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천천히 알아가고 싶은 저, 문젠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렇게 말하기 굉장히 쑥스럽지만, 철벽녀입니다. 건어물녀는 절대 아니에요! 저도 두근거리는 적이 많으니까요. 단, 소개팅 애프터가 소개팅보다 부담스럽다면, 이해가 수월할까요? 누가 저에게 조금만 호감가는 티만 내도 부담스럽다면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제가 남자사람친구라고는 한명도 없는 아이로 보이시겠지만, 주변에 친구도 많고요, 사회생활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다만, 일대일로 만나지 못해요. 저는 학교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면서 가랑비에 옷 젖는 연애를 하고 싶다고 해요. 그러면 너무 많은걸 바란다고 하죠. 근데 제가 많이 바라는게 아니지 않나요? 조금씩 알아가면서 시작할 수 있는 연애가 하고 싶을 뿐인데! 친구들은 그냥 만나보면서 생각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하면서 가볍게 가볍게 생각하라는데, 전 그게 안돼요. 억지로 만났다가, 상대방에게 상처가 가거나 하게 되면 어떡해요. 사실, 실제로 이 철벽녀 기질 때문에 억지로 애프터에 나갔다가 표정 못 숨기고 앉아 있던 적도 있어요. 제 이런 모습 문제인 걸까요? 어떻게 하면 이런 제 모습을 고쳐볼 수 있을까요?

 

 


A. 상처 받을 각오하고 뛰어드세요

 

친밀한 관계를 맺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상대에게 상처를 주면 어떻게 하느냐고 겁먹은 듯 말하지만, 그 마음을 잘 들여다보면 결국 자신이‘상처받기 싫다’는 걸 돌려 말한 것이죠. 그럼에도 외로움도 많이 타고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은 욕구도 클 겁니다. 그러니 사람들과 잘 어울리겠죠. 거리 조절이 잘되는 관계에서는 성격도 좋고, 대화도 잘 통하고 꽤 좋은 친구로 정평 나있을 테고요.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자기만의 방법도 터득해서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겠지요. 하지만 상대가 거리를 좁혀 들어온다 생각하면 그에게 미처 보여주지 못한 나의 모습을 보게 되어 나를 싫어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과 섣부르게 다가섰다가 좋았던 관계가 엉망으로 끝나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겠죠.

 

어쩌면 ‘보통의 남자들은 나란 여자의 진짜 모습을 이해해주지 못할 거야’라고 내심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친구들이 질문자를 보면서 답답해하거나 걱정하는 것은 연애란 해보면서 점점 마음을 조절하는 기술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해보지 않고 움츠려 있으면 겁만 늘어나죠. 가랑비에 옷 젖는 듯 한 그런 연애는 실재하기 어렵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질문자는 친구처럼 지내다 나의 여러 면들을 자연스럽게 엿보고 그걸 이해하고 오롯하게 받아들여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찾는 것일 테지만 남자 입장에서는 ‘조금씩 천천히 알아간다?’이게 대체 뭐하자는건지 모를 방식일 겁니다. 친구로 머물러 있던 이성 친구들 역시 친구라는 거리를 유지하고 싶기 때문에 그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지요.


친구로 지내다 충동적으로 밤을 보낼 기회 같은 것 들이 생길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과 관계 전환이 극적으로 될까요? 그들이 질문자를 잘 이해하고 있고 수용해줄 폭이 넓은 사람이 되어줄까요? 그건 결코 모를 일이랍니다. 사랑하니까 모든 것을 이해받고 싶다는 생각은 어떤 면에서는 부질없기도 해요. 그런 사람을 찾기 위한 과정이 연애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내 생각을 유연하게 만드는 과정이 연애이기도 합니다.

 

나의 전부를 다 알아야 사랑이 가능한 건 아니라는 것. 내 모든 것을 다 보여줘야 진짜 사랑은 아니라는 것. 그 경계의 높낮이를 조절하게 되는 건 연애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질문자는 아마도 꽤나 진중한 사람이겠죠. 마음이 가볍게 움직이는 사람도 아닐테고요. 쉽게 연애하는게 체질적으로 맞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모든 관계는 생채기를 내기 마련이다 생각하고 그냥 뛰어 들어가보세요. 내가 상처를 주든 받든 해보지 않곤 모르는 일이잖아요. 질문자가 다치면 진심을 다해 도닥거려줄 친구들도 많을 겁니다. 자신을 고쳐보고 싶다면 연애, 연애를 하세요. 세 번쯤 진하게 연애에 빠져들어 보세요.

 

 

 

 

2013-04-24 | 태그 648호, First-s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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