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여자에게 실망했어요 

저는 복학해서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술자리에서 친구들이나 후배 들은 연애 타령인데 솔직히 저는 더 이상 여자를 믿지 못하겠습니다. 그동안 연애를 하면서 여자들에게 질려버렸습니다. 전 여자친구는 군대에 있는 동안 제 친구와 바람을 피웠더군요. 그 이전의 관계에서도 변덕스럽고 이기적인 여자들 때문에 상처받고 힘들기만 했습니다. 연애는 제게 고통이더군요. 이제 연애 대신 가벼운 관계로 지내면서 가끔 데이트하고 섹스하는 정도로만 여자를 만나고 싶습니다.
 
 
A 공허함과 외로움이 뻔한 결말 괜찮나요 
어떤 방식의 만남을 하든지 성인 남녀 두 사람의 의지로 합의 하에 이뤄지고 있는 거라면 제가 덧붙일 말은 없겠지요. 하지만 책임감 있는 관계를 가지고 싶지 않은 이유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의 비겁함에 대해서는 훈장질을 해야 할 것 같네요. 흔히들 사랑에 빠지면 환상적인 일을 겪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사랑에 빠졌을 때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일종의 도취, 환각과 같은 상태 로 만들어 주다보니 사랑은 행복하고 즐거운 것이라고들 착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한 번이라도 사랑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그 순간은 찰나일뿐 오히려 고통에 가까운 수행의 행위라는 걸 알게 됩니다. 비단 질문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과 연애에서 상 처 입은 남자나 여자들이 한결같이 이런식으로 말 하곤 합니다. “이제는 누군가를 사랑할 힘이 남아있 지 않다. 상대에게 열어줄 마음의 문이 절반은 닫혀 버렸다. 다시는 사랑 따윈 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 말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뱉은 말과는 반대로 다시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싶고 사랑하고 사랑 받고 싶어 한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가 줄 상처, 거절을 두려워하는 것이지요. 질문자가 겪은 일들은 상대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 기 충분한 사건이었습니다. 일련의 연애를 한 뒤 “여 자들이란 다 뻔해. 조신한 척하지만 남자들보다 더 하지. 여자들은 요물이야. 믿을 수 없어”와 같은 마 음으로 여성 혐오에 빠질 수도 있겠죠. 자신이 받은 상처를 그대로 여자들에게 돌려주겠다고 결심하고 카사노바 흉내를 내는 남자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행동한다고 해서 상처가 옅어지고 마음이 회 복이 된다면 그것이 해결 방법이 될 수 있겠죠. 그러나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을 감춘 채 사랑에 대한 회의감만 가득하여 사랑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면 그다음으로 질문자가 느끼게 될 것은 공허와 외 로움일 게 뻔합니다. 기계적으로 상대를 대하고 관계를 게임처럼 여길지 도 모르죠. 어떤 식으로 여자를 이끌어야 쉽게 잠자리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들도 터득하게 될 겁니다. 연애보다 수월하겠죠. 마음을 준 적 없으니 아플 일도 없겠죠.
 
매번 성공하진 못할 테니 실패 의 순간에 자신을 보호할 구실들이 필요하겠죠. ‘여자들이란…’ 여자들에 대한 신뢰는 더욱 망가질 겁 니다. 진심이란 단지 그 순간의 충동과 끌림 밖에 없는 관계에서 잘 먹히는 농담이나 던지고 있겠죠. 사랑 때문에 아프기 싫다는 이유로 관계 맺기를 포기하고 싶은 게 맞는 건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세요. 사랑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고통들, 서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상대에 게 날을 세웠던 부분이 마모되는 과정은 결코 즐겁 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상대에 대한 신뢰와 안정감을 너무 일찍 포기하려는 건 아닌가 싶네요. 사랑에 대해 눈먼 사람들이 쉽게 잊는 것이 바로 그 런 부분이지 않을까 싶어요. 사랑은 화려하거나 흥 분되거나 신나기만 한 일이 결코 아니랍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의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지는 것도 아니죠. 오히려 서로의 다름을 수용 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많은 용기와 인내와 헌신이라는 요소가 필요합니다. 내가 가볍길 원한다 면 상대 역시 그렇게 나를 대할 뿐이죠. 그게 질문자가 진짜로 원하는 관계인가요?
 

 

 

 

2013-10-31 | 태그 671호First-sex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