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팬픽보고 성적 판타지를 키우는 여자친구 어쩌죠

 

제 여자친구는 아이돌 EXO의 팬입니다. 저보다 그 아이돌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 질투가 날 때도 있지만 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이들을 좋아한 이후로 여자친구가 이상한 성적 판타지를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팬픽을 주로 읽게 된 탓인지 가끔씩은 교복 같은 코스프레에 대한 의지를 비치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코스프레를 할 생각이 없지만 제 여자친구를 변태로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이 친구에게 좋은 것일까요?
 
 
A 변태라고 생각진 마세요

 

아이돌과 팬픽이라고 하니 저의 소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군요. 한때는 제법 매진했던 장르의 글이었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특징적인 행동이나 말버릇을 고스란히 가진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조금은 수위 높은 이야기에 매료되어 있었죠. 요즘은 인터넷이 대중화되고 곳곳에 성적 코드를 담은 혹은 노골적으로 드러낸 콘텐츠들이 포진되어 있죠. 그렇다보니 성적 호기심을 시각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접근 방식들이 다양하고 손쉬운 편입니다.

 

그럼에도 소녀들은 소년들이 의례적으로 접하게 되는 AV 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성적 호기심을 키워나가는 게 됩니다. 남자들이 AV를 통해 현실에서의 성적 행동 과는 괴리감이 있는 성적 장면들을 접하게 되듯이 여자들은 순정만화나 연애소설, 더 나아가 팬픽이나 야오이 장르를 통해 연애와 섹스에 대한 자신만의 망상을 키워나가는 것이죠. 팬픽은 대상에 대한 욕망이 뚜렷하고 거대하게 표출된 작품입니다. 구체적인 욕구를 글로 분출하고 그것을 소비하는 팬픽은 여성으로서의 성적인 욕망에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행동이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성적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팬픽을 바탕으로 한 망상들은 아무래도 성을 왜곡시키는 측면이 크죠. 로맨스에 대한 몹쓸 환상만큼이나 성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도 허세를 가지게 만듭니다. ‘나는 야하다는 걸 제법 알고 있어. 남자들이 원하는 것도 알고 있어’라고 생각하겠지만 여성의 욕망을 바탕으로 쓰인 그 글은 소녀들의 욕망일 뿐 실제 남자들이 반영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지요. 확실히 그런 것들은 실제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그러나 팬픽이라는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갖게 된 성적 판타지에 대해서 ‘이상하다’라고만 접근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순 없을 것 같아요. 특정한 옷에 대한 욕망은 비단 팬픽이 아니더라도 유발될 수 있는 것이죠.

남자들도 경찰, 간호사, 승무원, 오피스걸 등등의 복장을 한 혹은 역할 중인 여성과의 섹스를 꿈꾸기도 합니다.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때 상대가 동의를 한다면 즐거운 역할극 섹스를 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변태인 건 아닙니다. 다른 방식으로 섹스를 즐기는 것일 뿐이죠. 질문자의 여자친구 역시 그런 욕망을 가졌다고 해서 변태가 되는 것도 아니랍니다. 여자친구가 일반적이지 않을뿐더러 과도한 코스프레를 요구하면서 그것이 실현될 때까지 섹스 파업을 선언한 상태가 아니라면 교복 정도는 배려 없고 이기적이고 변태적인 욕구라고 나무라긴 힘들 것 같네요.

여자친구가 교복을 입고 해보길 원한다면 시도해볼만한 일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본인에게 그럴 의지가전혀 없고 거북함을 느낀다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지요. 그런 마음을 여자친구에게 잘 설명해주면 될것 같아요. 한쪽의 욕구만 만족되는 방식의 섹스는 공평하지 않으니까요. 다만 본인의 거부감이 교복이 라는 복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남자로 인해 유발된 욕망이라서 그런 것은 아닌지, 존재하긴 하지만 실체를 알 수 없는 아이돌에 대한 질투로 판단력이 흐려지고 이해심이 좁아진 건 아닌지 생각해보세요.

 

 

2013-10-02 | 태그 667호, First-s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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