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어떤 성적 환상을 가지고 있는지 물으면 주저 없이 대답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마치 그런 생각은 전에 해본 적도 없다는 듯, 그런 질문을 받고 이제야 생각해본다는 태도를 취하며 한참을 뜸들이다 어쩔 수 없이 말해주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낸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포르노를 접하며 자신만의 취향을 만들어 온 남성과는 달리 섹스에 대해서 말하지 않도록 혹은 섹스를 좋아하는 것을 내색이라도 한다면 헤픈 여자로 손가락질 받게 될 거라는 사회적인 관습과 교육 아래서 자라난 여성이라면 더욱더 그런 태도를 취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성적인 공상을 하는 것은 문제라고 여긴다. 잠깐이라도 음란한 환상을 품었던 자신에게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느낀다. 성적 환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걸 표현하는 걸 두려워하거나,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상상을 해보는 것은 섹스를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욕구 불만에 빠져서 그런 것도 아니고 성도착증도 아니다. 상상과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현실적인 남녀 관계를 맺는 것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치료가 필요한 것일 테지만, 섹스를 조금 더 즐기길 원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성적 환상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은 필요하다.

그것은 구체적인 상황이나 행동이 아닐 수도 있다. 어떠한 감각이나 기억, 소리, 향기 같은 것들도 표현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환상을 통해서 현실에서는 차마 표현하지 못했던 강렬한 욕망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면서 내부에서 밀려오는 원초적인 힘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섹스는 관능적이다. 애초에 점잖은 행위가 아니다. 자신의 도덕이나 신념과 충돌하는 상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을 검열하지 말고 마음 속 욕망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말하기 불편한 것이 나의 욕망일지도 모른다. 대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지 스스로도 혼란스럽고 이상하다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을 기쁘게 만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의 나를 그대로 반영해서 성적 환상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내부에 잠재된 나의 욕망이므로 섹스를 통해 나 자신을 알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성적 환상은 말 그대로 머릿속의 공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혼자서 그런 공상을 즐기고 그 욕망에 대해서 함구한다. 공상이라는 말 자체가 현실적이지 못하거나 실현될 가망이 없는 것을 막연히 그리는 일이다. 이런 상상은 일상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활기를 불어넣어준다.

다른 사람들은 섹스에 대해서 어떤 환상을 품고 있는지 궁금해 하면서도 그런 것을 공유할 기회가 없고 자신이 상상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비정상으로 보진 않을까 두려운 마음도 생긴다. 나 역시 성적환상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때 혹여나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진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성적 환상을 공유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무척이나 유의미한 일이다. 동시에 현재 관계를 맺는 대상과 그것을 내밀하게 공유하는 것은 에로틱한 열정을 샘솟게 만들어 준다.

섹스란 지극히 현실적인 행위임에도 그것을 통해 일상에서 탈출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섹스는 두 사람만이 공유하는 시간과 공간이다. 그런 행위에 두 사람의 상상력이 더해진다면 억눌러져 있던 무언가가 열정적인 것으로 변할 것이다. 환상을 통해서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고 순수해질 수 있다. 자신을 초월하고 창조적인 힘을 느낄 수 있다. 익숙해서 지겹다고 여긴 상대에게 색다른 면모를 발견하게 만들어주고 의무감으로 하던 섹스를 즐길 수 있게 도와준다.

성적 환상을 공유한 뒤, 그것을 정교하게 실현하지 않더라도 일부분을 섹스에 접목시켜 나간다면 두 사람의 친밀감은 돈독해질 수밖에 없다. 성적 환상을 품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섹스를 시작했다면 자신이 욕망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내가 원하는 궁극의 섹스는 어떤 것이지 꿈꾸어보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때 그것은 실현가능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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