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제 몸에 자신감이 없습니다

 

4학년 여대생입니다. 연애는 세 번 정도, 일 년이 넘게 만난 적도 있었고 잠자리도 많이 했었지만 저는 섹스가 즐겁지가 않습니다. 죄 짓는 기분이 들어서 대체로 잠자리를 피하게 돼요. 제가 근래에 살이 좀 쪘는데 그 이후로는 남자친구가 팔이나 허리, 어깨 등을 만지는 것도 너무 싫었고요. 솔로가 된 이후로는 썸남도 여럿 있었지만 손을 잡는 것도 싫어지더라고요. 이런 스킨십 기피증, 어떻게 해야 하죠.
 
 
A 지금 충분히 괜찮아요

 

섹스를 하면서 죄를 짓는 기분이 드는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죠. 짧은 글에서 원인을 판단할 수 없지만 경직된 성교육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스무 살 무렵, 친구들과 늦은 새벽 옹기종기 모여 나누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섹스를 하면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아 재미있다’였거든요. 학교와 집을 반복하며 모범생처럼 살던 아이들에겐 못된 짓처럼 느껴졌던 거죠.

한때 섹스를 많이, 즐기던 시간이 있었다면 소강 상태도 찾아오기 마련이랍니다. 아무리 발정기가 따로 없는 인간이라고 해도 365일 발정 상태를 유지할 순 없죠. 섹스가 즐겁지 않을 때는 굳이 할 필요가 없겠죠. 그러나 그것이 나의 현재 몸 상태 때문이라면 문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섹스는 옷을 벗는 행위입니다, 많은 여자들이 섹스를 두려워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사랑하는 사람에게 늘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데 옷을 벗는 순간 체형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맵시를 부렸던 모든 마법과도 같은 효과가 사라집니다. 옷을 벗고 나체가 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 되기도 합니다. 여성의 몸에 대한 잣대가 엄격한 한국에서 나고 자라면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몸을 긍정하기란 쉽지 않죠.

이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는 저도 살이 포동포동 오르면서 겪었던 문제랍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 살이 붙다보니 또래 친구들의 경우 이런 후덕함도 장점으로 봐주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이십 대 초중반의 어린 친구들 경우에는 대체로 마른 걸 선호하더라고요. 살이 찌면 섹스를 할 때 그의 앞에서 옷을 벗는 게 편치는 않겠죠.

여기서 자기 몸을 긍정하라는 말이 말만 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도 그 말을 할 수 밖에 없어요. 가장 중요한 것이거든요. 살이 쪘다고 해서 섹시하지 않은 건 아니랍니다. 오히려 살 때문에 위축된 태도가 섹시함을 반감시키는 것이죠.
움직일 때마다 몸을 가리고 긴장을 풀지 못하면 좋은 섹스를 하는 데 방해가 됩니다. 섹스를 통해 육체가 느낄 수 있는 만족을 충분히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몸에 대해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저도 언제나 나의 리즈 시절은 지금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자들은 여자의 자신감에 매료되곤 합니다. 내가 말랐다는 조건이 갖춰졌기 때문에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섹스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죠. 상대가 나의 군살을 만지는 것에 대해서 소스라치게 경악할 필요는 없어요. 살을 만지면서 느끼는 안정감 같은 게 존재하고 그걸 좋아하는 남자들도 있답니다. 사랑하는 여자의 몸을 만지는 거지, 살이 많다고 놀리려고 그런 행동을 하는 건 아닐 테니까요.

그가 나를 만지고 싶어 하는 건 나를 있는 그대로 좋아해주고 있다는 증거일 테죠. 그걸 부정하려고 하지 말고 마음껏 누리도록 해요. 충분히 아름다운 자신을 사랑해주도록 해요.

 

 

 

 

2013-08-28 | 태그 663호, First-s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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