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무렵 내게 섹스는 거절과 동의어였다. 남자들은 나와 자고 싶어했다. 내가 가진 성적 매력,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그저 그 시기에 내 남자들이 섹스를 해야했기 때문이었다. 짐짓 얌전하게 행동을 포장했지만 그런 충동에 흔들리는 눈빛은 쉽게 읽어졌다. 


나는 혼전순결주의도 아니었고, 섹스 자체에 거부감이나 두려움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굳이 그 남자들과 자고 싶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분명했기 때문에 휩쓸리지 않았다. 그러나 언제나 제안받는 쪽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드디어 내가 자고 싶은' 남자를 만났을 때 도무지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다. 그때의 고민과 시행착오가 글을 쓰게 만들었던 동력이었고 그 덕에 노하우를 축적하게 되었음에도 지금도 여전히 답이 없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연애와 관련된 조언을 써야하는 지면을 맡게 되면 확신의 어투로 글을 쓸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하게 된다. 조심스럽다. 그래도 써야할 때가 있다. 그런 것들이 나로 하여금 주저하게 만들고 쓰는 것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늘 그것과 싸움을 한다. 섹스를 거절하는 일은 쉽지만 좋은 섹스를 위해 해야할 일들은 수월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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