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거리는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어폰에서는 에디 해리스의 색소폰 연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옆자리에 앉은 남자에게서는 옅은 담배 냄새가 났고, 그 순간 담배를 한 모금 깊이 빨아들이고 싶은 충동이 밀려왔다. 하지만 집에 들어가면 담배를 서랍에서 꺼내 불을 붙이고 입에 무는, 그 일련의 행위들이 귀찮아질 것이 뻔했다. 타쿠미씨와 이별한 날, 무기력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때가 된 것 같아.
그걸로 내가 납득할 거라 생각해? 여자라도 생긴거야?
그렇게 보여?
아니. 아니 몰라. 모르겠어.
아니야.
그런데 왜? 왜?
 
 
 
 
 
사랑이 시작될 때는 둘 다 제대로 작동했는데 어째서 고장난 기계마냥 한쪽만이 끝을 말하는 거지? 어째서 나는 그런 징조조차 느끼지 못한거지? 타쿠미씨의 집에서 머물 생각으로, 20kg짜리 여행용 캐리어에 필요한 물건들을 잔뜩 넣어가지고 왔다. 오늘을 기념하려고 타쿠미씨가 좋아하는, 당근을 아주 잘게 썰어넣은 닭죽을 만들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집안에는 맛난 냄새들이 가득한데 군침도는 냄새를 맡으면서 우리가 왜 이런 얘기를 나누어야 하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3년이라는 시간동안 그의 곁에 있었으면서도 지금도 타쿠미씨가 나를 빤히 쳐다보면 어쩔 줄 몰랐다.
설령 내 눈을 보면서 내뱉는 말이 이별통보라고 할지라도 내 심장은 아직도 타쿠미씨에게 반응하고 있었다.
물론 이런 애기를 사람들에게 하면 그들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을 한다.
그랬다. 나는 이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유일한 방식으로 타쿠미씨를 사랑하고 있었다.
 
 
 
 
 
이럴 때 흘러나오는 음악이 '러브 테마'라니. 에디 해리스의 색소폰 연주는 기분에 따라 그 음색이 다르게 느껴지는데
기본적으로는 '사랑에 빠지고 싶다'라는 느낌을 간직하고 있다. 타쿠미씨와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들은 색소폰 연주는 마치 나를 놀리는 것처럼 경쾌하게 들려서 분했다.
 
 
 
 
타쿠미씨는 본인이 헤어지자고 말해버리고서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한 방울의 눈물을 보고 나는 묘하게 안심이 되어 그의 눈과 뺨에 키스를 하면서 그 눈물을 핥아주었다. 타쿠미씨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하지만 타쿠미씨는 나를 밀어내려고 했고, 우리 사이에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적잖히 당황하고 말았다. 그래서 타쿠미씨를 감싸고 있던 팔에 더 힘을 실었다. 차라리, 차라리 그의 목을 세게 졸라서 내 손으로 그를 죽여버린다면 그래서 우리가 헤어질 수 밖에 없게 되는 거라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는 얼굴을 자꾸 돌리려는 그의 턱을 세게 붙잡고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리면 목을 꺽어버리겠다는 심정을 담았던 손에 힘이 점점 빠졌다. 타쿠미씨의 호흡도 살짝 가파졌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정성을 다해서 타쿠미씨와 섹스를 했다. 그러는 동안 그의 마음이 바뀌진 않을까. 마음을 바꿔주었으면 하는 거대한 바람으로 그를 꼬옥 안았다.내 마음을 전달하려고 했다.
 
 
 
내게 처음으로 춤을 가르쳐 준 사람이 타쿠미씨였다.
 
파트너와 추는 춤은 섹스할 때와 같은 교감이 필요해.
 
그런 말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 둘의 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왠지 모르게 야한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몸을 최대한 밀착시켜서 추는 블루스이기 때문에, 끈적이고 느끼한 블루지한 재즈 음악이 흐르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 둘의 블루스는 담백했다. 굳이 몸을 붙일 필요도 없었다. 어떤 음악에도 블루스를 출 수 있었다.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출 때는 항상 다음에는 어떻게 될 것인지 머리로 예측하려들고, 파트너를 믿지 못해 신호도 받기 전에 내가 먼저 움직이고 말았지만 타쿠미씨와는 음악만 있으면 그저 모든 것을 그에게 맡기고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자유 안에서 나를 놓을 뿐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졌다.
타쿠미씨와 나 사이에 춤은 섹스만큼 중요했다.
 
 
 
 
 
 
나는 울컥하고 쏟아져 나오려는 눈물을 참아야했다.
여기서 울어버리면 우리는 헤어질 수 없어.
타쿠미씨도 힘들게 꺼낸 말을 지키지 못할지도 몰라.
 
타쿠미씨를 설득하려 했던 나는
타쿠미씨와 섹스를 하고 난 뒤, 오히려 이별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타쿠미씨의 집에서 나와서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도착할 때까지도 나는 울지 않았다.
 
 
 
 
 
 
집에 도착했을 거라고 타쿠미씨가 예상할 수 있는 시간 즈음, 타쿠미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잘 들어갔지? 괜  찮은 거지?
 
헤어진 마당에도 안부를 묻는 꼴이라니.
나는 화장실로 들어가 수도꼭지를 틀어놓고는 엉엉 소리내서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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