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했던 첫 키스들을 한 번 떠올려봐. 생애 처음으로 했던 키스 말고,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과 처음으로 했던 키스들.” 두서없고 갑작스러운 요청에 나는 본론을 말하라고 다그쳤다. “나의 경우에 처음 하는 키스에서 다들 하나같이 침을 잔뜩 묻혔어. 내가 까다로운 게 아니야. 키스를 하며 얼굴에 침이 묻는 걸 좋아할 여자가 어디 있니?” 나는 별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긴장해서 그랬나보지.”

 

“그럴 땐 키스하던 그의 얼굴을 잡고 살짝 밀어내. 그리고 다가오지 못하게 그의 어깨를 한쪽 손으로 밀어 지탱하고 있어. 그러고 나선 다른 손으로 얼굴에 묻은 침을 닦아내. 물론 팔로 스윽 성의 없게 문질러버리면 NG! 마치 슬로우모션처럼, 예를 들면 한 때 유행했던 아이돌의 춤사위처럼 섹시하게 손가락 몇 개로 얼굴을 쓸어내는 거지.”

 

시선은 그에게 고정시킨다. 이때 손톱색이 와인이나 블랙 계열이라면 새하얀 피부와 대조를 이뤄 시각적으로 주목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그런 상태에서 얼굴로 가져간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인다면 남자들은 넋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제 엉망인 키스를 교정해야겠지. 주인을 보고 달려와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며 정신없이 핥아대는 강아지가 되어선 안 된다는 걸 가르치는 거야. 도도한 고양이처럼 천천히, 꼼꼼하게 그러면서도 장난스러운 키스를 네가 보여주는 거야. 멍청한 녀석이 아니라면 상대가 받고 싶은 걸 자신에게 해준다는 걸 눈치 챌 거야.”

 

 

 

 


그가 움직이지 못하게, 다가오지 못하게 밀어내면서 공을 들인 키스를 선보여야 한다. 혹여나 침이 그의 얼굴에 묻게 되면 손가락으로 닦아주면서 침이 범벅된 키스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몸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가 흥분해서 네게 달려들려고 해도 네가 원하는 방식을 충분히 보여주기 전까진 그가 네게 키스하지 못하게, 네가 하는 키스를 가만히 받고 있게 만들어.”
 

“키스 실력도 랜덤인 거지만 말야. 왜 나만 이렇게 키스를 못하는 애들을 만나는 거야?” 그녀는 불만스럽다는 듯이 마지막 투정을 부렸다. “잘 생각해봐. 경험이 별로 없는 어린 애들은 제외하고, 두 번째 키스에서도 그렇게 침을 바르는 남자들이 많았어?” 그녀는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답했다. “두 번째 키스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제대로 하는 경우가 있었던 것 같아.”

 

“남자들이 그러는 거, 난 수컷의 영역표시라고 생각해. 아마 무의식적인 행동이 아닐까 싶어. 물론 모든 남자들이 그러는 건 아니지만, 나도 돌이켜보면 꽤 많은, 그것도 경험도 충분한 남자들이 처음 하는 키스에서 내 입 주변을 침 범벅으로 만들곤 했어. 편하게 생각해. 잘 못하는 건 가르치면 되는 거고, 고쳐지지 않고 불쾌한 행동을 계속 한다면 다른 남자를 만나면 그만이야.” 그녀는 진심으로 납득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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