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포즈로 벽에 기대려다 살짝 부딪힌 팔이 아파,
늘어진 티셔츠 사이로 어깨를 빼 거울에 비춰보니 멍이 들어 있었다.
깨문 자국이 번져 푸르스름한 멍이 되어 있었다.

 

 

등 뒤에서 거칠게 나를 안은 그는 내 팔을 물었다.
참기 힘든 아픔을 느끼고 몸을 비틀어 보았지만 
오히려 그는 그 힘을 반동삼아 턱을 더욱 꽉 다물었다.
저절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체념한 듯 고통을 받아들이자 그제서야 물고 있던 나를 놓아주었다.
잠깐의 순간, 빈틈의 시간에 안도하고 있을 때
그는 또 다시 같은 자리를 물었다. 

 

재미있다고 여겼다.
장난보단 심한, 그러나 극한의 경험도 아닌
자극적이고 흥분되는 재미였다.


나는 멍든 자국을 지긋이 눌러보았다.
통증이 남아있다.
그날의 기억이 내 몸에 함께 남아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행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를 만나는 것은 모험이다.
분명, 이전의 나는 시도할 수 없는 일이다.

 

그는 경계를 허문다.
완전무장된 나를 흐트려놓는다.

 

 

아주 단순하게도
그에게 안겨있는 동안은
나 자신에게서 꽤 멀리 떨어져 나오는 것 같아
그 기이한 경험이 즐겁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결론나지 않는 생각들에 사로잡혀
나에게서 완벽하게 벗어나진 못한다.
한 발은 언제나 붙잡혀서
행동 반경이 정해져있는 일탈을 할 뿐이다.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아라고 작은 만족을 하려한다.

 

 

그럴 때 그는 내가 경험하리라고 상상도 못했던 무엇인가를 늘 강요한다.
제시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건
종국엔 거부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1차원에 머문 쾌락 앞에 나는 쉽게 경계를 허물고 만다.

 

 

 

그가 시도하는 모방된 욕망 행위는
상대의 만족보다는 자신을 확인하는 행동처럼 느껴졌다.
엉켜있는 둘의 모습을 거울로 반드시 확인하고 마는
그의 나르시즘 속에서도 느껴지는
직접 드러내지 않지만 그럼에도 확연한 자만심이다.

 


그를 알고 지낸 시간 동안
그에 대한 환상은 제법 훼손되었다.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지점이다.


몸에 멍이 남을지언정
더 이상 그로 인해 내 심장이 아프진 않아.

 

 

어떤 감정들은 잘 차단된다.
계산된 것은 아니지만,
아프거나 다치고 싶지 않다는 이기적인 마음은
순간의 달콤함을 위해 간사한 미소를 띄게 한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매력이 있고 안고 싶은 남자다.
단지, 내 마음의 경계까지 풀 순 없는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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