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남자친구에게

피임 말하기

조심스러워요

 

 

저는 스물두 살이고요. 드디어 남자친구와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함께 밤을 보내려고 하니 이것저것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더군요. 그런데 제가 따로 콘돔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걸까요? 남자친구에게 ‘콘돔은 챙겼어?’라고 물어보기도 부끄럽고 그렇다고 안 챙겨 왔을 때 제가 콘돔을 내밀어도 되는 건지, 경험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콘돔 때문에 오해를 받고 싶진 않거든요.

 

 

 

 

A.

섹스는

나를 안심시켜주는 남자와

하는 겁니다

 

 

드디어 생애 첫 섹스를 결심하셨군요. 남자친구를 좋아하니까 그런 마음을 품었겠지요. 그런데 감정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실패하지 않는 섹스를 하기 위해서는 ‘나를 안심시켜주는 남자’와 하는 게 좋아요. 지금은 질문자의 불안이 고스란히 느껴지는군요. 함께 밤을 보내기로 한 연인 사이에서 ‘콘돔은?’이라고 묻는 게 왜 문제가 되어야 하는 건가요?

 

콘돔이 음란한가요? 여행을 떠나기 전 두 사람은 어느 정도 육체적으로 서로를 탐닉한 시간을 가졌을 겁니다. 섹스를 결심할 만큼의 스킨십을 나누었겠죠. 그 순간 아무리 원초적 본능과 동물적 감각에만 충실했다하더라도 섹스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공유했어야죠. 피임 문제에 대해서 말하기가 껄끄러운 사이라면 아직 밤을 보내도 될 만큼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거죠.

 

서로의 페르몬에 강력하게 이끌려 급작스럽게 관계를 가지게 되더라도 편의점이나 약국 앞에서 자기야, 무슨 향이 나는 콘돔이 좋아? 초박형으로살까?’ 이런 걸 귀엽게 물어볼 수 있는 그런 개념 있는 남자일 때 섹스를 하세요.

 

여행지에 가서 결정적인 순간에 ‘콘돔을 쓰면 잘 안느껴져서 싫다’고 주장할 이기적이고 무지한 남자를 만나고 있는 건 아닌지부터 파악하세요. 안전하지 않음에도 섹스하길 강요하는 남자친구에게 내키지 않지만 응하게 된다면 그 섹스가 과연 사랑하는 연인 사이의 것일까요?

 

그런 후에 깊은 내상을 입는 건 여자이고 불행까지 겹쳐진다면 임신이라는 결과까지 고스란히 껴안게되겠죠.(콘돔도 제대로 안 쓰는 남자가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책임감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군요) 결혼을 약속한 사이가 아니라면 그렇다 해도 출산 계획까지 세워둔 게 아니라면 피임에 대한 입장을 확실하게 밝혀야 합니다. 설령 그가 꼼수를 부리며 콘돔을 준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미리 준비해간 콘돔을 내밀며 피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고수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아니 모르는 척해야 순수한 것처럼 보일까봐. 혹은 이런 건 남자들이 알아서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수동적인 태도로는 자기자신을 지켜낼 수 없답니다. 섹스가 공격과 방어의 개념은 아니지만 섹스의 결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임신 문제는 결코 스물두 살 여자가 혼자 감당하기에 어려운 문제입니다. 파우치에 콘돔 한두 개를 가지고 다니는 게 결코 흠이 될 순 없답니다. 그 의미를 곡해하는 남자들이야말로 멍청이인 거죠. 

 

섹스 그리고 그와 관련된 물품이나 용어들은 결코 부끄러운 것들이 아닙니다. 남자친구가 질문자를 사랑한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불안감을 해소해주기 위해 노력해야죠. 그것만 해결된다면 두 사람은 충분히 즐겁고 야한 밤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2013-03-24 | 태그 644호, First-s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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