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할 때 사려 깊은 여자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지만, 아주 가끔은 독점욕이 강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나와의 데이트가 끝나고 집으로 귀가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모여 놀기로 했다는 걸 알게 되면, 가지 말고 나랑 더 놀자고 그에게 앙탈을 부릴 때가 있다.

우정과 사랑을 저울질하며 그를 시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 정도는 친구들을 버려두고 나를 챙기는 모습을 보고 싶어진다. 그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가혹하게 그를 붙잡아 본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지켜야 해.” 나를 내버려두고 매몰차게 가버리는 경우는 다행히 없었다. 사실 말도 안되는 요구라는 것을 알기에 그것을 받아들여주는 그의 모습은 무척이나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다. 치열한 심적 갈등 끝에 나를 선택해준 그에게 보답하고 싶어진다.

오늘 포기한 우정보다 지금의 사랑이 짜릿하고 달콤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나의 침대로 그를 인도한다. 나는 그의 셔츠를 벗기고 애정을 가득 담아 그를 안는다.

그의 혀를 살짝 깨물며 깊고 진한 키스를 나누고 있을 때 침대 옆 테이블에 놓아둔 그의 휴대전화 벨이 어둠 속에 울린다. 굳이 발신자를 확인하지 않아도 누가 전화를 걸었을지는 뻔했다. 약속 시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는 그를 기다리는 친구 무리들 중 하나였다. 그는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다. 그는 내 입술에 손가락을 대며 조용히 있으라고 신호를 주었다. 나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나와 함께 있기 위해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바른 행동은 아니지만 그 뻔뻔스러움이 그 순간에는 무척이나 섹시하게 여겨졌다. 동시에 그를 곤란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나는 그가 시킨 대로 아무 말도, 어떤 소리도 내지 않았다. 다만 그의 페니스를 혀로 핥을 뿐이다. 그의 몸은 움찔했다.

나는 조금 더 놀려주고 싶어 입 안으로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평소보다 깊숙이 넣으며 빨아들였다. 그의 호흡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그럼에도 그는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통화를 이어나갔다.

나도 입과 턱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못견디겠다는 듯 몸을 리드미컬하게 움직였다. 생각보다 통화는 길어지기에 하던 걸 멈추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손을 뻗어 내 머리를 눌렀다. 계속하길 원하고 있었다.

우리 둘의 음란스러운 장난을 누군가 엿들을 수 있는 상황에 그도 흥분하고 있었다. 나 역시 사악하기 짝이 없는 이 장난을 통해 그를 통제할 수 있는 나의 힘을 느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이런 자극적인 상황이 그의 페니스를 롤리팝처럼 빈틈없이 단단하게 만들었고 그것이 탐스럽고 근사하여 우리는 어둠이 끝날 때까지 서로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뇌內[망상]극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욕구불만의 기록  (2) 2011.11.23
구강기의 발현  (0) 2011.10.20
결정권을 존중해주세요  (0) 2011.10.04
스킨십의 절대기술  (5) 2011.07.12
등근육을 키우세요  (3) 2011.02.22
나를 만나기 전 그녀  (6) 2010.12.08





"그의 입술이 가슴에서 배로 하강하기 시작했어. 그의 혀가 도달할 곳을 짐작할 수 있었지. 다리 사이로 파고드는 걸 굳이 막을 필요는 없잖아. 다리를 조금 더 벌리려고 하는데 내 예상을 깨고 ‘찌릿’ 자극이 온 곳은 다름 아닌 발가락이었어.”

K는 직립보행을 아직 시작하지 않아 깨끗하고 뽀얀 발을 가진 아기한테나 귀여워죽겠다고 말하며 발가락에 입 맞추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 큰 어른의 발에 그러는 건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K의 발에 입 맞추었다. K는 “왜 그래, 간지러워. 하지마”라고 말하면서도 발을 감추거나 그를 밀어내진 않았다. K의 말초신경은 그 행동을 멈추지 않길 바라고 있었다. 그는 새끼발가락을 입 안에 넣고 빨아들였다. 생전 처음 느낀 쾌감 때문에 K의 몸은 달아올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한다고들 말하잖아. 그걸 행동으로 옮긴다면 발가락 키스일거야. 생각지 못한 의외의 부위잖아. 사실 나조차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곳이니 그 순간 그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어. 발가락 키스에 안 넘어갈 여자는 없어. 이건 절대 기술이야.”

K의 말대로 내 몸을 홀려놓고 격정적인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손길은 존재한다. 남자라면 궁금해 할 궁극의 스킨십 기술! 그러나 미안하게도 절대 기술은 없다. 단순하지 않은 여자의 몸은 상황과 환경에 따라 유동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발가락 키스도 100% 효과를 발휘하는 기술이라고 볼 순 없다.

아까 샤워할 때 발가락 사이사이도 꼼꼼하게 거품을 내서 씻었던가? 힐을 신다보니 새끼발가락의 발톱이 반 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 발뒤꿈치 각질은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아. 이런 저런 걱정으로 발가락 끝에서 전해지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없는 여자들도 많다. 그가 발을 공략한다면 부담스럽고 불편하며, 긴장만 하게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히려 에로틱과는 거리가 먼, 그러나 기본에 충실한 고전적 터치가 여심을 흔들곤 한다. 나른한 섹스가 끝나고 긴장의 끈을 늦춘 채 그의 곁에서 선잠이 들었을 때였다. 무방비의 유약한 나를 바라보는 시선, 굳이 눈을 떠 확인하지 않아도 응시된 초점이 가진 에너지가 느껴졌다. 이어 그의 손이 내 머리칼을 쓸어내리고 내 뺨을 따스하게 감싸주었다. 그는 내가 의식하지 않는 순간에도 나를 사랑해주고 있었다. 그 순간의 쾌감은 정수리에서부터 발가락 끝까지 어느 한 구석도 빠뜨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내 몸을 만져주고 핥아주고 빨아줄 때의 짜릿함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언어로 표현하는 것보다 그의 손길에서 내가 궁금해 하던 성실한 답이 보였다. 잠이 덜 깬 듯 몸을 뒤척이며 그의 품속에 안겼다. 나의 빈 곳을 채워주었던 그의 단단함이 허벅지에 닿았다. 딩동. 그가 들려준 답을 채점할 시간이었다. 나는 그의 허벅지 쪽으로 손을 뻗었다. 자발적 충동을 만들어 내는 그의 손길, 그것은 어떠한 기술이 아닌 진실한 마음이 담겨있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뇌內[망상]극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강기의 발현  (0) 2011.10.20
결정권을 존중해주세요  (0) 2011.10.04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0) 2011.08.31
등근육을 키우세요  (3) 2011.02.22
나를 만나기 전 그녀  (6) 2010.12.08
섹스의 사각지대  (4) 2010.11.16





페르난도 토레스의 첼시 이적 소식은 리버풀을 응원하던 나에게는 군대 간 남자친구가 군대에서 다른 남자랑 눈이 맞아서 나를 차버리는 것보다 더한 고통이었다. 배신이라는 말은 쓰지 않겠다. 제토라인으로 토레스와 짝을 이루던 제라드도 그를 이해한다고 말한 마당에 내가 할 말은 없다. 하지만 토레스가 리버풀의 빨강이 아닌 첼시의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들어서는 모습을 보자, 오이디푸스처럼 스스로 눈을 뽑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다.

파란 토레스라니 나는 깊은 슬픔에 빠졌다. 토레스에게 어울리지 않는 파란색. 그러나 어째서인지 토레스의 등근육은 빨간색 유니폼을 입었을 때보다 더 도드라져보였다. 숨길 수 없다는 듯이 유니폼 위로 드러난 그의 등근육. 황홀해하며 TV화면을 정신없이 쓰다듬는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내 마음에 훅하고 깊숙한 자상을 남긴 토레스였지만 그의 등근육은 그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덧나지 않게 발라주는 연고처럼 약효가 좋았다. 생각해보면 토레스에 대한 나의 애정은 애초에 그의 하드웨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소년의 얼굴, 짐승의 몸. 표범의 등처럼 탄력 넘치는 동시에 힘이 느껴지는 근육 앞에 반하지 않을 여자 어디 있겠는가?

피트니스에서 죽어라 운동하고 닭가슴살을 먹으며 근육을 키우는 남자들이 알아야할 사실이 하나있다. 자기만족을 위해서 운동하는 거라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근육을 키워도 상관없지만, 여자에게 어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운동을 하는 거라면 가슴, 복근보다는 등에 집중할 것!

가슴이나 복근은 옷을 벗어야 제대로 볼 수 있는 근육이다. 그러나 그 근육 자랑하려고 쫄티를 입는 순간 여자들이 눈을 돌릴 것이다. 제발 그것만은 하지말자. 등근육은 면티 하나만 입고 있어도 드러낼 수 있다. 팔을 움직이거나 뭔가 물건을 들 때 견갑골과 함께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무거운 것을 들고 그녀보다 성큼성큼 몇 발자국 앞서 걸어 나가라. 그 믿음직한 등을 보이란 말이다.

이사를 하게 되었을 때 애인씨가 달려와 도와주었다. 나는 아무 것도 못하게 세워두고 이사센터 아저씨와 함께 등에 땀이 나도록 열심히 물건을 날랐다. 나는 할 일이 없으니 그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책장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던 애인씨의 뒷모습. 나는 지금도 그때 등근육의 굴곡과 움직임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내가 골라준 겨자색 빈티지 티셔츠를 입고 있는 남자. 분명 내 남자인데. 너무 익숙한 내 것인데 그의 뒷모습은 무척이나 낯설고 새로워보였다. 그가 힘을 줄 때마다 등근육이 셔츠 위로 도드라졌다. 그 순간 이사고 뭐고 그에게로 달려가 그 등을 꼬옥 껴안고 싶었다. 정확하게는 그대로 셔츠를 벗기고 그의 등에 키스를 퍼붓고 싶었다. 더 나아가서 그런 등근육을 가진 남자와 섹스를 하는 건 정말 멋진 일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분명 어제도 같이 잔 남자였는데 완전히 달라보였다. 그래서 짐 상자들은 풀지도 않고 제일 먼저 침대부터 조립해 매트리스를 올리자마자 거추장스러운 옷가지들을 벗어던지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짐승 같은 남자의 등근육은 나를 야성적으로 만들기 충분했다.

“자기의 견갑골과 등근육을 지켜보면서 이미 나는 젖어버렸어.” 그랬다. 등근육은 어떤 최음제보다 효과적이다.









'뇌內[망상]극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정권을 존중해주세요  (0) 2011.10.04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0) 2011.08.31
스킨십의 절대기술  (5) 2011.07.12
나를 만나기 전 그녀  (6) 2010.12.08
섹스의 사각지대  (4) 2010.11.16
그대 이름은 바람, 바람, 바람  (5) 2010.11.02






“연애는 몇 번이나?” 혹은 “한 연애를 얼마나 오래 했나?” 나와 데이트 중인 남자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은 그 숫자만으로도 알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구구절절 옛 연애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자 함은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글생글 웃으며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인상을 주면 열에 다섯은 자신의 과거사를 재잘재잘 늘어놓는다. 심지어 “그 여자가 왜 그랬던 것 같아요?”라고 묻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여자를 잘 모르는 순진한 남자라서 이렇게 해맑은 표정으로 자신의 과거사를 상담 받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무신경하다 못해 배려심이 없는 남자? 이도저도 아니면 내가 여자로 보이지 않는다는 표현을 에둘러서 하는 것인가?

 

차라리 마지막의 경우라면 ‘친구하자’로 끝내면 간단한 문제이다. 나에 대한 배려도 없고 무신경한 남자라서 그런 것이라면 옛 애인에 대한 이야기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실망감을 안겨주는 부분이 생기게 될 테니 삼진아웃 시켜버리면 그만이다.

 

나에 대한 호감도 표시하고, 예의도 바르고 그래서 나도 마음이 살짝 흔들리고 있는 시점에서 나의 질문에 그런 식의 태도를 보이면 ‘이건 뭐하자는 거지?’ 정말 헷갈리기 시작한다. 이런 나의 상황을 전해들은 사람들은 ‘애초에 그런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판도라의 상자나 진배없다고 말한다. 지난 과거에 대해 물어봐야 재앙만 일어날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그런 질문을 통해서 나에게 보여준 매너가 타고난 것인지, 아니면 이전 연애를 통해 조련된 것인지 알 수 있다. 만남의 기간과 헤어진 시간의 경과를 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적절한 타이밍에 나를 만난 것인지, 아니면 그가 이별을 몸소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나 역시 흘러가는 역할인지도 판단할 수 있다.

 

이십대 초반에 ‘아무 것도 몰라요.’라는 식으로 순진무구한 모드를 가동시킬 시기는 이미 지나간 지 오래, 이 나이가 되도록 연애 한 번 안 해봤다는 게 더욱 흠이 될 이 시점이기에 연애 유무와 횟수 그리고 기간에 대한 간단한 질문이 독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남자가 몇 명의 여자와 잤으며, 그 여자와는 몇 번이나 잤을까 하는 것을 추측하기 위해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걸 듣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 여자와 어떻게 사랑에 빠졌고, 어떻게 헤어졌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궁금하지 않다. 다만 나 이전의 역사는 그 사람이 ‘지금의 나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의 바탕이 되는 것이기에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이다.

 

본인의 신념으로 지키는 혼전순결이 아니라면 지금 시대에 그다지 의미가 없는 개념이다. 현재 그의 옆자리에 있는 내가 과거의 그녀들을 질투할 마음도 없고, 그가 바꿀 수 없는 내 과거에 대해 긍긍 전전하길 바라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부디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앞으로 수치적 진실만 밝혀주길 당부하고 싶다.

 



 

'뇌內[망상]극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0) 2011.08.31
스킨십의 절대기술  (5) 2011.07.12
등근육을 키우세요  (3) 2011.02.22
섹스의 사각지대  (4) 2010.11.16
그대 이름은 바람, 바람, 바람  (5) 2010.11.02
네 삶에 야함이 부족하진 않니?  (4) 2010.10.26






언젠간 뒤돌아서서 각자의 길을 걸어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에게서 멀어져가는 그 사람의 등을 보는 일은 언제나 힘이 든다.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멀어져가는 그 등을 보고 있노라면 쓸쓸해져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올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항상 먼저 내가 돌아서는 사람, 돌아서서는 다시 뒤돌아보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그 때문에 종종 냉정하다는 얘기를 듣곤 했지만 차가운 사람이 아니라 약한 사람이라 뒤돌아볼 수 없을 뿐이었다.

얼마 전 지하철 입구에서 인사를 하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뒤를 돌아보았다. 헤어진 그가 계속 손을 흔들고 서 있었다. 내가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내가 안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고 있던 그 모습이 이상하게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았다. 누군가의 등을 봐주는 일은 강하면서도 다정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그의 등을 볼 수 있는 순간은 지금 그가 내 곁을 떠나지 않는, 사랑을 확인하는 그 순간이다. 그의 목선을 따라 내려와 어깨와 단단한 등에 입 맞추다 뒤에서 그를 꼭 끌어안을 때는 오히려 감격스럽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춰본다면 남자들에게 있어서 등이라는 신체부위는 섹스의 사각지대인 듯 하다. 키스를 하며 내 목을 감싸고 있던 그의 팔이 허리 즈음 내려온다. 정확히 내 티셔츠로 파고드는 그 강한 팔은 거추장스러운 셔츠와 브래지어를 순식간에 제거하고 가슴을 공략한다.

창의성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다음 순서. 내가 몸을 비틀어 등을 보여도 나를 부침개 뒤집듯이 똑바로 눕힌다. 그리고 최종 목적지를 향한 집요한 여정을 계속할 뿐이다. 정말이지 ‘등’은 가방 멜 때만 쓰는 신체부위가 아니다.

등을 완전히 노출하게 되는 후배위일 때에도 등은 버림받은 존재다. 좀 더 강하게 삽입하기 위해 허리를 붙잡거나 어깨를 잡을 때에도 등은 완벽하게 무시된다. 시야에서 벗어난 가슴은 움켜잡으면서 눈앞의 등을 어루만져 주거나 키스하는 세심한 남자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물론 그 순간 아주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그렇게 허리와 허벅지에 반동을 주며 움직일 때는 다른 건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내 등은 그 순간 멀어져가는 그의 등을 볼 때만큼이나 쓸쓸함을 느낀다.

손바닥, 손목 그리고 팔에 정성스러운 입맞춤을 하고 난 뒤 어깨와 목, 그리고 등으로도 따뜻한 그의 입술이 이어지길 바란다. 그러나 그런 다정다감한 키스는 공들여야 하는 척 섹스, 운 좋으면 뒤이어 한두 번. 그 이후에는 종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섹스에 있어서 등은 쉽게 잊히는 부위가 된다.

그러나 등을 애무하고, 적당한 힘을 줘서 척추뼈를 쓸어주는 방식의 어루만짐은 짜릿함 뿐만 아니라 충분한 만족감까지 준다. 내가 보지 못하는, 내 손이 닿지 않는 그 곳까지 누군가 어루만져주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섹스를 할 때 등을 빠뜨리지 않는 습관. 사랑받을 수 있는 비법이 될지도 모른다.

 






'뇌內[망상]극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킨십의 절대기술  (5) 2011.07.12
등근육을 키우세요  (3) 2011.02.22
나를 만나기 전 그녀  (6) 2010.12.08
그대 이름은 바람, 바람, 바람  (5) 2010.11.02
네 삶에 야함이 부족하진 않니?  (4) 2010.10.26
곤욕스러운 추석 관심 피하기  (2) 2010.09.15






“남자들은 생물학적인 이유로 바람을 핀다고 쳐요. 그렇다면 여자들은 왜 바람을 피는 거죠?” 그렇게 물어본다면 이는 여성의 생물학적인 특성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남성이 자신의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고 싶어 한다면 여성은 더 우월한 유전자와 결합하길 원한다. 그렇기에 현재 짝이 있더라도 더 강하고 매력적인 남성과 짝짓기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이는 남녀의 특성을 아주 단순하고 단편적으로 본 것이다. 유전자 깊숙이 새겨진 생물학적 본능 이외에도 복합적인 이유로 정절을 지키기를 선택하거나 바람피우는 것을 선택한다.

바람을 피우는 일, 특히 여성에게는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이유가 존재하곤 한다. 여자에게는 몇 년간 사귄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 그 남자와 헤어질 마음도 없고 생에 마지막 사랑이길 원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가 보여주는 사랑의 태도가 예전만큼 열정적이지 않다. 그럴수록 그에 대한 집착이나 애정의 정도가 커진다. 그런 태도가 관계를 망칠 수 있는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여자는 자신이 여전히 섹시한 존재이며 사랑받기 충분한 사람인지 타인을 통해 증명 받고 싶어진다. 애정결핍의 반작용이다. 그럴 때 여자의 주변에 그녀에게 관심을 갖고 있던 능수능란하고 여자를 잘 다룰 줄 아는 남자가 있다면 그 둘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용하게 된다. 하룻밤 혹은 몇 번의 섹스 정도면 여자도 그 상대로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

여자는 매력적인 남자가 자신을 여전히 원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심한다. 사랑스럽지 않아서 사랑받지 못한다는 몹쓸 부정적인 생각은 머리에서 지워 버릴 수 있다.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의 섹스를 통해 묘한 힘을 얻는다. 그리고 자신의 사랑이 누구를 향해 있는지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내게 만족을 주는 사람은 새로운 관계의 새로운 사람이 아니라는 걸 몸소 체험하는 것이다.

여자는 여유를 되찾는다. 사랑의 표현방식이 시간이 지나면서 바뀐 것이지 열정이 사라졌다고 해서 사랑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걸 이해해줄 수 있는 여유이다. 그가 변했다는 생각에 불안하고 힘들었던 여자는 타인과의 섹스를 통해 자신감을 되찾고 관계에 있어서 조급했던 마음을 한 발 뒤로 물릴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는 궁극적인 문제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느낌은 반복적으로 그 여자를 덮칠 수 있고 그때마다 타인과의 섹스를 해야 하는 것이라면 장기적으로 그 여자에게 좋은 일은 아닌 것이다. 이런 방식의 바람은 자아존중감이 낮은 여자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형태이며 이런 식으로 바람을 피우는 것을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바람을 피는 이유다.





생물학적인 본성이 그러하지만 우리는 사회라는 제도를 통해서 일부일처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관계를 맺을 때 지켜야 할 의리 같은 것이 존재한다. 그러나 불가피한 바람은 언제나 두 사람에게 불고 있다. 제도가 본능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혹은 그 제도가 어쩜 불합리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하더라도 바람을 피운다는 건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입히는 일이다. 그것을 명심해야 한다.

‘바람을 피우지 말라. 바람은 나쁜 것이다’고 단정 짓지는 못한다. 사람은 제각각 각자의 사정들이 있다. 그러나 그 바람을 들키는 것은 정말 나쁜 짓이다. 재주껏 피우지 못할 바람이라면 자제하길 바랄 뿐이다.








 

'뇌內[망상]극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등근육을 키우세요  (3) 2011.02.22
나를 만나기 전 그녀  (6) 2010.12.08
섹스의 사각지대  (4) 2010.11.16
네 삶에 야함이 부족하진 않니?  (4) 2010.10.26
곤욕스러운 추석 관심 피하기  (2) 2010.09.15
남자들이여, 축구를 하라  (1) 2010.08.18







야한 것들은 언제나 우리의 눈길을 잡는다. 점잖은 척, 아닌 척해도 곁눈질도 힐끔거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야한 것들은 우리를 흥분시키고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며 온몸에 생동감을 넘치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내놓고 야해지기란 쉽지 않다.

성인영화를 보는 일. 방문을 걸어 잠그고 스피커 대신 이어폰을 꽂는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누가 듣지도 보지도 않는데, 죄의식을 가슴 한편으로 느낀다. 게다가 소위 야동, 포르노 영화들은 행위 자체에 집중하고, 그 행위는 행위를 나누는 두 사람의 쾌락보다는 남성의 욕구에 맞춰져 있다.

그렇다보니 랜덤으로 다운받은 동영상이 여성에게는 불쾌감과 거부감을 주고 성인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게다가 그런 영화를 보며 자란 남성들은 그런 행위들이 당연하고 보편적인 것으로 착각하며, 부당한 요구를 자신의 여자 친구에게 당당하게 하곤 한다.

남성과 여성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야한 영화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여성이 수치감을 느끼지 않는 동시에 즐겁게 볼 수 있는 야동을 찾아보려는 마음으로 한동안 수없이 많은 야동을 3배속으로 보며 검색을 했다. 포기하는 게 나을까? 그런 생각하던 때에 ‘반짝’하고 내 앞에 나타난 것이 바로 핑크영화제! 그렇다. 우리에게는 ‘핑크영화제’가 있다.

2010년 올해로 4회째를 맞는 핑크영화제가 11월5일 개최된다. 핑크영화는 일본 독립영화의 한 장르로 제작비 300만엔, 촬영기간 3~5일의 초저예산 소규모 영화로, 60분 정도의 러닝타임 속에 베드신 4~5회가 들어가야 하는 룰을 지키며 만든 영화이다.

핑크영화제는 수없이 양산되는 핑크영화 중에서 여성이 주체가 되어 자신의 성적 쾌락을 탐색해 나가고 성적 주체성을 가진 여성으로 진화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유쾌하고 공감이 되는 성인 영화들로 채운 영화제이다.

핑크영화 속에는 남성의 기형적 욕망에 맞춰 여성의 입에 사정을 하고 정액을 먹는 것이 당연한 수순인 것 같은 장면들이 비일비재하게 등장하지는 않는다. 가슴 사이즈가 G컵, H컵이면서 허리는 가늘고 팔이 낭창낭창한 비현실적인 몸매를 가진 배우도 없다. 약간은 통통해서 튀어나온 배가 귀여워 보이는 현실적인 여성들이 배우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핑크영화제는 삶에 부족한 야함을 채워주기에 충분하다. 타인의 섹스를 훔쳐보기 식으로 관람하게 되는 야동과는 달리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다’하며 감정이입을 하며 볼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주어지고, 달뜬 마음이 되기에 결코 빈약하지 않는 정사신이 어우러져 있기에 때문이다.

골방에서 불을 꺼놓고 은밀하고 몰래 즐기는 대신 극장에서 커다란 화면으로 당당하게 즐기는 성인영화. 상상만 해도 신선하고 즐거운 경험이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을 곁눈질로 관찰해보기도 하고 내심 오늘 밤엔 이 영화처럼 해보겠다는 생각을 품고 돌아갈지도 모른다.

올해 핑크영화제는 작년보다 더 많은 날짜를 할애해 남성 관객의 입장을 허용하였기에 남자친구, 남편과 함께 핑크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다. 작년에도 혼자 보러왔던 중년여성들이 남편과 다시 한 번 영화제를 찾고, 젊은 커플들의 호응도 좋았다.

비록 규모는 아담하지만 비타민처럼 결핍 되서는 안 될 ‘야함’을 우리 삶에 채워주는 핑크영화제를 통해 여성의 내밀한 욕망, 여성이 원하는 섹스에 대해 높은 이해력을 갖춘 남성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본다.












'뇌內[망상]극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를 만나기 전 그녀  (6) 2010.12.08
섹스의 사각지대  (4) 2010.11.16
그대 이름은 바람, 바람, 바람  (5) 2010.11.02
곤욕스러운 추석 관심 피하기  (2) 2010.09.15
남자들이여, 축구를 하라  (1) 2010.08.18
쉽게 풀어버리진 말아요  (2) 2010.08.11





올 추석에는 불효를 계획했다. ‘조상님, 죄송합니다. 성묘를 하러 갔을 때도, 차례를 지낼 때도 제 모습은 보시기 힘드실 거예요.’ 불호령이 떨어질까봐 아버지에게는 아직 알리지도 않았다. 일에 대한 열정을 이해할 줄 아시는 어머니께는 ‘출장’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불효를 그럴싸하게 포장했다. 역시 어머니는 ‘추석 때 출장을 보내는 회사가 어디 있니?’ 이런 의문도 제기하지 않으셨다. “응, 바쁘면 좋은 거지. 일하는 게 남는 거다.” 나를 믿어주시는 어머니께 미안하지만 이 모든 계획은 바로 어머니 때문에 비롯된 것이고 추석 연휴기간, 나는 한국을 뜬다.

몇 달 전부터, 아니 사실은 몇 년 전부터 어머니는 ‘나의 데이트’ 소식이 업데이트되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현하며 남자는 만나고 다니는 건지 궁금해 하셨다. 하지만 사귀는 남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봐야 어머니 눈에 차는 남자들은 없었다. 지금이야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비치는 아버지이지만 당시 기준으로 훤칠하고 잘생겼으며 소위 ‘간지’까지 겸비한 아버지를 만나 결혼한 어머니이기에, ‘내가 연애를 한다면 장동건이나 차승원은 돼야 하지’라고 진심으로 생각하셨다. 당연히 사윗감의 성품이나 경제력 이외에도 외모 역시 평가에 꽤 높은 비중을 차지하신다.

처음 연애할 때야 어머니께 조잘조잘 보고도 잘 하고, 이것저것 물어보며 어머니의 의견을 참고하기도 했지만, 이 남자랑 결혼할 거 아니고 연애 좀 하는 건데도 연애의 끝은 이별이 아니라 결혼이라고 생각하시는, 어떤 면에서는 보수적인 어머니이기에 데이트남의 정보를 공유해봐야 엄격한 기준에서 마음에 안 드는 몇 가지는 항상 지적받았다.

그렇다보니 어머니가 나서서 선을 볼 남자를 주선해 주시는 경우가 많았다. 그 당시에 나는 결혼을 하기엔 아직 어렸었고 좋은 남자에 대한 안목도 부족했던 때였다. 어머니가 소개해준 사윗감으로 걸맞은 조건을 가진 남자들은 준수한 외모는 가졌지만 성실하고 책임감이 너무나 강해 보였다. 군소리 없이 선 자리에 나가 참하게 앉아 있다 돌아오긴 했지만 스물다섯도 안 된 나에게 그들은 답답하고 심심한 남자로 분류될 뿐이었다.

그렇게 훅하고 세월이 흘렀다. 주변에 괜찮은 목록은 바닥났지, 딸의 나이 앞자리엔 숫자 3이 자리를 잡았지, 남자는 있는지 없는지도 알려주지 않지…. 조바심이 나신 어머니는 몇 달 전 결혼정보회사에 딸의 정보를 넘겨줄 마음을 잡수셨다.

도살장에 끌려간 돼지들이 등급을 받고 팔려나가듯, 몇 백의 돈을 내고 처참한 자기 등급을 확인해야 하는 그런 일이 달가울 리 없었다. “어머니, 가입비를 차라리 절 주세요. 그 돈에 좀 보태서 난 유럽 여행을 가겠어요.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영국을 찍는 겁니다. 그래서 각 나라의 남자들이랑 자보는 겁니다. 비록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넘치는 글이 되겠지만 각국 남자들의 작업 방법이라든지, 밤의 테크닉을 비교하는 글을 쓰는 게 오히려 더 유용하고, 즐거울 수 있는 일이 아닐까요?”

물론 그렇게 말하진 못했다.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그게 과연 좋은 방법일까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곤 매일하던 안부전화도 딱 끊고, 행여나 어머니의 전화가 오면 “회의 중이에요. 있다가 걸게요”라며 얼렁뚱땅 넘어갔다. 그러나 온 친척이 모이는 추석은?




그래서 마감을 끝내놓고, 비겁하지만 도망가기로 마음먹었다. ‘당장은 결혼할 생각도 없고요. 관심 좀 꺼주시겠어요?’라고 용감하게 맞서 싸워 봐야 그것이 진정 불효였다. 차라리 눈에 띄지 않는 것. 그리하여 일가친척이 모인 자리, 친가, 외가를 다 포함해도 첫 째인 나의 결혼 여부와 만나는 남자의 존재 유무가 화제가 되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현명한 선택인 동시에 스스로의 행복을 찾는 일이다. 그럼 잘 다녀오겠습니다.










'뇌內[망상]극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섹스의 사각지대  (4) 2010.11.16
그대 이름은 바람, 바람, 바람  (5) 2010.11.02
네 삶에 야함이 부족하진 않니?  (4) 2010.10.26
남자들이여, 축구를 하라  (1) 2010.08.18
쉽게 풀어버리진 말아요  (2) 2010.08.11
둘보단 셋이 좋아  (1) 2010.07.13






“네 남자친구가 뛰는 경기도 아닌데, 대체 왜 우리가 여기까지 와서 너와 함께 축구를 봐야 하는 건데?” 우리는 JJ를 만나기 위해 퇴근 지옥길인 사당역을 빠져나와 50m는 족히 되어 보이는 줄을 선 끝에 수원행 버스를 탔다. 경기 관람도 하기 전에 이미 녹초가 된 우리를 향해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 JJ는 캡틴 박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지난번에 만날 땐 이대호 이름이 적힌 롯데 핑크색 저지를 입고 있지 않았니?” JJ는 호호호 거리며 별걸 다 기억한다며 쑥스러운 척을 했다. “그게 언제 적 얘기니, 나 이제 축구야. 축구가 최고라니까.” 월드컵이 끝난 후 주가가 확 올라가버린 귀염이 기성용이 나오지 않았다면 우리의 동의도 없이 A매치 티켓을 끊고는 통보한 JJ에게 아무도 호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저 멀리 스코틀랜드에서 날아온 KI를 한 번 보겠다는 마음으로 수원까지 왔지만 오랜만에 만난 그녀의 근황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린 시절 남자의 진정한 매력에 대해서 눈곱만큼도 알지 못하는 주변 친구들이 ‘운동하는 남자는 뇌도 근육으로 되어 있을 것 같아 별로다’라며 배부른 소리나 하고 있을 때부터 종목을 가리지 않고 체대 다니는 애들만 섭렵했던 JJ. 현재 축구라는 종목에 안착할 때까지 배구, 탁구, 농구, 야구라는 공통점이라고는 구기종목인 것 밖에 없지만 일관성 있게 운동선수들을 만나왔다.

“내조가 별 게 아냐.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거, 나도 같이 좋아하는 게 내조지.” 남자친구가 훈련을 하느라 데이트를 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 때에도 쓸쓸해하거나 외로워할 틈도 없었다. 몸에 좋은 보양식을 손수 만들기 위해 요리학원에 다니는 것은 기본이고 시간을 일부러 내서 프로팀의 경기를 보러 다니며 해당 종목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쌓아 나가는 것도 JJ의 주요한 일과 중 하나였다. 그렇게 바쁘다보니 친구들을 만날 때도 항상 경기장으로 불러내는 그녀였다.

전반전에 윤빛가람과 최효진이 골을 터뜨린 이후 박지성과 기성용도 교체되어 살짝 지루한 감이 들기 시작한 후반 말미, 운동장을 야생마처럼 뛰어다니는 축구선수들을 황홀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JJ가 말했다. “90분을 저렇게 달리는 체력은 말이야. 어떤 종목도 따라갈 수 없단 말이지.” 우리는 뭔소리냐는 식으로 JJ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함축된 표현을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봤다.





“만족스러운 섹스를 하려면 뭐가 중요하니?” JJ가 다그치며 물었다. 우리는 얼떨결에 대답한다. “발기의 지속력? 혹은 페니스의 단단함의 정도.” “그렇다면 발기의 메카니즘이 뭐니? 바로 혈액순환 아니겠어? 혈액순환과 직결된 게 무엇인니? 바로 폐활량 아냐!”

어떤 운동 종목보다 오래, 그리고 격하게 계속해서 뛰어다니는 축구가 최고라는 거다. 농구도 그렇지 않냐는 물음에 “아냐, 아냐. 걔들은 순발력은 있는데 지구력이 없어. 은근하게 오래 버티는 맛은 축구가 최고란 말이지.”

그렇게 축구선수를 예찬하는 JJ. 아무래도 그녀가 수영선수를 만나지 않는 이상, 구기 종목에서는 축구 선수 이외 다른 종목의 선수를 만날 것 같지 않았다. 하긴 세렝게티의 허약한 기린 같아 보이는 크라우치가 섹시 톱10 모델에 드는 자신의 약혼녀 애비 클랜시를 두고 매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용서를 받은 데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적인 요인 외에도 다른 것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뇌內[망상]극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대 이름은 바람, 바람, 바람  (5) 2010.11.02
네 삶에 야함이 부족하진 않니?  (4) 2010.10.26
곤욕스러운 추석 관심 피하기  (2) 2010.09.15
쉽게 풀어버리진 말아요  (2) 2010.08.11
둘보단 셋이 좋아  (1) 2010.07.13
잘가요, 이웃사촌  (6) 2010.06.30








그는 키스를 하면서 양손으로 H의 허리를 휘감아 안았다. 곧이어 등을 쓰다듬더니 이내 ‘툭’하고 H의 브래지어 후크를 한 번에 풀어버렸다. 보다 못한 H가 답답해하면서 브래지어를 풀어주었던 것이 엊그제 일처럼 생생한 데 그는 이제 한 손으로 한 번에 그것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간 함께 보낸 수많은 밤의 끝에 그러한 능력을 습득하게 된 것일테지만 오늘 밤 H는 그 사실이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그와 데이트하기 직전 H는 꽤 값비싼 모 브랜드의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울 속에는 조금 더 커진 가슴과 그 사이에 생긴 골짜기 덕분에 자신감에 넘쳐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고 있는 그녀 자신이 있었다.

그는 H를 침대에 눕히고 온몸을 애무하다가 그녀가 입고 있던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H는 블라우스를 벗기면 보일 새로운 브래지어에 대해 그가 무슨 말이라고 해주길 내심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몸 위로 올라가 정신없이 키스를 할 뿐이었다. 거금을 투자해서 구입한 브래지어는 그의 가슴에 짓눌려서 찌부러지고 있었다. 애써 모아 올려놓은 가슴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급한 마음에 H는 그를 옆으로 밀어 눕힌 뒤 과감하게 그의 위로 올라가 앉았다.

브래지어 하나의 차이일 뿐이었지만 H는 그에게 자신의 몸을 더 보여주고 싶었다. 그의 시선이 가슴에 갈 수 있도록 상체를 살짝 숙이면서도 하체를 움직여 단단한 그의 페니스를 애무했다.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가슴을 만졌다. 브래지어 위로 드러난 가슴부분은 살결이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넘쳤다. 그의 커다랗고 따뜻한 손 안에 가득 찬 자신의 가슴을 보며 H는 자랑스러웠으며 조금씩 흥분되어 가고 있었다. 그와 좋은 섹스를 하기 위한 자신의 노력이 보답을 받는 기분이었다.

H는 키스가 끝나면 그가 감탄사를 내뱉으며 칭찬을 해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따라 섹시해보여”라든지, “못 보던 속옷인데 너한테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아”라든지 평소와 다른 자신을 알아차리고 한 마디 말이라도 상냥하게 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그는 그저 수순이라는 듯 능수능란하게 브래지어를 풀어버렸다.

말릴 틈도 없이 순식간에 ‘툭’하고 브래지어가 풀려버리자, 가슴을 모아주던 힘이 풀리며 빈틈이 없던 그녀의 가슴 골짜기는 4차선 도로로 확장된 느낌이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있던 가슴도 땅으로 푹하고 추락한 듯 했다. 허탈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맨살을 꼬옥 껴안고 있는 느낌이 좋은 건 사실이지만, 매번 섹스를 할 때마다 항상 그렇게 하지 않았는가. 이번 만큼은 브래지어의 도움을 받아 자아 도취된 상태로 섹스를 하고 싶었던 H였다. H는 사치를 부려 구매한 속옷을 제대로 봐주지도 않고, 그 성능 좋은 브래지어 덕분에 평소보다 더 근사해진 자신의 몸매를 제대로 감상해주지도 않은 그가 원망스러웠다.

그저 벗기기에 바빠서 속옷을 짝짝이로 입는 것도 상관없다라든지, 속옷은 그저 벗기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들이 있다면 당신과의 밤을 위해 속옷 선정부터 꼼꼼하게 신경 쓰고 있는 그녀를 위해 관심과 칭찬을 보여주는 건 어떨까?

그녀들이 칭찬을 기다리다 지쳐 맘 편히 속옷을 입게 될 때 “내 여자친구는 화려하거나 과감한 속옷 같은 건 입을 줄 모르는 것 같아”라고 불평불만을 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러게 미리미리 그녀가 신경써서 입은 게 분명한 속옷을 입고 침대로 들어설 때는 속옷에 대한 감상과 긍정의 코멘트를 하는 것도 섹스의 과정으로 생각하고 격려하고 칭찬해주자. 그리고 그런 날에는 너무 쉽게 브래지어의 훅을 풀어버리지 말기. 그녀의 고조되고 흥분되었던 마음도 함께 훅하고 풀려버릴지도 모른다.



일간스포츠에서 칼럼보기




'뇌內[망상]극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 삶에 야함이 부족하진 않니?  (4) 2010.10.26
곤욕스러운 추석 관심 피하기  (2) 2010.09.15
남자들이여, 축구를 하라  (1) 2010.08.18
둘보단 셋이 좋아  (1) 2010.07.13
잘가요, 이웃사촌  (6) 2010.06.30
먼저 키스하는 일  (6) 2010.05.2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