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하나같이 가짜 오르가슴에 속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키스할 땐 신음소리를 꾸미지 못해.” “한겨울, 난방도 제대로 안된 방에서 섹스를 하는데도 땀을 흘린다면 만족했다는 증거야.” “발가락이 벌어지면 도달한 거야.” 거짓 오르가슴을 구분하는 그들만의 노하우를 듣고 있으면 순진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복잡한 만족의 구조를 단순한 지표로 읽어내고 자신이 잘했다고 믿는다면 정신건강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남자들이 자신을 과신하기 시작하면 여자에게 섹스는 한없이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이 되고 만다.

애정을 품은 상대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하게 느끼길 원하는 여자들은 섹스를 할 때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감정의 교감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좋은 섹스란 좋은 관계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친밀감이 밀도있게 차오를 때, 상대방에 오직 내게만 몰두한다는 게 느껴질 때. 그때의 쾌감은 클리토리스나 G스팟 같은 어떤 지점을 공략했을 때보다 더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다.

 

 



불행은 애정의 지속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데 있다. 사랑은 일상이 되고 섹스도 무덤덤한 습관이 된다. 상당수의 남자들은 기성품처럼 정해진 몇 가지 패턴만 이용해 섹스를 한다. 삽입과 사정 사이 몇 번 체위를 바꾼다 하더라도, 사정에 도달하는 체위는 어느 순간부터 비슷해진다. 한 사람과 몇 번의 섹스를 해보면 그가 쓰는 패턴을 쉽게 읽어낼 수 있다.

예술가처럼 창조성을 발휘하길 바라는 게 아니다. 그러나 한 여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그녀만을 위한 맞춤형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상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탐험은 하지 않고 늘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과 섹스를 한다면 오르가슴은 머나먼 은하계의 이야기가 된다.

몸의 내부에서 뭔가가 한창 올라오고 있는데 클리토리스에 자극을 주던 손을 멈춘다거나, 적당한 속도의 자극을 원하는데 갑자기 빨라지고 강해진다거나, 원치 않는데 체위를 바꾼다거나 하는 행동 하나 하나가 오르가슴의 방해물이다. 여자 입장에서는 말로 자신의 요구를 전달하기 민망하다보니 불만을 품은 채 남자에게 맞춰주게 된다. 섹스는 자연히 즐겁지 않게 된다. 오히려 피곤해진다.

그가 빨리 절정에 도달해 그 지겨운 피스톤 운동이 끝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애를 쓰는 건 알겠어. 하지만 이만하면 됐어. 어서 마무리 짓자”라는 의미로 오르가슴을 가장(假裝)한다. 그에게 청각적 자극을 더 해주고 사정을 유도한다. 끝. 불만족스럽지만 더 이상 힘들거나 아프지 않아도 되는 홀가분한 끝.

삽입 후 재미가 반감해버리는 섹스, 의무적인 반응들. 여자가 능동적으로 자신의 요구를 말하지 않는다면 남자들은 자신이 잘하고 있다고만 생각할 것이다. 여자 입장에선 그렇게 말하는 것이 정숙해보이지 않을까봐 걱정이 되고, 또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그가 자존심 상해할까봐 조심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거짓 오르가슴으로 소리를 내질러도 진실은 침묵하다보면 진짜 오르가슴을 멀리 떠나보내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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