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키스를 하면서 양손으로 H의 허리를 휘감아 안았다. 곧이어 등을 쓰다듬더니 이내 ‘툭’하고 H의 브래지어 후크를 한 번에 풀어버렸다. 보다 못한 H가 답답해하면서 브래지어를 풀어주었던 것이 엊그제 일처럼 생생한 데 그는 이제 한 손으로 한 번에 그것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간 함께 보낸 수많은 밤의 끝에 그러한 능력을 습득하게 된 것일테지만 오늘 밤 H는 그 사실이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그와 데이트하기 직전 H는 꽤 값비싼 모 브랜드의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울 속에는 조금 더 커진 가슴과 그 사이에 생긴 골짜기 덕분에 자신감에 넘쳐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고 있는 그녀 자신이 있었다.

그는 H를 침대에 눕히고 온몸을 애무하다가 그녀가 입고 있던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H는 블라우스를 벗기면 보일 새로운 브래지어에 대해 그가 무슨 말이라고 해주길 내심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몸 위로 올라가 정신없이 키스를 할 뿐이었다. 거금을 투자해서 구입한 브래지어는 그의 가슴에 짓눌려서 찌부러지고 있었다. 애써 모아 올려놓은 가슴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급한 마음에 H는 그를 옆으로 밀어 눕힌 뒤 과감하게 그의 위로 올라가 앉았다.

브래지어 하나의 차이일 뿐이었지만 H는 그에게 자신의 몸을 더 보여주고 싶었다. 그의 시선이 가슴에 갈 수 있도록 상체를 살짝 숙이면서도 하체를 움직여 단단한 그의 페니스를 애무했다.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가슴을 만졌다. 브래지어 위로 드러난 가슴부분은 살결이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넘쳤다. 그의 커다랗고 따뜻한 손 안에 가득 찬 자신의 가슴을 보며 H는 자랑스러웠으며 조금씩 흥분되어 가고 있었다. 그와 좋은 섹스를 하기 위한 자신의 노력이 보답을 받는 기분이었다.

H는 키스가 끝나면 그가 감탄사를 내뱉으며 칭찬을 해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따라 섹시해보여”라든지, “못 보던 속옷인데 너한테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아”라든지 평소와 다른 자신을 알아차리고 한 마디 말이라도 상냥하게 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그는 그저 수순이라는 듯 능수능란하게 브래지어를 풀어버렸다.

말릴 틈도 없이 순식간에 ‘툭’하고 브래지어가 풀려버리자, 가슴을 모아주던 힘이 풀리며 빈틈이 없던 그녀의 가슴 골짜기는 4차선 도로로 확장된 느낌이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있던 가슴도 땅으로 푹하고 추락한 듯 했다. 허탈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맨살을 꼬옥 껴안고 있는 느낌이 좋은 건 사실이지만, 매번 섹스를 할 때마다 항상 그렇게 하지 않았는가. 이번 만큼은 브래지어의 도움을 받아 자아 도취된 상태로 섹스를 하고 싶었던 H였다. H는 사치를 부려 구매한 속옷을 제대로 봐주지도 않고, 그 성능 좋은 브래지어 덕분에 평소보다 더 근사해진 자신의 몸매를 제대로 감상해주지도 않은 그가 원망스러웠다.

그저 벗기기에 바빠서 속옷을 짝짝이로 입는 것도 상관없다라든지, 속옷은 그저 벗기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들이 있다면 당신과의 밤을 위해 속옷 선정부터 꼼꼼하게 신경 쓰고 있는 그녀를 위해 관심과 칭찬을 보여주는 건 어떨까?

그녀들이 칭찬을 기다리다 지쳐 맘 편히 속옷을 입게 될 때 “내 여자친구는 화려하거나 과감한 속옷 같은 건 입을 줄 모르는 것 같아”라고 불평불만을 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러게 미리미리 그녀가 신경써서 입은 게 분명한 속옷을 입고 침대로 들어설 때는 속옷에 대한 감상과 긍정의 코멘트를 하는 것도 섹스의 과정으로 생각하고 격려하고 칭찬해주자. 그리고 그런 날에는 너무 쉽게 브래지어의 훅을 풀어버리지 말기. 그녀의 고조되고 흥분되었던 마음도 함께 훅하고 풀려버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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