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섹스해야 안심이 돼요


스물두 살 여대생입니다. 저는 헤픈 여자예요. 클럽이나 술집에서 처음 만난 남자와도 쉽게 잠자리를 하고 남자친구를 사귀면 바로 섹스를 하는 편이죠. 주변 친구들은 이런 제 행동을 손가락질합니다. 저도 이게 남들에게 이해받기 힘들다는 걸 잘 알아요. 하지만 섹스를 할 때만 제가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요. 섹스를 할 땐 외로움을 잊을 수 있거든요. 섹스에서만 위로받을 수 있는 저, 이상한건가요? 
 

A. 그 행동이 당신을 더 외롭게 하진 않나요

이건 헤프다 그렇지 않다 판단할 문제라거나 섹스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누군가와의 관계 맺음, 친밀감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섹스 자체가 즐겁고, 기꺼이 모험할 만한 일이며, 다양한 사람과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이라면 저는 그것을 지지하고 응원할 겁니다.

 

하지만 외로움을 해소하고 위로를 받기 위해 성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면 우려를 표할 수밖에요. 섹스하는 동안 만족감을 충분히 느끼고 있나요? 그에게서 느끼는 감정이 ‘사랑받음’이라고 확신하고 있나요? 내가 원하는 것을 그에게 당당히 요구하나요? 남자가 자신에게 보내는 성적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의 성적 욕망이 강할수록 만족감을 느끼지만 정작 자신이 섹스를 통해 느낄 충족감은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닌가요?

 

이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하게 되는지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섹스를 하면서 해소하는 외로움은 날 더 외롭게 만들진 않는지, 사랑을 불신하게 만들거나, 친밀한 관계를 맺는데 장애 요소로 작동하는 건 아닌지 말이죠. 
섹스를 하는 동안 그와 내가 연관 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어요. 그러나 섹스가 끝난 뒤 호기심이 충족되거나 동물의 영역에서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느끼는 기묘한 불편함과 어색함은 허탈감과 슬픔을 남길 겁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맺고 있는 진중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가 허상처럼 느껴지거나 불가능하다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첫 연애의 트라우마 혹은 어린 시절의 경험들로 인해 생긴 문제일 수도 있겠죠. 그 원인까지 파악해볼 순 없지만 본인 스스로 직면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긴 힘들 겁니다. ‘섹스’를 통해서만이라도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고 믿고 싶은 걸 수도 있고, 섹스야말로 관계의 증거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게임 같은 관계가 아니라 대응하고 공평한 관계에서 친밀감을 느껴보려고 애써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런 게 가능한 남자에게서 지루함을 느끼거나 짜릿함 없이는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가벼운 기분으로 작업을 걸어오는 상대가 진실된 사랑일 리도 없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냉정하게 판단하고 유혹자가 되고 싶은 마음을 진정시켜보세요. 진짜 관계 맺음은 서로의 가치관이나 목표를 공유하고, 개성을 존중하면서, 함께 어떤 방향을 향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것이랍니다.

 

그것은 섹스만큼 쉽지 않고 흥미 위주의 일은 아닙니다. 외로움을 타인을 통해 해소하려는 마음은 버려요. 혹 위로를 받으려면 함께 걸어 나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서 받아야지, 하룻밤 자는 상대에게선 어떤 위로도 기대하지 말아요. 그런 관계에서 섹스는 단지 섹스입니다. 

 

 

 

 

2013-08-14 | 태그 661호, First-s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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