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폐렴에 걸려 2주간이나 앓아누워있었고, 바쁘다는 핑계로 데이트를 소홀히 하고 나가놀지 못하는 일이 지속되었다. 결국 나는 욕구불만에 빠져버렸다. 나의 꿈들이 나에게 강력하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금 이대로는 안 돼!”


직업적인 이유로 다른 사람에 비해 섹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도 아니기에 평소 건전한 방식으로 나의 욕구를 해소해오고 있다고 믿었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히 지금까지 무의식에서 성적 욕망을 읽어낼 징후는 없었다. 잘생긴 배우나 섹시한 가수를 떠올리며 ‘그와 함께 하는 아주 야한 꿈을 꾸고 싶어요’라며 빌고 빌어도 꿈속에서 그들과 뒹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몹쓸 꿈들이 내 밤을 장악하고 있다. 셔츠를 찢어 탄탄한 가슴 근육과 선명한 복근을 드러내는 퍼포먼스로 누나들을 잠 못 이루게 만들었던 그 아이돌이 꿈속에 등장한 것이다. 꿈이라는 걸 인지하면서도 그와 단둘이 한 공간에 있다는 사실이 황홀할 지경이었다. 얼마나 많은 누나들이 그를 욕망하는지 생생하게 느끼던 터라 이건 횡재다 싶어 꿈꾸기에 집중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워낙 경쟁력 있는 상대이다 보니 꿈에서도 그를 노리는 세력과 힘겨루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를 차지하겠다고 덤벼드는 다른 여자를 밀어내려고 애쓰다보니 정작 눈앞에 훌륭한 몸을 두고 아무런 진도도 나가지 못한 채 잠에서 깨버렸다.

그럴 거라면 꿈에 등장하지나 말지. 너무나도 선명하고 생생한 꿈이었기에 하루 꼬박 아쉬워하며 보내야했다. 꿈에서도 그런 몸을 안아보지 못한다니. 나의 기구하고 비루한 운명을 저주하고 싶어질 지경이었다. 

그런데 어젯밤, 꿈속에서 드디어 성교를 하고 말았다. 상대가 누구인지 그 대상이 인지되지 않는 그런 꿈이었지만 그래도 꿈에서 처음으로 섹스를 했다는 것이 흡족했다. 그러나 그것도 순간이었다. 그는 삽입을 하고 난 뒤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사정도 없이 자신의 페니스를 빼버렸다. 그러곤 우리의 섹스가 다 끝난 것 마냥 내 옆에 누워 팔베개를 해주고 나를 안아주었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얼떨떨한 기분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섹스를 하고 나니, 네가 더 예뻐 보여.”와 같은 손발이 오그라지다 못해 사라질 것 같은 대사를 내뱉는 게 아닌가. 아니 우리가 언제 섹스를 했단 말인가. 나는 꿈이지만 너무 화가 나서 그의 얼굴을 한 대 퍽 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프로이트 식으로 말하자면 평소 억압된 욕망이 표출되는 것이 꿈이라는데 섹스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경험을 하는 꿈이라니!!! 결코 달갑지않았다. 아무래도 꿈의 경고를 무시해서는 안 될 것 같다. 히스테릭하고 신경질적인 내가 툭 튀어나오기 전에 조치를 취하도록 해야겠다. 오늘 밤! 난 꿈 따윈 꾸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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