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의 트위터에 실수로 올라온 한 장의 사진 때문에 웹상으로 병문안을 패러디한 사진들과 믿음이 부족하다류의 유머들이 올라오는 걸 지켜보았다. 그런데 소위 삼촌팬이라는 말하는 그들이 믿는 것’의 실체는 너무나 끔찍하고 가혹한 것이었다.

 

국민여동생이라는 둥, 첫사랑의 아이콘이라는 둥 원치 않게, 혹은 의도해서 만든 이미지를 뒤집어 쓴 여자 연예인들은 그것을 벗어던질 때 대중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기보다는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감과 그에 대한 비난을 듣기 마련이다. 그 이미지에서 탈피하려 할 때에도 그 목적도 결과적으로는 상업적일 수밖에 없기에 감당해야 할 몫이기도 하다. (연예인은 대중을 유혹하고 돈으로 환산된 그들의 욕망으로 살아간다는 걸 부정할 순 없으므로)

 

아이유는 남성들의 롤리타 콤플렉스를 자극했고, 남성팬들은 삼촌이라 자처하면서도 너무나도 당당하게 조카뻘되는 아이돌을 성적으로 소비했다. 여기까지는 서로 모른척하면서도 합의한 사실이다. 그게 연예산업이니까.

 

 

 

 

그러나 계획되지 않은 실수를 (물론 진상은 알 수 없지만) ‘연애스캔들이 아닌 섹스스캔들로 읽어내는 삼촌들의 능력에 실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자신들의 연애는 플라토닉하기만 한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삼촌은 믿는다라는 건 대체 뭘 믿는다는 것인지. 소녀 티를 갓 벗은 성인 여자가 처녀이길 믿는 것이 대체 뭐가 중요한 건가? 연애를 하더라도 처녀이길 바라고, '처녀'이기 때문에 좋아했다는 건 대단히 변태스러운 판타지를 대상에게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직접적인 섹스의 대상으로 아이유를 상상했다고 하면 솔직하기라도 하지. 어째서 21세기 대한민국은 여전히 처녀에 집착하고 있는 것일까? 아이유의 대척점에 있는 현아에게는 애초에 그런 걸 바라지도 않는다. 그것 또한 아이러니하다. 처녀에 대한 이중잣대.

 

더군다나 처녀라는 이미지를 가진 연예인에 대해서 그들은 순결하게 보호해주는 입장이었나? 양심에 가책없이 정말로 조카에게 그러하듯 애틋했나? 자신의 상상 속에선 철저하게 욕망했을 그들이 아이유를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현실적으로 자신에게는 기회조차 없는 일이기에 결코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나 자신이 실현시키지 못한 일은 다른 사람은 행했다는 좌절감에서 오는 울분 때문인가. 그러는 거라면 불쌍하다 못해 지질하다. 참 못났다. 이러쿵 저러쿵 말할 필요가 무엇인가. 사실 이 글도 길다. 한 줄이면 정리가 된다. 아이유가 그러든 말든 대체 댁들과 무슨 상관이냐.

 

여동생 이미지였는데 배반했다? 이미지를 소비하고 착각한 건 삼촌들이다. 조카는 자라서 연애를 하지 않나? 섹스를 하지 않나? 여동생은 여전히 여동생으로 머물러야 하나? 이 무슨 멍청한 생각이지?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국민여동생과 조카들 찾아 떠날 그대들 아닌가? 왜 아이유라고 자신의 이미지를 배반해서는 안 되는가?

 

 

 

 

엘리자베스 워첼이 자신의 책 <Bitch:음탕한 계집>에서 이렇게 서술했다. “어느 한 소녀가 자신의 능력과 확고함 그리고 자율성을 선언하는 것은 분명 얼마 동안은 못된 짓이고, 또 얼마 동안은 부모 가슴에 멍이 들게 할 만한 짓이다. 그 누구도 인간의 고통 앞에서 무심함을 드러내고 싶지는 않을 것이겠지만, 반역적이면서도 상스러운 그리고 때론 반사회적인 행동들은 하나의 명백한 선언이 된다.

 

아이유의 사진이 하나의 선언이길 바란다. 대한민국의 연예계에 여성캐릭터란 너무나 한정적이다. 남자들이 욕망하는 것이 빤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결국 수용할 사람들의 스펙트럼이 좁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마돈나도 패리스힐튼도 대한민국에선 그저 신상이나 털리고 악플에 시달릴 것이다. 그녀들이 욕망의 대상으로 안주하기보단 '나의 욕망'을 보여주겠다며 드러내는 모든 행동들이 그저 무의미할 것이다. 남성의 욕망으로 머무는 것. 그렇게 안전하고 원하는대로만 될 거란 착각은 하지마라. 그녀들은 변하고 있고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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