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의 띠 같은 관계를 출혈 없이 끊어내는 건 불가능했고 제법 위악적으로 굴어야 했지만 진짜 마지막을 찍을 수 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둘의 섹스는 어떤 감흥이 아닌 좋지 못한 습관일 뿐이라는 걸 알았지만 나만 아는 네 느낌 그걸 무시하기 어려웠지.


욕망도 아닌 감정. 그건 어떤 욕망이 아니었기에 절제할 수 없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날 욕망하길 원했던 것도 아니었다. 여전히 내가 너에게 여자라는 사실도 전혀 으쓱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불안한 영혼일 뿐이었다.




'물을 품은 선인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급한 키스  (0) 2015.06.07
생의 언어를 살피는 일  (0) 2015.06.06
기록  (0) 2015.06.05
섹스에 대해 글을 쓰는 일  (0) 2015.04.13
스무 살 무렵 내게 섹스는 거절과 동의어였다  (0) 2015.04.10
섹스의 폭력성  (0) 2015.03.16




섹스를 주제로 글을 쓰기 위해 주변과 그 너머의 일들을 살펴보면

의외로 쾌락적인 요소보다 끔찍한 사건들과 마주할 때가 더 많다. 

그로인해 존재하는 고민들을 수치심이나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개인의 욕망이 아니라 사회적 폐단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게 섹스로 인한 문제다. 

남성의 폭력도 그 맥락에서 읽어낼 수 있다.

(남성의 여성혐오 범죄나 데이트 강간, 이별 살해 등등)


약자가 빼앗길 수 있는 자기 몸의 주체성이나 통제력도 

섹스와 연결되면 인간이라는 존재를 혐오하게 될 일들과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섹스에 대해 말하는 것이 음란과 야함의 수준에 머무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름과 존엄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물을 품은 선인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의 언어를 살피는 일  (0) 2015.06.06
기록  (0) 2015.06.05
마지막마지막  (0) 2015.04.18
스무 살 무렵 내게 섹스는 거절과 동의어였다  (0) 2015.04.10
섹스의 폭력성  (0) 2015.03.16
여자의 도발  (0) 2015.03.15



스무 살 무렵 내게 섹스는 거절과 동의어였다. 남자들은 나와 자고 싶어했다. 내가 가진 성적 매력,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그저 그 시기에 내 남자들이 섹스를 해야했기 때문이었다. 짐짓 얌전하게 행동을 포장했지만 그런 충동에 흔들리는 눈빛은 쉽게 읽어졌다. 


나는 혼전순결주의도 아니었고, 섹스 자체에 거부감이나 두려움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굳이 그 남자들과 자고 싶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분명했기 때문에 휩쓸리지 않았다. 그러나 언제나 제안받는 쪽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드디어 내가 자고 싶은' 남자를 만났을 때 도무지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다. 그때의 고민과 시행착오가 글을 쓰게 만들었던 동력이었고 그 덕에 노하우를 축적하게 되었음에도 지금도 여전히 답이 없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연애와 관련된 조언을 써야하는 지면을 맡게 되면 확신의 어투로 글을 쓸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하게 된다. 조심스럽다. 그래도 써야할 때가 있다. 그런 것들이 나로 하여금 주저하게 만들고 쓰는 것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늘 그것과 싸움을 한다. 섹스를 거절하는 일은 쉽지만 좋은 섹스를 위해 해야할 일들은 수월한 것이 없다.



 





'물을 품은 선인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록  (0) 2015.06.05
마지막마지막  (0) 2015.04.18
섹스에 대해 글을 쓰는 일  (0) 2015.04.13
섹스의 폭력성  (0) 2015.03.16
여자의 도발  (0) 2015.03.15
친밀함에 대한 기대  (0) 2015.03.15




상대가 가진 원초적인 폭력성이 섹시하다고 느낄 때는 그로인해 내가 다칠 일은 없다는 확신부터 자리잡아야 한다. 질투로 울컥해 주먹으로 쳐 문짝을 망가뜨려놓고는 섹스 도중에 목을 졸라달라는 말에 덜컥 겁을 먹는 남자의 귀여움처럼.




'물을 품은 선인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지막마지막  (0) 2015.04.18
섹스에 대해 글을 쓰는 일  (0) 2015.04.13
스무 살 무렵 내게 섹스는 거절과 동의어였다  (0) 2015.04.10
여자의 도발  (0) 2015.03.15
친밀함에 대한 기대  (0) 2015.03.15
섹스의 딜레마  (0) 2015.01.21




남자들은 여자의 도발을 멋있는 행위라고 칭송하지만 실은 쉽게 섹스로 가는 방법이라 좋은 것 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의 주체성을 높게 평가하는 게 아니라 여자가 먼저 나설 정도로 자신이 근사하다는 것에 대한 도취일 수도 있고. 그렇다고 남자가 먼저 제스처를 취할 때까지 얌전히 있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고. 내가 상대를 '원'한다면 먼저 도발할 수도 있지. 자기 맘도 모르면서 섹시함 코스프레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고 여자가 도발한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도 함정!





'물을 품은 선인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섹스에 대해 글을 쓰는 일  (0) 2015.04.13
스무 살 무렵 내게 섹스는 거절과 동의어였다  (0) 2015.04.10
섹스의 폭력성  (0) 2015.03.16
친밀함에 대한 기대  (0) 2015.03.15
섹스의 딜레마  (0) 2015.01.21
3  (0) 2015.01.19




어느 지점에 와서 더이상 친밀함에 대해 기대감을 품지 않게 되어버린 게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돌아서는 사람의 등을 보는 게 무서워 내가 먼저 등을 돌릴 타이밍만 기다리는 비겁한 사람이 된 듯도 하다. 물론 사랑 자체를 냉소하진 않는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나를 변화시키는 그 순간은 언제나 가증스러우면서도 즐겁다. 그러나 감정의 노동강도가 심한 사랑보다는 우정의 영역에서, 에로틱한 우정의 정도로 오래 유지될 수 있는 관계를 더 바라게 되는 것 같다. 사그라들 열정보다는 지속적인 온기!






'물을 품은 선인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무 살 무렵 내게 섹스는 거절과 동의어였다  (0) 2015.04.10
섹스의 폭력성  (0) 2015.03.16
여자의 도발  (0) 2015.03.15
섹스의 딜레마  (0) 2015.01.21
3  (0) 2015.01.19
창녀와 예술가  (0) 2014.07.22







그저 그런 섹스 후엔 기분 전환을 위해 더 나은 섹스를 해야하고 

엄청나게 신나는 섹스를 한 후엔 좋았으니까 또 하고 싶어지는 거. 

섹스를 한 이상 멈출 수 없는 거다. ♥





'물을 품은 선인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섹스의 폭력성  (0) 2015.03.16
여자의 도발  (0) 2015.03.15
친밀함에 대한 기대  (0) 2015.03.15
3  (0) 2015.01.19
창녀와 예술가  (0) 2014.07.22
결혼 단상  (0) 2014.07.13




내가 MFM을 한다면 그건 나를 욕망하는 두 남자를 갖겠다는 탐욕의 표현이 아니다.

오직 당신에 대한 내 순정을 증명하는 일이 될 것이다.

다른 남자의 몸을 느끼면서도 나의 정신은 오롯이 당신만을 원하고 반응할 것이다.

당신에게 매달리듯 안긴채로 다른 남자는 단순한 쾌락의 도구로 삼는 것. 

당신의 눈을 바라보며 내가 느끼는 만족감을 온몸으로 전할 것이다. 

나는 당신이 지배하고 있어. 어떤 몸의 쾌락 앞에서도 지지 않을 순정을 증명해 보일 것이다.


쓰리섬의 또 다른 방식인 FMF를 당신이 바란다면 지금의 나는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앙투라지의 슬로안이 에릭의 판타지를 채워주기 위해 친구를 동원하지만 

'삽입만은 안돼'라는 규칙으로 오히려 에릭으로 하여금 그 여자에 대한 열망을 키우게 만든 것과는 다르게

당신이 원한다면 그녀를 채워도 좋다. 


하지만 내겐 넣지마. 그게 나의 규칙이야. 대신 머리로 내 안을 상상해. 

당신의 페니스가 붙잡히던 그 순간을 되새김질해. 그녀와 비교해. 절대적인 나를 기억해.

당신을 원하지만 그것을 얻을 수 없을 때 내가 얼마나 고통받는지 지켜봐. 

어떤 아름다운 것이 내 옆에 있다하더라도, 부드러운 입술과 섬세한 손놀림으로 당신을 대신하려고 해도, 

당신의 페니스가 아니면 소용이 없다는 걸. 무너지는 나를 제대로 지켜봐.


우리 둘을 두고 셋이든 넷이든 다른 새로운 것들이 끼어든다고 해도 아무 의미 없어. 

오히려 더 서로를 증명하게 될거야. 

서로에게 가장 좋은 것이라는 사실을. 

그럴 수밖에 없을 거야.









'물을 품은 선인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자의 도발  (0) 2015.03.15
친밀함에 대한 기대  (0) 2015.03.15
섹스의 딜레마  (0) 2015.01.21
창녀와 예술가  (0) 2014.07.22
결혼 단상  (0) 2014.07.13
그가 가진 의미  (0) 2014.07.12



쿨한 여자가 좋은 섹스를 하는 게 아니다.

욕망을 조절할 줄 아는 여자가 좋은 섹스를 한다.


창녀는 격정의 와중에서도 냉정하고, 언제나 자기가 도발시킨 쾌락의 초연한 관객이며, 남들이 황홀해서 도취에 빠질 때에도 그녀는 고독과 냉담을 느낀다. 요컨대 창녀는 예술가의 쌍둥이인 것이다. 데까당스 예술가들이 창녀를 이해하는 것은 감정과 운명의 이러한 공통점 때문이다. 그들은 자기들이 어떻게 몸을 팔고 어떻게 자기들의 가장 신성한 감정을 희생하여 또 얼마나 값싸게 자기들의 비밀을 팔아넘기는지를 알고 있는 것이다. -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물을 품은 선인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밀함에 대한 기대  (0) 2015.03.15
섹스의 딜레마  (0) 2015.01.21
3  (0) 2015.01.19
결혼 단상  (0) 2014.07.13
그가 가진 의미  (0) 2014.07.12
연애의 단점  (0) 2014.06.30




샤워를 하고 나와 온몸에 바디로션을 충분하고 꼼꼼하게 바르면서 생각했다. 평생 여자이고 싶다. 결혼을 해서도, 아이가 태어나도, 섹스리스한 삶은 살고 싶지 않다. 나의 배우자도 평생 남자였으면 좋겠다. 서로가 서로에게 성적인 존재인 동시에 좋은 친구였으면 좋겠다. 함께 밥을 먹고. 공유하는 화제가 두어 개 정도 있고, 서로의 일과를 무심하지 않게 들어줄 수 있는. 뭐 대단하지 않더라도, 대단히 행복해 보이지 않더라도, 섹스가 끝난 뒤 침대에선 서로가 서로를 끌어안지 않고 등을 맞대고 잠이 든다고 하더라도.



내게 결혼이란 나의 첫번째 독자를 가지는 일이라 생각한다. 냉철하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비평가. 물론 우정의 영역에서 이미 그런 친구를 가졌지만 새벽에 자다깨서 책상에 앉아도 의아해하지 않을 남편을 가지고 싶다. 둘이 마주 앉아 각자의 일을 하며 - 생각의 정리든 세계의 창조이든. 뭔가 쓰는 일의 즐거움과 괴로움, 뿌듯함과 절망감을 알고 섣불리 위로하지 아니하되, 기꺼이 서로의 뮤즈가 되는 사이가 되는 것.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선함을 유지하되 서로의 악함을 도닥여주는 것.



결혼하면 남편을 내편, 내편씨라고 부르고 싶은 로망이 있다. 이봐요. 내편씨. 저녁엔 산토리 위스키 하이볼에 갓 잡은 문어로 숙회나 만들어 먹을래요? 샐러드에는 레몬갈릭소스를 뿌립시다. 식사를 하면서 내편씨랑 처음 봤던 영화 다시 볼까요? 아님 냇킹콜의 음악을 틀어도 될까요? 내편씨이! 이런 대사를 생각했다. 












'물을 품은 선인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섹스의 딜레마  (0) 2015.01.21
3  (0) 2015.01.19
창녀와 예술가  (0) 2014.07.22
그가 가진 의미  (0) 2014.07.12
연애의 단점  (0) 2014.06.30
어느 날의 기록  (0) 2013.10.2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