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는 결린 오른쪽 어깨를 왼손으로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런 정도로 시원할리도 나아질리도 없었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으면 꼭 이렇게 되고 만다. 후회를 해본다. 병원을 찾아가 물리치료를 받고 마사지를 받을테지만 일이 급하고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하다면 오늘의 후회를 잊고 또다시 운동을 빼먹을 것이다. 책상에 구부정하고 긴장한 상태로 앉아있을 게 뻔하다.


J는 문득 그날이 이미지가 떠올랐다. 누군가와 차를 마셨다. 모과차 아니면 다즐링이었을 것이다. 그 무렵엔 그 두 가지만 마셨으니까. 사람이 별로 없는 카페에 앉아 근황을 나누고 그 누군가는 다음주부터 치아교정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J는 그 순간 이제 그 누군가와 키스할 일이 없겠군 이라고 생각했다. 둘은 마주보았다. 마음이 아니 몸이 동했다. 둘은 모텔에 들어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앞서 가던 커플이 모텔이 즐비한 골목을 걷고 있었다. 그들은 쏙하고 모텔 주차장으로 들어가버렸다. 저녁을 먹기엔 조금 이른 늦은 오후였다. J와 누군가도 그 커플처럼 쏙하고 들어가버렸다. 뒤따라 오던 사람이 있었다면 마치 증발한 사람처럼 사라졌다. 둘은 순식간에 모텔이라는 공간 속으로 들어갔다.


누군가와의 섹스는 어땠는지.. 하기 전에 샤워를 했는지 하고 나서 씻었는지, 한 번 하고 말았는지 두 번은 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러나 J는 분명히 기억나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모텔에서 나왔을 때 앞서 가던 커플도 모텔에서 막 나와 그 골목을 걷고 있었다.


낮 동안 생겨나는 충동적인 욕망에 소비되는 시간의 길이는 비슷한 것일까? 연인처럼 다정하게 걷고 있었지만 그들도 섹스를 위해 의기투합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모텔 골목을 나와 식당으로 들어갔다. J도 그 누군가와 밥을 먹었다. 차를 마시고 섹스를 하고 밥을 먹은 정도라면 분명 함께 걷기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외형 조건과 말이 어느 정도 통하는 사이였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J는 그 누군가가 누구였는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 무렵이 언제였는지도 생각나지 않았다. 어떤 옷을 입고 있었고 어떤 말을 했는지도. 지금껏 잔 남자들을 떠올려보았지만. 그 수가 그리 많지 않아 그들 하나하나 디테일을 떠올릴 수 있었지만.. 그날 함께 였던 남자는 끝끝내 생각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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