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속절없는 슬픔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기분이 울적해져서 원초적으로, 비합리적인 수준으로 위로받고 싶을 뿐 다른 이유가 없는 슬픔은 받아들이지 못한다.
앨리스 역시 이런 약한 면모로 그 남자에게 짐이 되기 싫었다.
그 남자는 그녀가 강할 때 스스로를 매우 자랑스럽게 여겼다.
- 알랭 드 보통, 우리는 사랑일까
그는 나보다 한참 어렸다. 그럼에도 팔베개를 해주고 귀밑머리를 넘겨주며 내게 아기 같다고 말했다.
또래 아니 동생 같이 여겨진다며 내 속의 어린 아이를 본 것처럼 이야기했다.
살아온 시간의 물리적인 축적. 그것이 사람을 어른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기에
여러 측면에서 그는 어른스러웠고 믿음직스러웠으며 쉬이 변하지 않을 사람 같았다.
하지만 나는 마음의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되었다.
그는 내가 어른이었기에 나를 좋아한 것이었다.
그녀의 진정한 소망은 여전히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할 여지를 찾는 것이었다.
내가 겁을 먹어도, 고민이 있어도, 신경이 날카로워도 날 사랑해줘요. 내가 잘하지 못해도 있는 모습 그대로 나를 사랑해줘요.
- 알랭 드 보통, 우리는 사랑일까
내 안의 어린이는 상대방의 애정이 수시로 변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무한한 사랑. 어머니와 같은 사랑을 바라고 있었다.
잘 막아둔 마음에 균열을 일어 그 틈새로 보인 나의 어린이에
누군가 놀라 뒷걸음질 치는 모습에 상처를 받았다면 같은 실수는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말랑해진 마음은 조금만 기댈 구석이 생겨도 우르르 무너져버린다.
그게 연애의 단점이다.
흔들려버리고 마는 것. 휩쓸리게 되는 것.
혼자 일 때 평온한 마음은 누군가 던진 돌에 파장이 이는 호수처럼 출렁거리는 것이다.
결국 그런 심정들로 인해 연애를 망치는 것이 된다.
알면서도 반복하게 되는 실수.
어린이들은 사랑받고 싶어한다.
게걸스럽고도 탐욕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