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첫 키스도 해보지 않았던 스무 살의 봄, 친구의 기숙사 방에서 뒹굴거리다 그 녀석이 소장하고 있던 'Kiss'라는 만화책을 읽게 되었다. 남자 주인공은 헤비스모커에, 피아노를 잘 친다. 여자 주인공은 키스만으로 상대가 무슨 담배를 피는지 잘 알아맞히고, 키스를 할 때 그에게서 나던 희미한 담배냄새를 그리워한다. 이 책은 키스에 대한 망상을 키워주는 데에 한 몫 톡톡히 했다. 흡연자와의 키스. 그 만화책 덕분에 내게는 기대되는 일이 되었다.



마츠모토 토모의 KISS 중에서
 



세 번째 남자는 드디어 흡연자. 그는 던힐 맨솔을 피웠다. 키스를 했을 때 베이스노트만 남은 휴고보스의 머스크향과 만화책에서 묘사한 것처럼 희미한 담배냄새가 어우러져 좀 더 흥분되었다. 좋은 키스였다.

그 후로도 입술에 남은 느낌과 그 때 맡았던 향이 그리웠다. 만화에서처럼 키스만으로 담배를 알아맞힐 수 있게 된 건, 보헴이라는 담배가 나왔을 때였다. 음주 시 몽롱한 기분을 좀 더 유지하기 위해 간헐적으로 흡연을 하던 시절이었다. 그때 선택했던 담배였기에 보헴을 피우면 그 특유의 향 때문에 알아맞힐 수 있었다. 시가향이 옅게 배인 키스는 탐닉하게 된다.

그러나 나는 만화처럼 해냈다는 기쁨에 들뜬 애송이일 뿐이었다. 제대로 현실적인 헤비스모커를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니코틴에 절은 냄새가 나서 조금만 가까이 가도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헛구역질이 날 정도인 남자를 만나보지 않았던 것이다.

거리를 두고 식사를 할 때까지만 해도 느끼지 못했다.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해서 올라탄 그의 차. 차 안에서 음악을 틀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3분 즈음 지나자 컨디션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숨 쉬기 힘들 정도로 탁한 공기. 내 코는 유독한 냄새를 감지했다. 그가 말할 때 특히 심해졌다. 냄새의 근원은 그였다. 그러나 왜 냄새가 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가 잠깐 차를 세우더니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오겠다고 했다. 그가 돌아왔을 때 불쾌감은 배가되었다. 바로 담배가 원인이었다.

그건 지금껏 내가 맡았던 담배 냄새와는 차원이 틀렸다. 재떨이를 한 달간 비우지 않으면 날 법한 그런 냄새? 하루에 한 갑 정도 담배를 피운다는 남자들과 키스를 했을 때도 이렇게 지독한 냄새를 맡은 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유별났다. 체질적인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본인은 알고 있을까? 아무도 말해주지 않은 것일까?

나는 도저히 그와의 키스는 상상할 수 없었다. 그의 니코틴 냄새에 기절하든지 토해버릴 것 같았다. 그가 그 전에 연애를 하고, 키스를 하고, 섹스를 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견디기 힘든 나쁜 냄새였다. 그의 애인이셨던 분은 이 모든 고역을 사랑으로 참아내셨단 말인가? 열반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 아닐까?

실로 예민하기 짝이 없는 나의 후각은 그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몸의 체취와 결합된 니코틴 냄새의 위력은 대단했다. 이 정도라면 양치질과 구강청결제, 향수로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런 흡연자라면 절대 할 수 없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흡연자와의 키스에 대해 환상을 가졌던 나를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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