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콘돔 안 쓰려는 남자 헤어져야 하나요?


최근 사귄 남친과 섹스를 시작했는데 그가 콘돔 쓰는 걸 싫어합니다. 성감이 떨어진다나요. 전에는 그냥 질외사정을 했다고 합니다. 가끔 생리가 늦어질 때마다 임신한 거 아닐까 걱정하는 여자를 보면 도대체 남자친구가 어떤 놈이길래 걱정시키나 싶어서 욕했는데 제 남친이 이런 사람이라니 기 막힙니다. 이야기를 했더니 피임약을 먹는 건 어떠냐는 둥 타협하려 드는데, 부작용이 걱정될뿐더러 지금부터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어야 할 것 같아 싫어요. 이건 피임을 넘어 기본적 배려의 차원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별까지 생각하게 되네요. 이 문제가 이별 사유가 될 수 있나요? 

 

 


A. 단호하게 대처하세요.


이 사연을 읽고 도저히 그 남자친구에 대해 상냥하게 말할 수가 없네요. 피임을 하기 싫어하면서, 심지어 여자에게 피임을 전가하면서 섹스를 하겠다니 이 녀석 참. 무정자증에나 걸리라고 빌어주고 싶군요. 결혼해서 임신과 출산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없는 부부 사이도 출산 계획을 세우고 피임을 합니다. 그런데 미혼의 두 사람이 안전하고 제대로 된 피임에 대해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이건 이별의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단호해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섹스를 시작했다고 매일매일 하루에 두 번 이상 하는 것도 아닐 텐데, 간헐적 섹스를 위해 매일같이 피임약을 챙겨 먹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약물로 호르몬에 변화를 주는 것이므로 안정성 테스트를 했다고 한들 부작용은 없을까 걱정하게 되지요. 주기가 불규칙하여 호르몬의 균형을 잡기 위해 그리고 더욱 확실한 피임을 위해 약 복용을 병행하는 것이라면 의사에게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할테지요. 콘돔을 쓰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피임약 복용은 결코 안전하지 않습니다. 깜빡하고 복용을 잊게 되면 언제 배란이 될지 모르죠.

 

게다가 콘돔 이외의 피임법들은 섹스를 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성병을 예방해주지도 않고요. 미혼자라면 콘돔은 반드시 써야 하는 도구입니다. 성감이 떨어져서 콘돔 쓰길 거부하는 남자라니 그동안 얼마나 격렬히 자위를 해댄 것일까 물어보고 싶네요. 그렇지 않다면 심리적인 문제일 텐데, 느낌이 별로라는 이유로 임신의 위험을 상대에게 전가하는 건 이기적인 정도를 넘어서 글러먹은 거죠. 그렇게 성감이 중요하다면 비싼 콘돔을 쓰라고 권해주고 싶군요. 콘돔에 드는 비용은 아끼면서 최대 성감을 느끼길 원하다니. 섹스의 질을 높이고 싶다면 대가를 지불할 줄도 알아야죠. 


덧붙여 남자친구가 질외사정을 하도록 내버려두는 멍청한 여자애들도 혼내주고 싶네요. 콘돔을 안 쓰겠다는 남자들의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빠지지 않는 것이 ‘예전 여자친구들은 콘돔 쓰는 걸 싫어했다. 질외사정을 하게 했다’죠. 어쩜 그 말조차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건지. 피임 제대로 안 하는 여자애들, 자기 인생을 걸고 모험하는 건 자기 몫입니다. 자기 혼자 감당하는 거라면 알아서 하라죠. 하지만 임신해서 배가 불러오는 공포를 느끼면 분명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그러나 그땐 이미 늦었죠.

 

원치 않는 임신은 자신에게도, 아이에게도, 그리고 자신을 믿어주고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상처를 줍니다. 그것까지도 자업자득이니 넘어간다 쳐요. 하지만 그 남자의 다음 여자에게 질외사정의 여지를 주는 근거가 된다니 같은 여자로서 치욕스러운 거죠. 분명히 밝히세요. 콘돔 쓰기 싫다면, 피임약을 권하는 대신, 정관수술을 하라고요.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도 성병예방을 위해 콘돔은 필수입니다! 아셨죠?) 

 

 

 

2013-06-19 | 태그 656호, First-s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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