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저를 함부로 대할 남자 찾게 돼요 

 

스물다섯 살 대학원생입니다. 저는 거친 섹스에만 끌려요. 저를 함부로 대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남친에게는 그런 걸 요구하기가 힘들어요. 해달라고 하면 저에게 실망해서 떠날 것 같아요. 그래서 자꾸 남친 이외의 섹스 파트너를 만들게 됩니다. 어차피 서로 그것이 목적인 관계이니 원하는 대로 편하게 요구할 수 있어요. 이런 생활이 자꾸 계속되다보니 관계가 자꾸 꼬이기도 하고 힘들어져요. 어떻게 하죠?
 
 
A 죄책감 버리고 조금씩 요구해보세요

 

거친 섹스라는 단어만으로는 어떤 범위까지 포함시키면 좋을지 알 수 없지만, 저 역시 섹스를 할 때는 쉽게 깨질 유리병을 다루듯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터치보다는 동물적 본능에 충실한 과감하고 거친 방식이 저를 흥분시키더군요. 이런 방식을 선호하게 된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섹스 자체가 일탈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을 때, 아무래도 좀 더 자극적인 방향을 택하는 것 같아요. 

 

질문자는 욕구가 분명하고 원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것을 가장 사랑하는 상대에게 요구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남자친구를 기만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를 사랑하는 마음은 아주 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감정을 사랑이라고 명명하기에는 어렵고 복잡한 심리 상태로 보여요. 내가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둘의 관계는 공평한 관계라기 보단 ‘그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고 불안해 하는 입장인 건 아닌가 싶어요. 그런 두려움이나 불안, 위가 뒤틀릴 것 같은 감정들을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죠.

섹스는 생활이지 결코 일탈이 아니랍니다. 그러나 질문자의 무의식 속에 자신이 느끼는 성적 쾌감에 대한 죄의식이 깔려 있겠죠. 질문자에게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란 친밀감을 확인하는 방식이라기보다 자신의 성적 행동이 상대로 하여금 어떻게 하면 더욱 사랑받을까 하는 동기로 행해지는 건 아닌가요? 그렇다보니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공유하려는 시도는 쉽게 포기한 채 상대에게 맞춰주고 있는 것이겠죠. 다만 자신의 충족되지 않는 욕구는 다른 상대를 통해 얻어내고 있는 것이고요. 섹스가 목적인 관계도 순탄치는 않을 수밖에 없을 테죠. 거친 섹스라는 것은 서로의 성적 흥분이 고조되어 표출되는 것인데, 상대가 이성을 잃을 정도로 흥분하는 것을 보고서야 자신도 만족하는 섹스라는 의미일 테니까요.

어린 시절 제가 거친 섹스를 좋아했던 이유도 그런것이었죠. 대등한 감정적 관계에 미숙했던 시절엔 섹스를 통해서라도 상대를 조종하거나 나의 지배력 아래 두고 싶은 욕망을 품었죠. 상대를 뜻대로 움직이게 만들려는 술책이 잘 먹히면 충만감을 느낄지 몰라도 알다시피 그런 마음은 곧잘 좌절되곤 합니다. 그런데 우습게도 그런 과정이 실패했을 때 나의 성적 능력을 의심하며 섹슈얼한 측면에서 좀 더 노력하면 잘될 거라고 다짐하곤 하죠. 동시에 자신의 욕구나 섹스에 대한 죄의식은 커집니다. 결국 섹스는 일탈이 되고 말지요.

질문자의 성장 과정에서 ‘나의 욕망을 표출하면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야. 사랑받지 못할 거야. 어리광부리기보단 속 깊은 아이가 되어야 해’라는 의식이 연애에도 작용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표출 방식은 다를지 몰라도 장녀로 자란 여자들이 나쁜 관계에서의 좋은 섹스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이 있죠. 하지만 분명 좋은 관계에서 좋은 섹스를 할 수 있답니다. 멍이 들 정도로 깨물어 달라든지, 흥분이 고조될 때 엉덩이를 찰싹 때려달라는 요구 같은 건 소중한 여자친구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그를 주저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 즐거움을 얻고 나를 상처 주는 것이 아님이 공유되면 거친 행위들은 얼마든지 용인됩니다. 그런 나에게 실망할 남자라면 떠나보내는 게 앞으로의 행복을 위해서 더 나은 선택 아닐까요? 버려지는 게 아니라 맞지 않는 상대로 결별하는 것이죠. 그걸 두려워하지 말아요.

 

 

 

 

2013-09-04 | 태그 664호, First-s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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