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섹스가 분리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반드시 도덕적이라거나 신념이 굳은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사람일수도 있고 겁이 많은 사람일수도 있다.

 

반대로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동시에 섹스를 욕망한다. 사랑하지 않더라도 섹스할 수 있는 사람들.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아닌 섹스 자체의 쾌락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처음부터 그런 방식에 몰두한 것이 아니라 어딘가 다친 사람들이란 생각이 든다. 상대를 기만하지 않는 선에서 두 성인의 합의로 이뤄진 섹스파트너라면 씁쓸한 측면이 있더라도 두 사람이 감당할 몫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섹스만 지속적으로 하는 관계라 하더라도 꽤 괜찮은 파트너를 찾기란 연인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감정을 가지고 있기에 상대에게 자신이 수단으로만 여겨지는 걸 바라지 않는다. 이 관계를 깔끔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대한의 배려와 예의를 갖춰야 하는데 그런 식의 감정은 어느 한 쪽의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사랑이 아니라 섹스만을 원하던 관계에서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런 관계는 서로를 신뢰하기도 어렵고 본래 그들이 원했던 것이 반하는 것이기에 관계가 오래 지속되는 경우도 드물다.

 

 

 

 

K는 섹스 상대로 여자친구가 있는, 덧붙여 K가 자신의 이상형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남자를 파트너로 선호했다. 애인이 없는 남자들인 경우 K가 그들이 선호하는 여성에 가까운 경우 단지 섹스를 한 것뿐인데 애인의 지위를 획득한 것 마냥 행동하거나 징징거리며 데이트를 요구하는 것들이 많아서 피곤하다고 했다. 여자친구가 있으면서도 섹스 파트너를 필요로 하는 남자들의 경우 깔끔하게 처신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고 감정적으로 들러붙을 일이 없어서 섹스만 하는 것이 용이하다는 것이었다.


K는 둘 다 원해서 다양한 방식의 섹스를 시도하는 것은 좋지만 여자친구에겐 차마 말하지 못했던 성적 판타지를 섹스파트너랑 구현해보려고 드는 몹쓸 남자는 별로라고 했다. 섹스하기 전 드라이브를 하거나 가볍게 술 한 잔 하면서 시답잖은 농담을 나누더라도 긴장을 최대한 풀어줄 수 있는 남자, 욕구를 해소하고 난 뒤에 볼일 다 봤다는 싸늘해지는 게 아니라 늦은 밤이라면 집 앞까지는 데려다 주는 정도의 매너를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섹스라는 행위로 서로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관계라 하더라도 한순간만큼은 서로에게 가장 밀착되어 있었던 관계였던 것만큼 그 정도의 예의를 보여주고 다음 만날 때까지는 쓸데없는 감정에 휩싸여 서로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그것이 섹스파트너의 1등 조건이라고 K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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