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남자친구 자존심 상할까 걱정되요.

첫 섹스에서 남자친구가 발기를 못 하더라고요. 술을 많이 마신 상태라 일단 자고 다음 날 아침에 다시 시도했는데 여전히 하지 못했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술에 취한 김에 다시 해보았지만 여전히 남자친구는 밤이든 아침이든 섹스가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그런 게 한번이면 넘어갈 텐데 두 번이나 그런 일이 반복되니 걱정스러워요. 섹스 이외에는 굉장히 잘 맞는 편입니다.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문제가 생겨서 답답합니다. 연애할 때 섹스도 제게는 중요한 일이랍니다. 남자친구에게 뭐라고 얘기해야 될까요? 남자친구의 자존심을 위해 입을 꾹 닫고 있어야 하는 건가요?
 
 
A. 어떤게 더 잔인한 걸까요?
남자에게 발기의 상태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하지 않는 게 자존심을 지켜주는 일인 걸까요? 문제 상황에 대해 서로 어떠한 말도 하지 않은 채로 ‘섹스를 할 수 없으니 정들기 전에 헤어져야지.’라고 마음먹는 것은 그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하는 일일까요? 덧붙여 질문자의 자존심은 지금 어떠한 상태인지 궁금합니다. 나를 사랑한다는 남자가 내 벗은 몸을 보고도 어떠한 반응이 없다는 사실 앞에서 어떤 기분을 느꼈나요?
 
사랑은 증명을 원하죠. 나를 보며 단단하게 발기된 그의 성기라는 건 어떤 의미에서 대단히 명확한 애정 표현입니다. 발기하지 않는 남자친구를 보며 그의 능력에 대해 불만을 품는 동시에 질문자 스스로 자신의 여성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품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럴 때 질문자의 마음도 상처를 받았을 겁니다.

두 번의 섹스 이후 남자친구가 먼저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거나 해결하기 위한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겠죠. 그러니 혼자서 답답하고 어찌할 줄 모르는 마음으로 이렇게 질문을 하게 되었을 겁니다. 남자친구도 마음이 편하진 않겠죠. 말 그대로 남자로서 자존심이 상했을 수도 있겠죠.

명명백백한 문제 상황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처음엔 음주의 영향으로 그럴 수 있다고 친다면 다음 번 시도를 할 때는 술을 마시지 않고 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했을 겁니다. 그런데 어떤 요인이 어떻게 작용 하는지 살펴보려 생각하지 않고 같은 조건에서 다시 섹스를 시도했다는 건 남자친구가 이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는 걸 의미하겠죠.

신체 건강한 20대 남자라면 아침이면 팬티로 빳빳한 텐트를 치는 게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럼에도그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 호르몬 이상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생물학적인 문제인지 병원에 가서 알아봐야 합니다. 
 
부끄럽고 민망하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도 있겠죠. 페니스와 관련된 상황 일체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어떤 말도 하지 않으려는 사람이라면 섹스를 하는 게 피곤할겁니다. 그런 사람과 좋은 섹스가 가능할까요?

연인 사이는 늘 좋은 일만 생길 수는 없습니다. 좋지 못한 상황에 닥쳤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어떤 사람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질문자 역시 남자친구에게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 엄청 고민도 많이 하고 조심스러울 겁니다. 그런 상대의 입장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여자친구 된 도리로 뭐든 수용하고 이해해줘야 한다는 건 ‘현명한 내조’라는 말로 여자의 권리 혹은 행복은 가로막고 말 겁니다. 여자 역시 사랑하는 사람의 감각적인 쓰다듬기와 합일의 순간을 통해 애정을 느끼고 싶어 합니다.

그에게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회피하거나 불같이 화만 낸다면 해결해보려는 의지도 없는 거겠죠. 힘들게 화두를 꺼냈을 질문자의 입장을 생각해보지도 않고 자신의 콤플렉스만을 방어하는 남자라면 섹스를 못 해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관계 맺음에 미숙한 것이겠지요.

섹스 이외의 부분에서 잘 맞는다고 하니 본인이 느끼는 현재의 상태를 전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할 일을 찾아보자고 해보세요. 그랬을 때 반응을 보고 그에 대해서 판단하는 게 혼자 끙끙거리는 것보다 더 나은 답이 될 겁니다.

 

 

 

2013-12-11 | 태그 677호, First-s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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