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성경험이 있는 남친 견딜 수 없어요

 

남자친구가 군필자인데, 친구들이 군필자면 무조건 성경험이 있다고 하는 거예요. 저는 그게 너무 궁금해서 사귀고 나서 시간이 지난 뒤에 성경험이 있느냐고 물어봤어요. 근데 오래 사귄 여자친구랑 성관계한 경험이 있다는 거예요. 근데 저는 그게 너무 신경 쓰여요. 너무 신경 쓰이다보니 제가 그 사실을 못 견딜 것 같아서 헤어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아무래도 저는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고, 제가 너무 과거에 집착하는 이상한 사람인가요?
 
 
A. 그를 내가 소유했다고 믿나요

 

질문자는 과거에 집착하고 있는 게 아니랍니다. 사랑과 섹스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잡고 있지 못하는 것 뿐이지요. 질문자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순백색의 무경험과 무경험이 만나서 서로만 바라보고 서로를 옭아매고 서로가 서로에게 모든 것이 처음이어야 하는 그런 관계인가요? 내 남자의 지난 성관계가 신경이 쓰일 순 있습니다. 사랑은 과거의 망령과 싸우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과거의 상대가 강력할수록 그를 사랑하는 사람은 혼자 고군분투하게 되죠. 하지만 그것은 그의 문제입니다.

그가 과거를 안고 당신을 만났다면 그의 잘못입니다. 그의 탓을 해야겠죠. 하지만 지금 질문자에겐 그 과거가 본인을 위협하는게 아니죠. 스스로 지뢰를 만들고 그걸 밟아보려고 애쓰고 있네요. 물론 그것도 본인의 잘못은 아니랍니다. 자라오는 동안 주입된 성관념과도 관련이 있겠죠. 성경험이라는 걸 부정적으로 보고, 그 유무를 통해 문란함을 판단 가능하다고 의식하고 있기에 신경쓰이고 견딜 수 없는 것이겠죠. 그가 나 이전에 사랑했던 역사를 가졌다는 거 자체가 싫어서 괴로워하는 것 같진 않은 것 같군요. 섹스에 결벽적인 태도. 그게 지금의 문제겠네요. 덧붙여 군필자라면 무조건 성경험이 있다고 단정 짓는 친구들의 태도도 우습네요.

무엇에 근거한 통계인가요? 매매춘에 대한 것이라면 개인의 신념이겠죠. 강요로 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무조건이라고 하는 건 남성을 모독하는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죠. 한창 혈기왕성한 시기에 분출이 필요하겠죠. 그런 것 때문에 남자친구에게 지난 과거를 물었다는 것도 본인이 얼마나 남자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보여줄 뿐입니다. 매매춘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그걸 ‘응, 나 해봤어’라고 자신 있고 당당하게 대답할 남자가 몇이나 될까요? 물어서 소용없는 질문을 해놓고 예상 밖의 대답. 이전에 오래 사귄 여자친구와 경험이 있다는 말에 현재 멘탈 붕괴를 겪고 있는 게 얼마나 긁어 부스럼을 만든 일인가요? 이건 질문자가 이상한 게 아니라 어리석은 거죠.

그 사람은 연애를 했고 그에 합당한 애정 표현의 방식으로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질문자는 그의 깊어진 사랑을 받지 않을 건가요? 아니 누구와도 그런 경험을 가지지 않을 건가요? 대체 언제 누구와 섹스를 할 생각인가요? 그런 건 확고하게 정해두었나요? 질문자는 지금 남자친구가 처음이자 마지막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남자친구에게실망하고 견딜 수 없다고 말하는 건가요? 지금 제가 한 질문이 매몰찰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질문자도 자신의 성경험에 대해 어떠한 고민도 없고 관계에 대한 성찰도 없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생각을 해보라는 겁니다.

 

사랑은 움직임입니다. 흐름속에 있어요. 인정하기 싫겠지만 둘의 관계도 유동하는 가운데 잠깐의 머무름이죠. 그를 내가 소유했다고 믿고 있나요? 그렇기 때문에 그의 과거도 싫고 완전하게 무결한 상대를 갖길 원하나요? 애초에 그런 상대를 찾는 것은 환상이고 그런 상대를 가진다 해도 그건 그 순간일 뿐입니다. 질문자도 과거의 사람이 될 수 있죠. 그게 무서워서 혹은 불결하다 생각해서 누굴 만나도 섹스를 하지 않을 건가요? 이 얼마나 촌스러운 생각인가요. 사랑받을 줄 모르면서 불안 속에서 떨고 있는 자신에게 필요한 건 진지하게 사랑을 공부하는 마음일 것 같군요.

 

 

 

2013-10-09 | 태그 668호, First-sex

 

 

 

 

 

 

 

 

 

 

Q. 팬픽보고 성적 판타지를 키우는 여자친구 어쩌죠

 

제 여자친구는 아이돌 EXO의 팬입니다. 저보다 그 아이돌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 질투가 날 때도 있지만 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이들을 좋아한 이후로 여자친구가 이상한 성적 판타지를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팬픽을 주로 읽게 된 탓인지 가끔씩은 교복 같은 코스프레에 대한 의지를 비치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코스프레를 할 생각이 없지만 제 여자친구를 변태로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이 친구에게 좋은 것일까요?
 
 
A 변태라고 생각진 마세요

 

아이돌과 팬픽이라고 하니 저의 소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군요. 한때는 제법 매진했던 장르의 글이었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특징적인 행동이나 말버릇을 고스란히 가진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조금은 수위 높은 이야기에 매료되어 있었죠. 요즘은 인터넷이 대중화되고 곳곳에 성적 코드를 담은 혹은 노골적으로 드러낸 콘텐츠들이 포진되어 있죠. 그렇다보니 성적 호기심을 시각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접근 방식들이 다양하고 손쉬운 편입니다.

 

그럼에도 소녀들은 소년들이 의례적으로 접하게 되는 AV 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성적 호기심을 키워나가는 게 됩니다. 남자들이 AV를 통해 현실에서의 성적 행동 과는 괴리감이 있는 성적 장면들을 접하게 되듯이 여자들은 순정만화나 연애소설, 더 나아가 팬픽이나 야오이 장르를 통해 연애와 섹스에 대한 자신만의 망상을 키워나가는 것이죠. 팬픽은 대상에 대한 욕망이 뚜렷하고 거대하게 표출된 작품입니다. 구체적인 욕구를 글로 분출하고 그것을 소비하는 팬픽은 여성으로서의 성적인 욕망에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행동이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성적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팬픽을 바탕으로 한 망상들은 아무래도 성을 왜곡시키는 측면이 크죠. 로맨스에 대한 몹쓸 환상만큼이나 성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도 허세를 가지게 만듭니다. ‘나는 야하다는 걸 제법 알고 있어. 남자들이 원하는 것도 알고 있어’라고 생각하겠지만 여성의 욕망을 바탕으로 쓰인 그 글은 소녀들의 욕망일 뿐 실제 남자들이 반영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지요. 확실히 그런 것들은 실제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그러나 팬픽이라는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갖게 된 성적 판타지에 대해서 ‘이상하다’라고만 접근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순 없을 것 같아요. 특정한 옷에 대한 욕망은 비단 팬픽이 아니더라도 유발될 수 있는 것이죠.

남자들도 경찰, 간호사, 승무원, 오피스걸 등등의 복장을 한 혹은 역할 중인 여성과의 섹스를 꿈꾸기도 합니다.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때 상대가 동의를 한다면 즐거운 역할극 섹스를 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변태인 건 아닙니다. 다른 방식으로 섹스를 즐기는 것일 뿐이죠. 질문자의 여자친구 역시 그런 욕망을 가졌다고 해서 변태가 되는 것도 아니랍니다. 여자친구가 일반적이지 않을뿐더러 과도한 코스프레를 요구하면서 그것이 실현될 때까지 섹스 파업을 선언한 상태가 아니라면 교복 정도는 배려 없고 이기적이고 변태적인 욕구라고 나무라긴 힘들 것 같네요.

여자친구가 교복을 입고 해보길 원한다면 시도해볼만한 일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본인에게 그럴 의지가전혀 없고 거북함을 느낀다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지요. 그런 마음을 여자친구에게 잘 설명해주면 될것 같아요. 한쪽의 욕구만 만족되는 방식의 섹스는 공평하지 않으니까요. 다만 본인의 거부감이 교복이 라는 복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남자로 인해 유발된 욕망이라서 그런 것은 아닌지, 존재하긴 하지만 실체를 알 수 없는 아이돌에 대한 질투로 판단력이 흐려지고 이해심이 좁아진 건 아닌지 생각해보세요.

 

 

2013-10-02 | 태그 667호, First-sex

 

 

 

 

 

 

 

 

Q. 남녀가 바뀐거 같아요

 

학기 초에 만난 여자친구가 있는데 최근에 성관계를 가지게 됐어요. 그런데 그 후로 여자친구가 성관계에 너무 집착을 하는 거 같아 걱정이에요. 간혹 나를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성관계를 맺는 것이 즐거운 것뿐인지 헷갈릴 정도로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여자친구에게 자제를 요구하는 게 옳을까요?
 
A. 여자친구에 대한 불안감은 아닌가요

 

이 질문을 읽는 동시에 <피어나>와 <24시간이 모자라>라는 두 곡의 노래가 생각이 나더군요. 대중가요에서 섹스를 경험한 여성이 그것을 탐닉하고 욕망하고 있음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건, 비록 여가수를 섹스 어필한 콘셉트로 내세우기 위한 상업적 수단이라 할지라도 유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흘려들었을 가사를 적어볼까 합니다. “이렇게 좋을 건 뭐니? 날 갖고 뭘 했던 거니? 나른해지는 오늘 밤, 난 다시 피어나. You can make me high. You can make me fly. 자꾸 보고 싶어서, 듣고 싶어서, 갖고 싶은 너의 모든 그 ah ah ah” “24시간이 모자라. 너와 함께 있으면 너와 눈을 맞추면. 24시간이 모자라. 내가 너를 만지고 니가 나를 만지면. 널 보고 있으면 모든 걸 다 잊어버려. 니가 나를 가득 채워. 널 안고 있으면 모든 게 완벽해. 이대로 영원히 있고 싶어” 이 노래 속 여자들의 욕망이 위태롭다고 느끼나요?
 
여성도 남성 못지않은 욕구를 느낍니다. 오히려 성관계에서 느끼는 육체적, 정신적 쾌감에 관해서라면 훨씬 집요하고 강력하죠. 특히 오감의 완벽한 만족을 꾀하지요. 단순히 사정하고 나면 해결되는 방식의 성욕이 아니기 때문이랍니다. 학기 초부터 연애를 했고 최근에 성관계를 맺었다면 6개월 정도 사귄 상태겠군요. 일반적으로 연인들이 100일 내외에서 섹스를 하는 게 평균이라고 보았을때 서로에 대해 신중하고 차근차근 알아나간 사이였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나를 좋아하는 건지, 섹스가 좋은 건지 파악이 안 된다면 질문자 본인이 이 관계에 자신감이 부족한 건 아닌가요? 여자친구가 날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섹스가 좋기 때문에 만나는 건 아닐까 걱정되는 것도 결국 관계에 대한 불안감이 바탕에 깔려 있어서 그런 것이겠죠.
 
질문자에 대한 마음이 사귀는 동안 점점 더 커져갔고 그랬기에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인 섹스를 나누었을 때 충분히 만족감을 느꼈다. 그래서 여자친구가 현재 그 섹스에 탐닉하는 중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거예요. 섹스가 별로였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음번에는 그런 분위기가 되는 걸 피하겠죠. 특히 여자 입장에서는 불만족스러운 상대와 섹스를 적극적으로 이어나가지 않죠. 여자친구의 마음에 의혹을 품었다면 섹스를 하지 않을 때 둘의 관계가 어떠한지 살펴보세요. 섹스할 때와는 다르게 함께 있으면 따분해한다든지, 섹스를 할 때만 다정하다든지 하는 징후를 느꼈나요? 
 
그렇다면 단지 섹스가 좋기 때문에 만나는 것인지도 몰라요. 혹은 사소한 다툼으로 사이가 틀어질 때 섹스라는 수단으로만 해결하려 든다면 그녀에게는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단둘이 있는 공간에서 여자친구가 먼저 섹스를 유도하고, 하고 싶어 한다고 해서 성관계에 집착한다고 생각한다면 질문자가 ‘여자’에 대해서 잘 모르는 거랍니다. 혹은 본인이 여자친구의 성욕을 충족시켜줄 만큼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에 위기감을 느끼는 건지도 모르죠.

 

우리 올챙이 시절을 한번 떠올려 보도록 합시다. 처음 몽정을 하고 성적 충동이라는 걸 경험한 뒤, 야동의 세계에 발을 들인 그날의 나는 어떠했나요? 절제와 균형의 덕목이 적용이 되던가요? 질문자의 여자친구가 성관계에 탐닉하는 이유가 단지 발정기가 왔기 때문이라면 절제시킨다고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오히려 자신을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남자친구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겠지요. 열심히 섹스를 하는 시기도 아주 잠깐이랍니다. 그 순간을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도록 해봐요.

 

 

 

2013-09-26 | 태그 666호, First-sex

 

 

 

 

 

 

 

 

Q. 원나잇 이후, 쿨해질 수 없어요

 

어쩌다가 원나잇을 하게 되었어요. 클럽이나 술집에서 만나 이루어진 깔끔한 원나잇이 아니라, 알고 지낸 지 얼마 안 된 아는 사람과 술을 마시다 그렇게 됐어요. 취하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서로 호감이 있었기 때문에 그랬던 거라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그 후로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는다는 거예요. 상대방은 저를 쉬운 여자라고 생각할까요? 이미 이렇게 된 이상 좋은 연인 사이로 발전하기는 힘들 거라고 생각해서일까요? 저는 몸이 간 이상 마음이 쿨할 수가 없고 제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인지 헷갈리고,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A. 자책할 필요 없어요

 

질문자는 그 관계가 하룻밤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해서 덤벼들었던 건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렇게 되어버렸기 때문에 원나잇이라고 말하는 것 같네요. 본인이 그 밤을 그렇게 명명한다면서 ‘깔끔하다, 그렇지 않다’ 둘 중 하나로 구분 짓는 태도부터 정정하도록 합시다. 클럽이나 술집에서 만난 사람이나, 알고 지낸 지 얼마 안 된 사람이나 무슨 차이가 있나요? 호감? 신뢰? 전자의 부류와도 기본적인 끌림 없이 단지 발정났기 때문에 섹스를 하는 건 아닐 테죠.

 

클럽의 밤이 깊어지면 조급하고 절박해지는 남자들의 눈빛을 읽을 수 있죠. 그 순간엔 그들에겐 단지 여자이기만 하면 가능한 선택지이겠지만, 웬만한 여자들은 성별이 남자이기에 그 사람과의 섹스를 선택하는 일은 거의 없죠. 그 순간에도 판단의 기준에는 감정이 개입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신뢰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죠. 신뢰는 결국 ‘내가 믿는다’는 자기 본위의 행위일 뿐입니다. 게다가 신뢰를 저버린 사람은 오히려 질문자가 하룻밤 나를 안고서는 내치진 않을 거라 믿었던 바로 그 남자였습니다. 감정이 얽혀 들었기 때문에 깔끔하지 않은 밤을 보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질문자의 잘못이라고밖에 할 수 없어요. 남녀 사이에 소위 전통적인 방식으로 서로 호감을 느끼고 그걸 표현하고 사귀자라는 고백을 하고 그렇게 연애가 시작되고 차근 차근 수순을 밟아 섹스를 한 게 아니라면, 급작스러운 섹스를 선택하는 순간 필요한 것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입니다.

몸을 섞었기 때문에 마음이 간다라고 말하는 건 비겁하지 않나요? 마음이 갔으니 몸으로서도 그 감정을 표현했다. 하지만 내 마음의 크기에 그가 미치지 못했다. 어쩔 수 없네. 끝! 이라는 다른 결말도 생각하지 않은 채 핑크빛 기운에 취해 그와 잠자리를 가졌다는 건 순진하다 못해 어리석은 거죠. 물론 그를 좋아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겠죠. 하지만 그 방식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스스로 잘알고 있잖아요. 이 상황에서 질문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순간의 진심’에 충실했다는 것뿐입니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건지 헷갈릴 필요가 없죠. 왜 이미 자신의 더러운 바닥을 드러낸 남자를 좋아하려 하나요?
 

질문자에게 이런 태도를 취한 남자의 어떤 부분을 좋아해줘야 하는 거죠? 몸을 섞은 남자니 그를 비난하는 것이 나의 가치를 깎는 거라는 생각이 들지도 몰라요. 하지만 실패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때 경험의 가치는 더욱 추락하는 것이랍니다. 그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는다고 자기 자신을 쉬운 여자라고 생각하거나, 누군가의 연인이 되기에 모자란 사람으로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 마음을 다해 극진하게 그를 대했지만 그 마음에 대한 보답이 결국 이런 것이었을 뿐이죠. 삶은 언제나 우리를 배신하곤 합니다. 이 일은 그저 해프닝일 뿐이었습니다. 나쁜 기운이 질문자에게 스며들지 않도록 조금은 단단해지도록 합시다. 다음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만 않는다면 이 일을 통해서 많은 걸 배웠으니 그걸로 충분한 겁니다.

 

 

 

 

2013-09-11 | 태그 665호, First-sex

 

 

 

 

 

 

 

 

 

Q 저를 함부로 대할 남자 찾게 돼요 

 

스물다섯 살 대학원생입니다. 저는 거친 섹스에만 끌려요. 저를 함부로 대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남친에게는 그런 걸 요구하기가 힘들어요. 해달라고 하면 저에게 실망해서 떠날 것 같아요. 그래서 자꾸 남친 이외의 섹스 파트너를 만들게 됩니다. 어차피 서로 그것이 목적인 관계이니 원하는 대로 편하게 요구할 수 있어요. 이런 생활이 자꾸 계속되다보니 관계가 자꾸 꼬이기도 하고 힘들어져요. 어떻게 하죠?
 
 
A 죄책감 버리고 조금씩 요구해보세요

 

거친 섹스라는 단어만으로는 어떤 범위까지 포함시키면 좋을지 알 수 없지만, 저 역시 섹스를 할 때는 쉽게 깨질 유리병을 다루듯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터치보다는 동물적 본능에 충실한 과감하고 거친 방식이 저를 흥분시키더군요. 이런 방식을 선호하게 된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섹스 자체가 일탈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을 때, 아무래도 좀 더 자극적인 방향을 택하는 것 같아요. 

 

질문자는 욕구가 분명하고 원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것을 가장 사랑하는 상대에게 요구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남자친구를 기만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를 사랑하는 마음은 아주 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감정을 사랑이라고 명명하기에는 어렵고 복잡한 심리 상태로 보여요. 내가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둘의 관계는 공평한 관계라기 보단 ‘그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고 불안해 하는 입장인 건 아닌가 싶어요. 그런 두려움이나 불안, 위가 뒤틀릴 것 같은 감정들을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죠.

섹스는 생활이지 결코 일탈이 아니랍니다. 그러나 질문자의 무의식 속에 자신이 느끼는 성적 쾌감에 대한 죄의식이 깔려 있겠죠. 질문자에게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란 친밀감을 확인하는 방식이라기보다 자신의 성적 행동이 상대로 하여금 어떻게 하면 더욱 사랑받을까 하는 동기로 행해지는 건 아닌가요? 그렇다보니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공유하려는 시도는 쉽게 포기한 채 상대에게 맞춰주고 있는 것이겠죠. 다만 자신의 충족되지 않는 욕구는 다른 상대를 통해 얻어내고 있는 것이고요. 섹스가 목적인 관계도 순탄치는 않을 수밖에 없을 테죠. 거친 섹스라는 것은 서로의 성적 흥분이 고조되어 표출되는 것인데, 상대가 이성을 잃을 정도로 흥분하는 것을 보고서야 자신도 만족하는 섹스라는 의미일 테니까요.

어린 시절 제가 거친 섹스를 좋아했던 이유도 그런것이었죠. 대등한 감정적 관계에 미숙했던 시절엔 섹스를 통해서라도 상대를 조종하거나 나의 지배력 아래 두고 싶은 욕망을 품었죠. 상대를 뜻대로 움직이게 만들려는 술책이 잘 먹히면 충만감을 느낄지 몰라도 알다시피 그런 마음은 곧잘 좌절되곤 합니다. 그런데 우습게도 그런 과정이 실패했을 때 나의 성적 능력을 의심하며 섹슈얼한 측면에서 좀 더 노력하면 잘될 거라고 다짐하곤 하죠. 동시에 자신의 욕구나 섹스에 대한 죄의식은 커집니다. 결국 섹스는 일탈이 되고 말지요.

질문자의 성장 과정에서 ‘나의 욕망을 표출하면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야. 사랑받지 못할 거야. 어리광부리기보단 속 깊은 아이가 되어야 해’라는 의식이 연애에도 작용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표출 방식은 다를지 몰라도 장녀로 자란 여자들이 나쁜 관계에서의 좋은 섹스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이 있죠. 하지만 분명 좋은 관계에서 좋은 섹스를 할 수 있답니다. 멍이 들 정도로 깨물어 달라든지, 흥분이 고조될 때 엉덩이를 찰싹 때려달라는 요구 같은 건 소중한 여자친구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그를 주저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 즐거움을 얻고 나를 상처 주는 것이 아님이 공유되면 거친 행위들은 얼마든지 용인됩니다. 그런 나에게 실망할 남자라면 떠나보내는 게 앞으로의 행복을 위해서 더 나은 선택 아닐까요? 버려지는 게 아니라 맞지 않는 상대로 결별하는 것이죠. 그걸 두려워하지 말아요.

 

 

 

 

2013-09-04 | 태그 664호, First-sex

 

 

 

 

 

 

 

 

 

Q 제 몸에 자신감이 없습니다

 

4학년 여대생입니다. 연애는 세 번 정도, 일 년이 넘게 만난 적도 있었고 잠자리도 많이 했었지만 저는 섹스가 즐겁지가 않습니다. 죄 짓는 기분이 들어서 대체로 잠자리를 피하게 돼요. 제가 근래에 살이 좀 쪘는데 그 이후로는 남자친구가 팔이나 허리, 어깨 등을 만지는 것도 너무 싫었고요. 솔로가 된 이후로는 썸남도 여럿 있었지만 손을 잡는 것도 싫어지더라고요. 이런 스킨십 기피증, 어떻게 해야 하죠.
 
 
A 지금 충분히 괜찮아요

 

섹스를 하면서 죄를 짓는 기분이 드는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죠. 짧은 글에서 원인을 판단할 수 없지만 경직된 성교육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스무 살 무렵, 친구들과 늦은 새벽 옹기종기 모여 나누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섹스를 하면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아 재미있다’였거든요. 학교와 집을 반복하며 모범생처럼 살던 아이들에겐 못된 짓처럼 느껴졌던 거죠.

한때 섹스를 많이, 즐기던 시간이 있었다면 소강 상태도 찾아오기 마련이랍니다. 아무리 발정기가 따로 없는 인간이라고 해도 365일 발정 상태를 유지할 순 없죠. 섹스가 즐겁지 않을 때는 굳이 할 필요가 없겠죠. 그러나 그것이 나의 현재 몸 상태 때문이라면 문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섹스는 옷을 벗는 행위입니다, 많은 여자들이 섹스를 두려워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사랑하는 사람에게 늘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데 옷을 벗는 순간 체형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맵시를 부렸던 모든 마법과도 같은 효과가 사라집니다. 옷을 벗고 나체가 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 되기도 합니다. 여성의 몸에 대한 잣대가 엄격한 한국에서 나고 자라면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몸을 긍정하기란 쉽지 않죠.

이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는 저도 살이 포동포동 오르면서 겪었던 문제랍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 살이 붙다보니 또래 친구들의 경우 이런 후덕함도 장점으로 봐주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이십 대 초중반의 어린 친구들 경우에는 대체로 마른 걸 선호하더라고요. 살이 찌면 섹스를 할 때 그의 앞에서 옷을 벗는 게 편치는 않겠죠.

여기서 자기 몸을 긍정하라는 말이 말만 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도 그 말을 할 수 밖에 없어요. 가장 중요한 것이거든요. 살이 쪘다고 해서 섹시하지 않은 건 아니랍니다. 오히려 살 때문에 위축된 태도가 섹시함을 반감시키는 것이죠.
움직일 때마다 몸을 가리고 긴장을 풀지 못하면 좋은 섹스를 하는 데 방해가 됩니다. 섹스를 통해 육체가 느낄 수 있는 만족을 충분히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몸에 대해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저도 언제나 나의 리즈 시절은 지금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자들은 여자의 자신감에 매료되곤 합니다. 내가 말랐다는 조건이 갖춰졌기 때문에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섹스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죠. 상대가 나의 군살을 만지는 것에 대해서 소스라치게 경악할 필요는 없어요. 살을 만지면서 느끼는 안정감 같은 게 존재하고 그걸 좋아하는 남자들도 있답니다. 사랑하는 여자의 몸을 만지는 거지, 살이 많다고 놀리려고 그런 행동을 하는 건 아닐 테니까요.

그가 나를 만지고 싶어 하는 건 나를 있는 그대로 좋아해주고 있다는 증거일 테죠. 그걸 부정하려고 하지 말고 마음껏 누리도록 해요. 충분히 아름다운 자신을 사랑해주도록 해요.

 

 

 

 

2013-08-28 | 태그 663호, First-sex

 

 

 

 

 

 

 

 

 

 

 

 

Q. 써봐도 되는 걸까요

 

남자친구와는 2년째 연애 중입니다. 평소에 장난기 많고 재미나고 새로운 걸 해보길 좋아해서 저도 덩달아 신나게 지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 방학 때 여행을 다녀온 남자친구가 바이브레이터과 러브젤을 사왔더라고요. 저랑 함께 사용해보고 싶어서 덜컥 사가지고 왔다는데 좀 낯설고 무섭기도 합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A. 나쁘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좋은 남자친구를 둔 것 같아 부럽다는 말을 먼저 전합니다. 아마 질문자도 지금까지는 남자친구의 모험심에 동조하며 연애를 즐기고 있었겠지요. 종잡을 수 없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신선함. 그런 것들이 그에게 빠져들게 만들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믿고 따라가보는 건 어떨까요? 머리로 우려하는 일보다 더 큰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테니까요.

게다가 바이브레이터에 대한 거부감은 의외로 여자보다 남자가 더 큰 편입니다. 아무래도 자신의 체력적 한계를 뛰어넘어 여자친구를 그 전에는 본 적 없는 쾌락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기계에게 미묘한 질투를 느끼겠지요. 자신의 페니스와 비교되는 것 같아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대한민국 남자들이죠.

그러나 질문자의 남자친구는 그런 밴댕이 소갈딱지를 가진 부류가 아니군요. 여자친구에게 궁극의 즐거움을 안겨주고 싶은 마음으로 쇼핑을 했을 테죠. 물론 자신의 호기심도 어느 정도 차지했을 테지만 두 사람이 서로 성적으로도 잘 맞고 솔직하게 그런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거라는 신뢰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그런 제안을 할 수 있었던 거라 생각합니다.

 

섹스를 함에 있어서 권태기가 올 만한 시점에서도 여전히 탐구정신을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해본다는 게 기특하네요. 저 역시 아직까지 섹스를 할 때 이런 도구들을 사용해본 적이 없기에 질문자가 걱정하는 마 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일반적인 커플 사이에 바이브레이터가 끼어드는 건 흔한 일은 아니죠.

1880년대 바이브레이터가 처음에 발명되었을 당시 여성의 히스테리를 치료하기 위한 도구였습니다. 그 원인은 남성의 욕구충족에만 치우친 섹스가 문제였죠. 21세기가 된 지금도 섹스를 함에 있어 여성의 욕구충족에 대해서는 많은 오해를 받고 있습니다. 차라리 바이브레이터 광고가 버젓이 신문에 실리며 그것을 사용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아도 되면 좋겠어요.

여자가 먼저 바이브레이터를 써볼까 제안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저도 해보고 싶지만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조심스럽기만 하거든요. 그런데 남자친구가 먼저 제안을 해주다니! 그런 적극성에 못 이긴 척 따라가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섹스앤더시티>에서도 보수적이고 얌전한 샬롯이 친구들과 성인용품 숍에 갔다가 장난스럽게 구매한 토끼모양 바이브레이터로 인해 두문분출하고 침대에 머무른 에피소드가 나오죠. 집까지 쳐들어온 친구들에게 토끼 사냥을 당하고 맙니다. 그처럼 몸의 즐거움을 깨우쳐주는 놀라운 물건을 거부하지 말아요. 주변에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해본 커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만족감이 크더군요. 그러니 질문자도 망설이지 말고 한번 도전해보는 거 어때요?

 

 

2013-08-22 | 태그 662호, First-sex

 

 

 

 

 

 

 

 

 

Q. 섹스해야 안심이 돼요


스물두 살 여대생입니다. 저는 헤픈 여자예요. 클럽이나 술집에서 처음 만난 남자와도 쉽게 잠자리를 하고 남자친구를 사귀면 바로 섹스를 하는 편이죠. 주변 친구들은 이런 제 행동을 손가락질합니다. 저도 이게 남들에게 이해받기 힘들다는 걸 잘 알아요. 하지만 섹스를 할 때만 제가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요. 섹스를 할 땐 외로움을 잊을 수 있거든요. 섹스에서만 위로받을 수 있는 저, 이상한건가요? 
 

A. 그 행동이 당신을 더 외롭게 하진 않나요

이건 헤프다 그렇지 않다 판단할 문제라거나 섹스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누군가와의 관계 맺음, 친밀감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섹스 자체가 즐겁고, 기꺼이 모험할 만한 일이며, 다양한 사람과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이라면 저는 그것을 지지하고 응원할 겁니다.

 

하지만 외로움을 해소하고 위로를 받기 위해 성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면 우려를 표할 수밖에요. 섹스하는 동안 만족감을 충분히 느끼고 있나요? 그에게서 느끼는 감정이 ‘사랑받음’이라고 확신하고 있나요? 내가 원하는 것을 그에게 당당히 요구하나요? 남자가 자신에게 보내는 성적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의 성적 욕망이 강할수록 만족감을 느끼지만 정작 자신이 섹스를 통해 느낄 충족감은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닌가요?

 

이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하게 되는지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섹스를 하면서 해소하는 외로움은 날 더 외롭게 만들진 않는지, 사랑을 불신하게 만들거나, 친밀한 관계를 맺는데 장애 요소로 작동하는 건 아닌지 말이죠. 
섹스를 하는 동안 그와 내가 연관 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어요. 그러나 섹스가 끝난 뒤 호기심이 충족되거나 동물의 영역에서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느끼는 기묘한 불편함과 어색함은 허탈감과 슬픔을 남길 겁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맺고 있는 진중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가 허상처럼 느껴지거나 불가능하다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첫 연애의 트라우마 혹은 어린 시절의 경험들로 인해 생긴 문제일 수도 있겠죠. 그 원인까지 파악해볼 순 없지만 본인 스스로 직면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긴 힘들 겁니다. ‘섹스’를 통해서만이라도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고 믿고 싶은 걸 수도 있고, 섹스야말로 관계의 증거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게임 같은 관계가 아니라 대응하고 공평한 관계에서 친밀감을 느껴보려고 애써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런 게 가능한 남자에게서 지루함을 느끼거나 짜릿함 없이는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가벼운 기분으로 작업을 걸어오는 상대가 진실된 사랑일 리도 없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냉정하게 판단하고 유혹자가 되고 싶은 마음을 진정시켜보세요. 진짜 관계 맺음은 서로의 가치관이나 목표를 공유하고, 개성을 존중하면서, 함께 어떤 방향을 향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것이랍니다.

 

그것은 섹스만큼 쉽지 않고 흥미 위주의 일은 아닙니다. 외로움을 타인을 통해 해소하려는 마음은 버려요. 혹 위로를 받으려면 함께 걸어 나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서 받아야지, 하룻밤 자는 상대에게선 어떤 위로도 기대하지 말아요. 그런 관계에서 섹스는 단지 섹스입니다. 

 

 

 

 

2013-08-14 | 태그 661호, First-sex

 

 

 

 

 

 

 

Q. 성적호기심 
이해해야 하나요?

 

남자친구가 야동을 참 열심히 보더군요. 저에게도 같이 보자고 제안했는데 그러고 싶지 않아 거절했어요. 그런데 대체 어디서 요상한 것들을 구해서 보는건지 하루는 애널섹스를 해보자고 하더군요. 성적호기심이라고 이해한다 치더라도, 일반적인 섹스도 그닥 잘 하지도 못하면서 하고 싶은 건 어찌나 많은지. 또 어떤 날은 야외 공공화장실에서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자신이 원하는 걸 한번 말해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것저것 해보자고 어린애처럼 징징거리고 졸라대는데, 여자친구라는 이유로 그걸 다 들어줘야 하는 건가요? 

 

 

 

A. 역할에 휘둘리지 마세요

 

<규방철학>을 통해 사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의 몸은 너 자신에게 속해있어. 그것을 즐길 권리와 네가 좋다고 생각하는 누군가에게 그것을 즐기게 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오직 너 하나뿐이야.” 요즘 패션잡지의 섹스가이드에선 유행처럼 사용되는 성적결정권이라는 개념을 뛰어넘어, 사드는 이미 18세기 후반에 성적 쾌락의 향유권까지 명시해 두었습니다.

 

모든 성적 행위, 쾌락을 즐기기 위해 모험을 감행하는 일까지 전부 나의 의사가 반영되어야 합니다. 애널섹스나 어떤 장소에서 섹스를 할지말지는 전적으로 질문자의 선택입니다. 여자친구라는 현재의 역할 때문에 그것을 수행할 필요는 없습니다.

 

만약 남자친구가 ‘나를 사랑한다면 그 정도는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한다면 ‘그걸 할 수 있을 만큼 널 사랑하는 건 아니었나봐. 내가 널 더 사랑할 수 있게 좀 더 노력해주겠니?’라고 말할 수밖에 없겠죠. 그가 사랑을 볼모로 삼은 건 비겁한 행동이니까요. 냉정해지는 수밖에 없죠.

 

그를 무척이나 사랑하는데도 주저하게 된다면 그가 성적인 일탈 혹은 모험에 동반할 만큼 믿음직스럽지 않다는 것이겠죠. 여자친구에게 새로운 성적 활동을 제시할 때 남자가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자 입장에서 느낄 수밖에 없는 두려움의 요소를 제거해주기. 모험심을 북돋아주기. 애정을 듬뿍 쏟아 행복감을 고취시켜주기. 조르거나 징징대는 것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관계맺음은 끊임없이 타협점을 찾아나가는 것이니까요. 


야동을 보는 건 좋아요. 야동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성인이라면 그것이 현실 인간의 성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대체하여 자극적인 환상과 기호의 형태로 성을 다룬다는 것 정도는 인식해야겠죠. 불가능한 욕망으로의 집착은 자기 곁에 있는 실제적인 여성이 아니라 과장되게 연출된 여성의 쾌락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질문자가 그의 요구를 들어주고 즐거울 수 있다면 문제될 건 없겠지요.

 

하지만 원치 않는 섹스를 했을 때 느끼는 불쾌감과 괴로운 심정을 굳이 경험해보라고 하고 싶진 않네요. 나를 안기 위한 것인지 이 행위를 위해 내가 필요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을 때의 기분같은 게 좋을 리 만무하거든요. 야동에는 언제나 새로움이 요구되지요. (명작이라 꼽힐 만한 훌륭한 야동 리스트들이 가득한데도 끊임없이 새로 제작됩니다. 인간이 이토록 질리지도 않고 꾸준히 열심히 하는 일이 있다니 놀랍습니다.) 그의 환상도 그러할 것입니다.

 

다른 환상들, 새로운 요구들이 덩달아 양적 팽창을 하겠죠. 그때마다 다 들어줄 순 없죠. 근사한 항문 애무를 받다가 질문자 스스로가 문득 애널섹스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상은 이 요구에 응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2013-08-08 | 태그 659호, First-sex

 

 

 

 

 

 

 

 

 

 

Q. 조루 남친에 우울해요


제 남자친구는 지나칠 정도로 민감한가 봐요. 제가 유난히 잘 조인다거나 움직임이 노련한 것도 아닌데 언제나 한 번도 거르지 않고 10분을 못 넘기더라고요. 지난번엔 섹스 전에 틀어놓은 존 메이어의 Your Body is a Wonderland가 채 끝나기도 전에 사정해 버렸어요. 그 노래 러닝타임이 4분 16초인데 말이죠. 4분도 못 했다는 말이죠. 제 몸이 정말 헤어 나올 수 없는 원더랜드라면 뿌듯하기라도 할 텐데 말이죠. 전 본격적으로 움직이지도 않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겠죠. 남자친구가 미안해하는데 거기다 내놓고 실망감을 표시할 순 없었어요. 하지만 뭔가 느껴질 것 같으면 자기 혼자 끝내버리는 통에 저는 요즘 섹스를 하면서도 욕구불만에 신경과민 상태랍니다. 조루인 남자친구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A. 솔직한 대화 후 격려와 칭찬이 우선! 

‘조루’라는 단어는 내뱉는 것만으로 정말이지 비극적인 기분에 빠져들죠. 이 얼마나 답답하고 슬픈 일인가요. 지긋지긋하게 지루한 지루도 고통스럽지만 조루, 섹스 BGM으로 깔아놓은 4분짜리 곡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 해버렸어”라고 말해버리면 정말이지 발로 차버리고 싶어지죠. 물론 남자 입장에서도 자괴감이 들고 괴로운 일이겠죠?

 

그런데 이건 페니스가 작다와 같이 타고난 신체적 요건은 아니죠. 개선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우선 조루의 이 남자, 자신의 사정만이 목적인 이기적인 남자가 아닌지 파악해야 할 것 같아요. 여자가 만족감을 느끼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움을 느끼는 남자 대신 그런 남자를 만날 필요는 없겠죠. 

 

스트레스니 심리적인 요인이니 이유를 들면서 이 증상이 반복된다면 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치료를 받을 의지가 없이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하면서 조루상태를 방치한다면 가망이 없는 거겠죠. 함께 섹스를 나누는 상대가 문제라고 인식하는 지점까지 도달했는데 본인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면 관계를 어떻게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남자들은 비뇨기과 치료를 치를 떨며 거부하는데, 이런 문제를 방치해두는 건 섹스를 하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습관적으로 이런 사태가 반복이 된다면 전문의와 상담하도록 유도해야겠죠. 이건 섹스 칼럼니스트의 조언이 아니라 의학적 조언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때 여자친구로서 해줄 수 있는 건, 치료 기간 동안 격려를 해주고 조금씩 나아질 때마다 아낌없이 칭찬을 해주는 것이겠죠. 사정지연콘돔을 쓴다거나 섹스를 하다 흥분지점에 도달했을 때 체위를 자주 바꿔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가 삽입했을 때 피스톤 운동에 맞춰 리드미컬하게 허리를 움직이던 걸 자제해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섹스를 할 때 내가 느끼는 대로 움직이지도 못한다면 재미없습니다. 질문자의 말대로 대체 내가 뭘 했다고, 이걸 정말 참아줘야 하는 건가 싶어질 수도 있죠. 본능에 반하는 얌전한 섹스로 그의 사정을 지연시키는 것은 그에게 진정한 도움은 아닐 겁니다. 남자의 페니스와 관련된 것은 그 남자의 자존심과도 같은 것이기에 조심스럽게 말해야 한다, 혹은 언급하지 않는 게 좋다들 하죠.

 

하지만 내 남자에게 일부러 상처를 주고 싶은 여자는 없습니다. 진짜 자존심을 지킬 줄 아는 남자라면 자신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고깝게 듣지는 않을 거예요. 기꺼이 문제 상황을 감내하며 함께 노력해보자는 제스처에 불쾌감을 표하며 옹졸하게 구는 남자라면 비단 페니스의 문제만으로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 남자라면 그에게 보여줄 수 있는 이해심이 아까울 뿐이겠죠? 

 

 

 

2013-07-31 | 태그 660호, First-s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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