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일정 기간 집중해서 충분하고 다양한 섹스를 경험하고 나면 어떤 섹스 앞에서도 초연해지는 면이 생긴다. 모험을 함께 한 상대의 성숙함 정도에 따라 섹스에 대한 호감도 그 기간 결정이 된다. 호불호가 어떻게 갈리든 섹스 자체의 즐거움은 무시할 수는 없다. 여자도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매력적인 남성을 보고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미혼 여성이 죄책감 없이 긍정적으로 섹스를 즐기는 방법은 연애 밖에 없다. 연애와 결혼 관계 이외에서의 섹스는 여자들에게 이중잣대로 평가된다. 그러나 연애나 결혼을 한다고 해도 만족스럽고 행복한 섹스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J는 여섯살이나 어린 대학 초년생의 남자친구를 만나 연애를 시작했다. 순진하고 순수하고 귀여운 면모에 반하고 저돌적으로 도전한 남자다움에 이끌렸다. 몸의 대화는 이르게 시작되었다. J는 하루 종일 일에 시달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그래서 섹스를 하고 싶어 하는 자신을 부담스럽게 생각했던 여섯 살 많던 예전 남자친구와 비교하면 에너자이저 같은 그의 체력을 칭찬해주고 싶었다. 미숙하지만 열성적인 그의 성적 소망과 에로틱한 꿈을 실현시켜주기 위해 노력했다. 침대에서 벗어나려 하면 조금만 더 침대에 머물러 주길 바라며 자신의 몸을 만져주는 그가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침대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과도하게 많아졌다. 연애 초창기 햇살 아래 손을 꼭 잡고 길을 거니는 추억은 없었다. 둘은 습하고 비밀스러움만을 공유하고 있었다. J는 남자친구와 다른 것들을 함께 하길 유도했지만 모든 데이트는 서둘러 끝나고 둘만의 공간에서 섹스를 나누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J는 극단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둘이 집에 머물러 있다하더라도 섹스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거부권을 행사했다. 7번 즈음 못하겠다고 몸을 뺐을 때 남자친구는 무섭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네가 섹스를 해주지 않으면 다른 여자를 만날 수밖에 없어.” J는 순간 욱해져서 그의 이마에 콩하고 쥐어박았다.

“유치하게 그런 소리를 내뱉는 걸 보니 대책 없는 어린이구나! 그런 이유로 우리 둘 사이의 신의를 포기하겠다면 나도 이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없어, 세상의 여자친구들이 마스터베이션 대용이라도 된다고 생각해? 물론 한창하고 싶은 시기라는 건 이해하지만 연애 관계에서 내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면 넌 무얼 했니?”

연애나 결혼이 남자들의 섹스보장권이라고 생각하는, 그래서 여자친구가 있을 땐 당연히 자신의 성적욕구를 풀 수 있다고 믿는 건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무시하는 일이다. 하고 싶을 때 사회적 모순적인 상황 때문에 즐거움을 추구하지 못하는 것도 억울한데, 하기 싫을 때도 응해줘야 한다는 것도 너무나 부당하다. 여성의 성적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된 이 시점에 필요한 건 여성의 욕구를 이해할 수 있는 남자의 따뜻함과 배려일 것이다.





 

'뇌內[망상]극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섹스 칼럼니스트라는 직업  (9) 2011.12.21
욕구불만의 기록  (2) 2011.11.23
구강기의 발현  (0) 2011.10.20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0) 2011.08.31
스킨십의 절대기술  (5) 2011.07.12
등근육을 키우세요  (3) 2011.02.2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