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호감 가지만 좋은 친구로 지내고 싶어요

 

대학교 4학년 취준생입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재수강을 듣게 되었는데요. 13학번 병아리 같은 신입생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신입생은 아닌 것 같은 그는 복학한 지 얼마 안 된 09학번이었어요 수업 시간마다 저도 모르게 눈길이 갔는데, 운 좋게도 그와 같은 조가 되었습니다. 친해질 수 있겠다싶어 좋아 날뛰던 것도 잠시. 그가 씨씨라는 소식을 듣고 멘붕이 왔죠. 하지만 조과제를 핑계로 혹은 시험 범위와 모르는 내용질문을 가장(?)해 그와 몇 번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여자친구가 있다는 그에게 마음이 떨어지지 않아요. 조금만 연락하거나 만나면 너무 설레서 내 남자로 만들어 버리고 싶네요. 그의 여자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반면 더 친해지고 싶고 그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만 갑니다. 사실 그는 저에게 별 관심이 없는 것 같고, 없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여자친구가 있으니깐요. 그래서 욕심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대신 꼭 그와 친해지고 싶어요. 어떻게 제 마음을 잘 정리해서 그와 정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A. 스스로를 속이지 마세요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포기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식상하기 짝이 없는 말인데도 마음속에 자리 잡은 욕심은 놓아야 할 것을 쥐고 있으려고 하지요. 이 사연의 경우에 포기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 라는 존재입니다.

 

좋아하지만 곁에 있고 싶어서 친구라도 되고 싶다는 말은 비겁합니다.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과제를 핑계로 한 일상적인 연락에 설레고 그의 존재만으로도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면서 그의 곁에 있으면 마음 정리가 될 거라고 생각하나요? 왜 스스로 희망 고문실로 들어가려고 하나요? 그가 질문자에게 관심이 없는 이유가 여자친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건 자기 위안용 변명일 뿐입니다.

 

여자친구의 유무에 상관없이 그는 질문자에게 호기심이나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거죠. 그럼에도 여자친구가 없으면 내게도 기회가 올지 모른다고 판단해서 친구라는 이름으로 그의 곁에 머물려는 것이겠죠. 여자 친구와의 애정전선에 문제가 생기면 그 때를 노려 그의 마음을 공략해보고 싶다는 의도가 다분한 거죠. 그와 친구가 되어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지금보다 친해진다면 질문자에게도 좀 더 기회가 생길 거라고 믿고 있겠죠. 적극적으로 그를 유혹한 게 아니니 죄책감이 들만큼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닐 테고요. 운 좋게 간혹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을지도 모르죠. 그 가능성에 대해서 부정할 순 없을 겁니다.

 

그러나 그와 친구가 된다고 해서 질문자의 마음이 편해질까요? 지금부터 더 큰 욕망으로 부글거릴 겁니다. 여자친구와의 근황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겠죠. 친구로서 보여준 그의 선의를 애정의 신호로 과잉 해석하게 되고, 순수한 우정은 결코 아닌 마음으로 그를 대하겠죠. 승산 없는 상황에서 거절당하는 것이 싫어 차선으로 선택한 이 방식은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속셈이죠.

 

하지만 이렇게 양손을 움켜쥐고 있으면 결국 어떤 것도 가질 수 없게 됩니다. 질문자에게 찾아올 또 다른 설렘의 기회들을 그라는 존재만 바라보다 놓치게 될 거라는 거죠. 치밀한 계략을 세워서라도 그의 마음을 흔들어보겠다. 그를 유혹해서 내 남자로 만들어보겠다는 강렬한 의지로 덤벼들어서 그를 쟁취할 게 아니라면 친구가 되겠다는 것은 사랑의 패자가 되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랍니다.

 

실연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입니다. 겁을 내는 게 당연하죠. 하지만 결론이 난 실연 상태를 유예시킨다고 해서 아픔이 무뎌지거나 줄어드는 건 결코 아니랍니다. 실패를 각오하고 유혹해 보든지 아니면 이즈음에서 마음을 접고 그를 질문자의 삶에서 잊히도록 내버려두세요.

 

 

2013-05-15 | 태그 651호, First-s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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