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원나잇 이후, 쿨해질 수 없어요

 

어쩌다가 원나잇을 하게 되었어요. 클럽이나 술집에서 만나 이루어진 깔끔한 원나잇이 아니라, 알고 지낸 지 얼마 안 된 아는 사람과 술을 마시다 그렇게 됐어요. 취하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서로 호감이 있었기 때문에 그랬던 거라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그 후로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는다는 거예요. 상대방은 저를 쉬운 여자라고 생각할까요? 이미 이렇게 된 이상 좋은 연인 사이로 발전하기는 힘들 거라고 생각해서일까요? 저는 몸이 간 이상 마음이 쿨할 수가 없고 제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인지 헷갈리고,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A. 자책할 필요 없어요

 

질문자는 그 관계가 하룻밤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해서 덤벼들었던 건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렇게 되어버렸기 때문에 원나잇이라고 말하는 것 같네요. 본인이 그 밤을 그렇게 명명한다면서 ‘깔끔하다, 그렇지 않다’ 둘 중 하나로 구분 짓는 태도부터 정정하도록 합시다. 클럽이나 술집에서 만난 사람이나, 알고 지낸 지 얼마 안 된 사람이나 무슨 차이가 있나요? 호감? 신뢰? 전자의 부류와도 기본적인 끌림 없이 단지 발정났기 때문에 섹스를 하는 건 아닐 테죠.

 

클럽의 밤이 깊어지면 조급하고 절박해지는 남자들의 눈빛을 읽을 수 있죠. 그 순간엔 그들에겐 단지 여자이기만 하면 가능한 선택지이겠지만, 웬만한 여자들은 성별이 남자이기에 그 사람과의 섹스를 선택하는 일은 거의 없죠. 그 순간에도 판단의 기준에는 감정이 개입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신뢰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죠. 신뢰는 결국 ‘내가 믿는다’는 자기 본위의 행위일 뿐입니다. 게다가 신뢰를 저버린 사람은 오히려 질문자가 하룻밤 나를 안고서는 내치진 않을 거라 믿었던 바로 그 남자였습니다. 감정이 얽혀 들었기 때문에 깔끔하지 않은 밤을 보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질문자의 잘못이라고밖에 할 수 없어요. 남녀 사이에 소위 전통적인 방식으로 서로 호감을 느끼고 그걸 표현하고 사귀자라는 고백을 하고 그렇게 연애가 시작되고 차근 차근 수순을 밟아 섹스를 한 게 아니라면, 급작스러운 섹스를 선택하는 순간 필요한 것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입니다.

몸을 섞었기 때문에 마음이 간다라고 말하는 건 비겁하지 않나요? 마음이 갔으니 몸으로서도 그 감정을 표현했다. 하지만 내 마음의 크기에 그가 미치지 못했다. 어쩔 수 없네. 끝! 이라는 다른 결말도 생각하지 않은 채 핑크빛 기운에 취해 그와 잠자리를 가졌다는 건 순진하다 못해 어리석은 거죠. 물론 그를 좋아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겠죠. 하지만 그 방식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스스로 잘알고 있잖아요. 이 상황에서 질문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순간의 진심’에 충실했다는 것뿐입니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건지 헷갈릴 필요가 없죠. 왜 이미 자신의 더러운 바닥을 드러낸 남자를 좋아하려 하나요?
 

질문자에게 이런 태도를 취한 남자의 어떤 부분을 좋아해줘야 하는 거죠? 몸을 섞은 남자니 그를 비난하는 것이 나의 가치를 깎는 거라는 생각이 들지도 몰라요. 하지만 실패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때 경험의 가치는 더욱 추락하는 것이랍니다. 그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는다고 자기 자신을 쉬운 여자라고 생각하거나, 누군가의 연인이 되기에 모자란 사람으로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 마음을 다해 극진하게 그를 대했지만 그 마음에 대한 보답이 결국 이런 것이었을 뿐이죠. 삶은 언제나 우리를 배신하곤 합니다. 이 일은 그저 해프닝일 뿐이었습니다. 나쁜 기운이 질문자에게 스며들지 않도록 조금은 단단해지도록 합시다. 다음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만 않는다면 이 일을 통해서 많은 걸 배웠으니 그걸로 충분한 겁니다.

 

 

 

 

2013-09-11 | 태그 665호, First-sex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