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생물학적인 이유로 바람을 핀다고 쳐요. 그렇다면 여자들은 왜 바람을 피는 거죠?” 그렇게 물어본다면 이는 여성의 생물학적인 특성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남성이 자신의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고 싶어 한다면 여성은 더 우월한 유전자와 결합하길 원한다. 그렇기에 현재 짝이 있더라도 더 강하고 매력적인 남성과 짝짓기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이는 남녀의 특성을 아주 단순하고 단편적으로 본 것이다. 유전자 깊숙이 새겨진 생물학적 본능 이외에도 복합적인 이유로 정절을 지키기를 선택하거나 바람피우는 것을 선택한다.

바람을 피우는 일, 특히 여성에게는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이유가 존재하곤 한다. 여자에게는 몇 년간 사귄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 그 남자와 헤어질 마음도 없고 생에 마지막 사랑이길 원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가 보여주는 사랑의 태도가 예전만큼 열정적이지 않다. 그럴수록 그에 대한 집착이나 애정의 정도가 커진다. 그런 태도가 관계를 망칠 수 있는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여자는 자신이 여전히 섹시한 존재이며 사랑받기 충분한 사람인지 타인을 통해 증명 받고 싶어진다. 애정결핍의 반작용이다. 그럴 때 여자의 주변에 그녀에게 관심을 갖고 있던 능수능란하고 여자를 잘 다룰 줄 아는 남자가 있다면 그 둘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용하게 된다. 하룻밤 혹은 몇 번의 섹스 정도면 여자도 그 상대로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

여자는 매력적인 남자가 자신을 여전히 원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심한다. 사랑스럽지 않아서 사랑받지 못한다는 몹쓸 부정적인 생각은 머리에서 지워 버릴 수 있다.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의 섹스를 통해 묘한 힘을 얻는다. 그리고 자신의 사랑이 누구를 향해 있는지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내게 만족을 주는 사람은 새로운 관계의 새로운 사람이 아니라는 걸 몸소 체험하는 것이다.

여자는 여유를 되찾는다. 사랑의 표현방식이 시간이 지나면서 바뀐 것이지 열정이 사라졌다고 해서 사랑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걸 이해해줄 수 있는 여유이다. 그가 변했다는 생각에 불안하고 힘들었던 여자는 타인과의 섹스를 통해 자신감을 되찾고 관계에 있어서 조급했던 마음을 한 발 뒤로 물릴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는 궁극적인 문제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느낌은 반복적으로 그 여자를 덮칠 수 있고 그때마다 타인과의 섹스를 해야 하는 것이라면 장기적으로 그 여자에게 좋은 일은 아닌 것이다. 이런 방식의 바람은 자아존중감이 낮은 여자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형태이며 이런 식으로 바람을 피우는 것을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바람을 피는 이유다.





생물학적인 본성이 그러하지만 우리는 사회라는 제도를 통해서 일부일처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관계를 맺을 때 지켜야 할 의리 같은 것이 존재한다. 그러나 불가피한 바람은 언제나 두 사람에게 불고 있다. 제도가 본능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혹은 그 제도가 어쩜 불합리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하더라도 바람을 피운다는 건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입히는 일이다. 그것을 명심해야 한다.

‘바람을 피우지 말라. 바람은 나쁜 것이다’고 단정 짓지는 못한다. 사람은 제각각 각자의 사정들이 있다. 그러나 그 바람을 들키는 것은 정말 나쁜 짓이다. 재주껏 피우지 못할 바람이라면 자제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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