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감정 정리가 안돼요

저는 21살이지만 아직 연애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모태솔로입니다.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알게 된 오빠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당시 오빠에겐 여자친구가 있어서 혼자서 애태웠죠. 헤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고백을 했답니다. 오빠는 누군가를 사귈 때가 아니라고 정중히 거절을 했어요. 이후 자주 같이 시간을 보내다보니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 키스를 하게 되었어요. 그러고 난 뒤 미안하다고 말하더군요. 얼마 뒤 오빠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어요. 마음을 접어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겠는데 도저히 못하겠어요.
 
 
A 가망없는 관계서 사랑 구걸 마세요
우선 스물한 살에 자신을 모태솔로라고 소개하는 건 좋지 않다고 말하고 싶어요. 스스로에게 모태솔로라는 연애에 미숙하고 부정적인 뉘앙스가 담긴 단어를 붙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다보면 스스로 자신감만 낮아질 뿐이죠. 그럴 필요는 없어요. 연애를 하고 있다고 해서 더 나은 인간임을 증명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아마 질문자의 눈에는 그 오빠는 더할 나위 없이 근사한 사람일 겁니다. 특히나 처음 관계가 설정되던때에 가질 수 없는 사람, 다른 누군가의 남자친구라는 점 때문에 더 애가 타고 욕망하게 되면서 객관성을 잃게 되었을 겁니다.
 
사연을 읽으면서 참으로 싫은 말이지만 잔인한 진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더군요. “더 좋아하는 사람이 언제나 사랑에서는 약자”라는 것. 그래서 희망고문의 과정에 제 발로 자진 참여하기로 마음먹은 거겠죠. 그 남자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마음이 없는 상대, 특히 그 상대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 그 마음을 이용해서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고 하지 않았을 겁니다. 섹스도 아니고 키스를 했을뿐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죠. 질문자가 그러길 원했고 그 마음에 오빠는 응해준 것뿐이라고 두둔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런 행동을 하고 난 뒤 마음이 심란해지고 복잡해진 건 누구였나요?

바름과 도리를 따르기보다는 절제하기 힘든 몸의 욕구에 굴복해서 실수를 저지를 수는 있겠죠. 비록 마음은 없더라도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과 순간의 외로움을 그런 식으로 해소하는 식의 사건 사고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뭔가 색다르게 놀라운 일도 아니지요. 그렇다고 그 행동이 정당화되진 않아요. 뻔히 미안하다고 말하게 될 짓을 왜 하나요? 말로표현하기만 하면 용서가 되는 건가요? 그 말을 듣고 질문자는 ‘아~ 오빠는 내게 정말 미안해하는구나’하고 이해해주었나요? 그런 호의를 계속하면 인간을 호이호이 둘리로 만드는 거랍니다. 그럴 땐 뺨이라도 때렸어야죠.

게다가 그 오빠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 또 새로운 연애를 하는 동안, 질문자는 제자리에서 그 오빠만 바라보고 있었죠. 본인만 정체되어 있는 거랍니다. 짝사랑, 나쁘진 않죠. 그리고 그 마음을 전달하기도 했으니 질문자는 패기 넘치는 사람이죠! 하지만 그것이 잘 안 될 사이라고 판단하는 순간 결코 쉽지 않더라도 마음을 단속할 줄 알아야 한답니다.

잘 안 되죠. 안 됩니다. 무슨 도 닦는 것도 아니고 부처나 예수도 아닌데 마음 다스리는 게 쉽겠어요. 저도 잘 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래도 아닌 건 아니라고 자기암시를 하고 다잡아야 해요. 어떻게 해도 그 오빠는 질문자를 여동생으로 여길 뿐 연애하고 싶은여자로 느끼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죠. 가망 없는 관계를 희망의 가는 끈에 의지하며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요. 구걸한다고 해서 사랑을 얻을 순 없답니다. 그 관계는 오래가지도 못하고요. 자존감만 낮아질 뿐이죠. 여자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이 자존감을 잃는 것이랍니다. 그러니 나를 사랑해줄 남자를 탐색하는 데 시간과 공을 들이도록 해요!

 

 

 

 

2013-10-16 | 태그 669호, First-s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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