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주는 그와 입을 맞추는 순간에 그의 셔츠가 아닌 벨트로 손을 뻗었다. 몸을 밀착시켰을 때 허벅지에 닿은 묵직함에 흥분을 느꼈다. 돌이켜보면 그 정도로 과감했던 적도 없었다. 그의 몸에서 페니스란 항상 마지막에, 혹은 보지 않아도 된다면 마주치고 싶지 않은 부위였다.

희주는 오럴섹스에 대해 항상 부채감 같은 걸 품고 있었다. 그가 원한다는 걸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피한 적도 많았다. 마음의 변화를 느낀 건 그와의 섹스에서 얻는 심리적 만족감 때문이었다. "나를 이토록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면 그에게 상을 주고 싶어." 하지만 그때도 희주는 눈을 질끈 감았다.

입 안으로 그를 느끼면서도 그 실체를 똑바로 쳐다볼 순 없었다. 그것을 핥고 빨고 깨물면서 이것은 오직 그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숨을 쉬는 게 편치 않았고, 흘러나오는 침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난감했다. 목 안 깊숙하게 들어오는 물건의 길이감도 적잖게 불편하다고 느꼈다. “오럴섹스를 할 때 입으로만 한다고 생각하면 힘들지. 손도 거들어야 해. 한 손으로 자극을 주는 거지. 손으로 감싸 잡은 만큼 입 안에서의 길이감도 줄일 수 있어.”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오럴섹스는 역시 의무감이었다. 희주는 오럴섹스를 통해서 자신도 쾌감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의 것을 입으로 애무하는 동안 그 역시 희주의 것을 애무하는 69체위는 한 번쯤 호기심에 해볼 순 있어도 그다지 좋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희주는 자신이 원하는 자극이 아니라면 오히려 자신이 하고 있는 오렐섹스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누워있는 상태에서 그의 한쪽 다리에 올라타서 그것을 입에 넣었다. 자극을 느낀 그는 몸을 살짝 비틀며 다리를 움직였다. 희주는 그 찰라 클리토리스에 찌릿한 느낌을 받았다. 희주는 그의 몸에 최대한 밀착한 상태에서 오럴섹스를 했다. 그의 미묘한 움직임에 따라 자신의 몸도 자극을 받는다는 걸 깨달았다. 희주는 그 강도를 스스로 움직임을 더해 조절할 수 있었고 그를 위해 오럴섹스를 하는 도중에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입 안에서도 만족감이 부풀어오르는 기분이었다.

프로이트가 말한 아동의 심리성적발달단계에서 입으로 모든 쾌락을 충족시키는 구강기가 자신에게는 이제야 발현되는 기분이 들었다. 희주는 더 이상 그의 분신이 무섭지 않았고, 오럴섹스가 어렵지 않았다. 벨트를 풀고 그의 팬티를 벗겼을 때 팽팽한 긴장감으로 자신을 맞이하는 녀석에게 “안녕?”이라고 안부를 묻는다. 희주는 그런 자신이 대견스럽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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