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써봐도 되는 걸까요

 

남자친구와는 2년째 연애 중입니다. 평소에 장난기 많고 재미나고 새로운 걸 해보길 좋아해서 저도 덩달아 신나게 지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 방학 때 여행을 다녀온 남자친구가 바이브레이터과 러브젤을 사왔더라고요. 저랑 함께 사용해보고 싶어서 덜컥 사가지고 왔다는데 좀 낯설고 무섭기도 합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A. 나쁘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좋은 남자친구를 둔 것 같아 부럽다는 말을 먼저 전합니다. 아마 질문자도 지금까지는 남자친구의 모험심에 동조하며 연애를 즐기고 있었겠지요. 종잡을 수 없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신선함. 그런 것들이 그에게 빠져들게 만들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믿고 따라가보는 건 어떨까요? 머리로 우려하는 일보다 더 큰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테니까요.

게다가 바이브레이터에 대한 거부감은 의외로 여자보다 남자가 더 큰 편입니다. 아무래도 자신의 체력적 한계를 뛰어넘어 여자친구를 그 전에는 본 적 없는 쾌락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기계에게 미묘한 질투를 느끼겠지요. 자신의 페니스와 비교되는 것 같아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대한민국 남자들이죠.

그러나 질문자의 남자친구는 그런 밴댕이 소갈딱지를 가진 부류가 아니군요. 여자친구에게 궁극의 즐거움을 안겨주고 싶은 마음으로 쇼핑을 했을 테죠. 물론 자신의 호기심도 어느 정도 차지했을 테지만 두 사람이 서로 성적으로도 잘 맞고 솔직하게 그런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거라는 신뢰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그런 제안을 할 수 있었던 거라 생각합니다.

 

섹스를 함에 있어서 권태기가 올 만한 시점에서도 여전히 탐구정신을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해본다는 게 기특하네요. 저 역시 아직까지 섹스를 할 때 이런 도구들을 사용해본 적이 없기에 질문자가 걱정하는 마 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일반적인 커플 사이에 바이브레이터가 끼어드는 건 흔한 일은 아니죠.

1880년대 바이브레이터가 처음에 발명되었을 당시 여성의 히스테리를 치료하기 위한 도구였습니다. 그 원인은 남성의 욕구충족에만 치우친 섹스가 문제였죠. 21세기가 된 지금도 섹스를 함에 있어 여성의 욕구충족에 대해서는 많은 오해를 받고 있습니다. 차라리 바이브레이터 광고가 버젓이 신문에 실리며 그것을 사용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아도 되면 좋겠어요.

여자가 먼저 바이브레이터를 써볼까 제안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저도 해보고 싶지만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조심스럽기만 하거든요. 그런데 남자친구가 먼저 제안을 해주다니! 그런 적극성에 못 이긴 척 따라가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섹스앤더시티>에서도 보수적이고 얌전한 샬롯이 친구들과 성인용품 숍에 갔다가 장난스럽게 구매한 토끼모양 바이브레이터로 인해 두문분출하고 침대에 머무른 에피소드가 나오죠. 집까지 쳐들어온 친구들에게 토끼 사냥을 당하고 맙니다. 그처럼 몸의 즐거움을 깨우쳐주는 놀라운 물건을 거부하지 말아요. 주변에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해본 커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만족감이 크더군요. 그러니 질문자도 망설이지 말고 한번 도전해보는 거 어때요?

 

 

2013-08-22 | 태그 662호, First-s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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