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성경험이 있는 남친 견딜 수 없어요

 

남자친구가 군필자인데, 친구들이 군필자면 무조건 성경험이 있다고 하는 거예요. 저는 그게 너무 궁금해서 사귀고 나서 시간이 지난 뒤에 성경험이 있느냐고 물어봤어요. 근데 오래 사귄 여자친구랑 성관계한 경험이 있다는 거예요. 근데 저는 그게 너무 신경 쓰여요. 너무 신경 쓰이다보니 제가 그 사실을 못 견딜 것 같아서 헤어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아무래도 저는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고, 제가 너무 과거에 집착하는 이상한 사람인가요?
 
 
A. 그를 내가 소유했다고 믿나요

 

질문자는 과거에 집착하고 있는 게 아니랍니다. 사랑과 섹스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잡고 있지 못하는 것 뿐이지요. 질문자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순백색의 무경험과 무경험이 만나서 서로만 바라보고 서로를 옭아매고 서로가 서로에게 모든 것이 처음이어야 하는 그런 관계인가요? 내 남자의 지난 성관계가 신경이 쓰일 순 있습니다. 사랑은 과거의 망령과 싸우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과거의 상대가 강력할수록 그를 사랑하는 사람은 혼자 고군분투하게 되죠. 하지만 그것은 그의 문제입니다.

그가 과거를 안고 당신을 만났다면 그의 잘못입니다. 그의 탓을 해야겠죠. 하지만 지금 질문자에겐 그 과거가 본인을 위협하는게 아니죠. 스스로 지뢰를 만들고 그걸 밟아보려고 애쓰고 있네요. 물론 그것도 본인의 잘못은 아니랍니다. 자라오는 동안 주입된 성관념과도 관련이 있겠죠. 성경험이라는 걸 부정적으로 보고, 그 유무를 통해 문란함을 판단 가능하다고 의식하고 있기에 신경쓰이고 견딜 수 없는 것이겠죠. 그가 나 이전에 사랑했던 역사를 가졌다는 거 자체가 싫어서 괴로워하는 것 같진 않은 것 같군요. 섹스에 결벽적인 태도. 그게 지금의 문제겠네요. 덧붙여 군필자라면 무조건 성경험이 있다고 단정 짓는 친구들의 태도도 우습네요.

무엇에 근거한 통계인가요? 매매춘에 대한 것이라면 개인의 신념이겠죠. 강요로 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무조건이라고 하는 건 남성을 모독하는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죠. 한창 혈기왕성한 시기에 분출이 필요하겠죠. 그런 것 때문에 남자친구에게 지난 과거를 물었다는 것도 본인이 얼마나 남자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보여줄 뿐입니다. 매매춘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그걸 ‘응, 나 해봤어’라고 자신 있고 당당하게 대답할 남자가 몇이나 될까요? 물어서 소용없는 질문을 해놓고 예상 밖의 대답. 이전에 오래 사귄 여자친구와 경험이 있다는 말에 현재 멘탈 붕괴를 겪고 있는 게 얼마나 긁어 부스럼을 만든 일인가요? 이건 질문자가 이상한 게 아니라 어리석은 거죠.

그 사람은 연애를 했고 그에 합당한 애정 표현의 방식으로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질문자는 그의 깊어진 사랑을 받지 않을 건가요? 아니 누구와도 그런 경험을 가지지 않을 건가요? 대체 언제 누구와 섹스를 할 생각인가요? 그런 건 확고하게 정해두었나요? 질문자는 지금 남자친구가 처음이자 마지막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남자친구에게실망하고 견딜 수 없다고 말하는 건가요? 지금 제가 한 질문이 매몰찰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질문자도 자신의 성경험에 대해 어떠한 고민도 없고 관계에 대한 성찰도 없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생각을 해보라는 겁니다.

 

사랑은 움직임입니다. 흐름속에 있어요. 인정하기 싫겠지만 둘의 관계도 유동하는 가운데 잠깐의 머무름이죠. 그를 내가 소유했다고 믿고 있나요? 그렇기 때문에 그의 과거도 싫고 완전하게 무결한 상대를 갖길 원하나요? 애초에 그런 상대를 찾는 것은 환상이고 그런 상대를 가진다 해도 그건 그 순간일 뿐입니다. 질문자도 과거의 사람이 될 수 있죠. 그게 무서워서 혹은 불결하다 생각해서 누굴 만나도 섹스를 하지 않을 건가요? 이 얼마나 촌스러운 생각인가요. 사랑받을 줄 모르면서 불안 속에서 떨고 있는 자신에게 필요한 건 진지하게 사랑을 공부하는 마음일 것 같군요.

 

 

 

2013-10-09 | 태그 668호, First-s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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