨 얼굴을 하는 것이 두렵다면 피부 밀착력이 좋고 화장을 안 한 듯한 느낌을 주는 제품의 도움을 받으면 되겠죠. 다음 날 아침에 남자친구보다 먼저 일어나서 씻고 화장을 가볍게 한 뒤 다시 침대로 들어가면 그만입니다. 기분 좋은 비누 냄새를 풍기며 그의 품에 안기면 잠결에라도 자극받은 그의 욕구는 두 번째 라운드를 진행하고 싶어 할 겁니다. 

 

그러나 제가 걱정하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이 질문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여성은 언제나 배려가 지나치고 걱정도 지나치다’는 거죠. 첫 섹스를 준비하면서 화장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개인이 선택할 문제일 뿐입니다. 어차피 자신의 몸을 드러내 보이는 행위 앞에 얼굴만 꾸며놓는(꾸미는) 건 어딘가 기묘하기도 합니다. 화장을 걱정하는 여자들은 결국 자기 몸에 대해서도 상대가 어떻게 판단할지 우려를 하고 있겠죠. 

 

하지만 남자들은 섹스를 한 다음 날 양치질도 안 한 입으로 잘만 키스합니다. 잠든 그를 지켜보면 첫 섹스를 나눈 것치곤 무심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깊은 수면 상태에 빠져 있어 화가 날지도 모릅니다. 섹스하기 전 자신이 어떻게 보일까, 같이 밤을 보내고 난 다음 날 어떻게 보일까 하는 걱정들은 오로지 여성에게만 한정되어 있죠.

 

좋은 관계, 그리고 환상적인 섹스를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상대가 나를 아름답다고 여겨주는 마음보다는 스스로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나의 얼굴과 내 몸이 지금 이대로 충분히 아름답다고 긍정할 수 있다면 섹스에서도 적극적이고 능동적일 수 있죠. 그런 태도가 결점 없는 피부를 가진 미녀보다 자신을 더 근사하고 멋진 여자로 만들어줄 겁니다.

 

 

 

2013-05-22 | 태그 652호, First-s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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