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감정 소비 대신 택한 원 나이트 


2년간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지금은 진로때문에 공부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졸업과 취직, 이런 압박 때문에 지금은 연애에 예전처럼 감정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가끔 섹스에 대한 욕구가 치솟아서 힘들어요. 그럴 땐 원 나이트로 해소했어요. 처음엔 조심스럽던 마음이 이젠 아무렇지 않게 돼 나중에 큰 벌을 받게 될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면 저를 비난하겠죠? 이런 저에게 따끔한 충고를 부탁드려요.

 

 

 

 

A. 실패하지 않는 원 나이트에 필요한 것 


몇 년 사이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사람과 소통하는 다양한 방법이 발달하면서 취향이 비슷하면서도 새로운 사람들을 골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습니다. 각종 SNS는 연애의 단초를 제공해줍니다. 그런데 만남이 손쉬워진 만큼 연애 관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거나 책임을 버거워하는 사람들도 늘어난 것 같아요. 누군가에겐 그런 만남이 필요한 시기가 찾아옵니다. 하지만 경험해보지 않은 일은 언제나 두렵습니다.

 

처음 만나는 상대와 본능에 충실한 밤을 보내는 것, 머리로는 쉽지만 행동에 옮길 때는 주저하게 되죠. 그래서인지 원 나이트를 하기 위한 혹은 하고 난 다음의 감정적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는 여자 분들의 메일이 자주 오는 편입니다. 그 평균 연령이 점점 어려지는 걸 보면 지금 사회의 성의식이 변화하는 일면을 엿보는 기분입니다.

 

원 나이트는 도덕성, 정조 관념, 윤리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하룻밤이라는 유통기한이 간당한 온기라도 필요한 마음의 절박함이나 섹스를 하고 싶다는 몸의 뚜렷하고 정확한 욕망 때문이죠. 처음의 죄책감 혹은 두려움 같은 것도 회를 거듭할수록 무뎌지게 되죠.

 

원 나이트는 관계의 방식이 아니라 관계의 소모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단지 누군가를 다루는 방식이 될 뿐이죠. 실패하지 않는 원 나이트를 하려면 몇 가지 원칙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밤을 보내는 나의 목적을 뚜렷하게 하는 것입니다. 낯선 이에게 온기를 바라는 건 좋습니다. 그러나 6시간 혹은 8시간짜리 짧은 진심에 기대는 것으로 충분한 지, 더 많은 걸 바라지 않을 마음 단속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질문자처럼 연애 관계에 회의를 느끼고 있는 상태에서 섹스에 충실하려는 목적이라면 사랑받고 싶다는 헛된 마음도 버리고 상대에 대한 기대감도 낮추어야죠. 그런 건 몇 번의 원 나이트를 통해 실망하고 자존심이 상하는 일들을 겪고 상처받으면서 굳은살이 생기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무덤덤해지기도 합니다. 질문자가 원 나이트를 선택한 건 성적 능력을 이용해서 남자들을 기만하거나 자신의 욕구 충족에만 집중하고 이런 경험들을 과시하기 위함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말이죠.

 

2013년의 원 나이트는 자기가치를 폄하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을 던져 위로를 받는 행위같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서 정신을 차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질문자가 자신의 삶이 삐끗해서 균형을 잃은 것 같다 생각한다면 누군가의 충고가 필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따끔하게 혼낼 일도 아니구요. 다만 자기 합리화를 하기보단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한 건지, 그 선택을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이며 왜 이렇게 불편한 마음이 된 것인지 냉정하게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필요할 것 같네요.

 

 

 

 

2013-06-05 | 태그 654호, First-s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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