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통금이 있다니 마음이 식습니다


연애가 너무 하고 싶은 남자 복학생입니다. 이리저리 소개팅도 많이 하고, 어디 괜찮은 사람 없나 유심히 살피던 중에 한 여학생을 만났어요. 매력적인 데다가 성격도 좋더라고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떤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 여학생의 통금 시간이 엄청 이르다는. 근데 사실 저는 스킨십 없는 연애를 상상할 수가 없어요. 스킨십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사실 섹스겠죠. 통금 이야기를 듣는 순간 불같던 제 마음이 사그라지는 걸 느꼈어요. 물론 마음이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는데, 제가 너무 이상한 건가요?

 

 


A.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우선 멈추세요


이런 질문을 한 목적은 아마도 제게서 “이상하지 않아요. 괜찮아요. 당연히 그럴 수 있어요.”와 같은 말을 듣기 위함이겠죠? 그런데 어쩌죠? 너무너무라는 말을 지나치게 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이상해요. 물론 상황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대학 시절에 괜히“복학생 오빠들을 조심해라!”라는 말이 캠퍼스에 도는 게 아니었으니까요. 억눌린 욕정이란 한 순간에 사람을 멍청하게 만들곤 합니다.


이건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드럼도 친 격이네요. 우선 심호흡을 해봐요. 그렇게 급한가요? 통금이라는 그 여자가 지켜야 하는 규율 때문에 마음이 식어 버렸다면 그녀를 위해서라도 관심을 확실히 꺼주세요. 질문을 몇 번이나 다시 읽어보았지만 허기진 걸로밖에 안 느껴집니다. 상황 판단을 뇌가 아닌 페니스로 한 것 같아요.

 

어렵게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이런 답변이라니 잔혹하다고 생각하나요? 군대도 다녀온 성인 남자이자 대학생의 고민이라고 이런 질문을 받는 저의 기분같은 것도 고려해 보세요. 제가 질문자님의 사랑을 모욕한 건가요? 통금 때문에 사그라질 마음의 정체는 우선 사랑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도 민망하죠. 그래서 스킨십이라곤 했지만 섹스가 가능한 연애가 하고 싶다고 말한 것이겠죠? 그렇다면 통금과 섹스가 대체 무슨 상관이죠? 섹스가 어두운 밤에만 은밀하게 이뤄지는 일인가요? 달콤달달한 말의 꾐에 넘어가 그녀가 통금을 어기고 질문자와 밤을 보내면 당연히 섹스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질문 어디에도 그녀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는데, 과연 그런 남자와 섹스를 결심할 여자가 있을까요?

 

대한민국에 야간통행금지가 법으로 규정되어 있던 시절의 젊은이들은 모두 섹스리스 상태였을까요? 질문자가 그녀에게 섹스를 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거나, 섹스를 해도 괜찮을 안전한 남자라는 신뢰감을 준다면야 통금시간 전이라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겠죠. 통금으로 질문자 같은 남자를 걸러낼 수 있다면야 여성들에겐 자신을 지킬 아주 훌륭한 전략이겠군요. 그녀에게 관심을 끄고 자신의 마음부터 다스려보세요. 성급한 섹스로 괜한 여자에게 상처 입히지 말고요.

 

질문자 같은 남자들이 연애를 스킨십의 욕망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여자친구라면 섹스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처럼 생각을 하죠. 밤을 함께 보내며 밀어붙이면 할 수 있는 게 섹스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이번 참에 그 마음을 고쳐 먹도록 해요. 치근덕거리는 경계 대상 1호 복학생 오빠가 되기 전에 평정심부터 찾길 바랄게요.

 

 

 

2013-04-10 | 태그 646호, First-s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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