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나의 이별과 맞붙어 있었던.

 

그렇게 춥진 않았던 그 해 겨울의 초입.

담담하게 그 이별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던

그랬던 시간의 BGM

 

 

 

 

 

 

 

 

 

 

 

 

 

 

 

 

그땐 듣기만 해도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리던 노래였는데

시간이 흐르니, 그저 좋아하는 곡이 되어 흥얼거릴 수 있게 되어버린

그래서 아립 씨의 목소리에 연가시처럼 기대어 직접 불러봄. 크흣.

 

 

 

 

왜 사랑은 이렇게 두려운지, 그런데 왜 하늘은 맑고 높은지
왜 하루도 그댈 잊을 수 없는 건지, 그 누구도 내게 일러주지 않았네

 

조금더 가까이 다가갈까, 그냥 또 이렇게 기다리네
왜 하필 그대를 만난걸까, 이제는 나는 또 어디를 보면서 가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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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로디테는 헤파이토스의 형제인 아레스에게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아레스는 올림포스의 신들 중 가장 불량끼 있는 깡패 신이었지만, 훌륭한 외모를 하고 있었으며, 그 스스로도 아프로디테를 차지하기 위해 안달이 나있었다. 그래서 그는 볼품없는 헤파이스토스에게 아프로디테를 빼앗기자, 자신의 육체적 아름다움과 뻔뻔스러움을 이용하여 아프로디테의 정부가 되었다. 이들의 애정행각은 모든 것을 보는 태양 헬리오스가 중천에 떠있을 때에도 과감하게 이루어 졌다. 보다 못한 헬리오스는 이 사실을 헤파이스토스에게 알렸고, 대장장이의 신은 자신의 솜씨를 발휘하여 아프로디테의 침대 위에 보이지 않는 쇠그물을 장치해 놓았다. 이런 사실도 모르고 아프로디테와 아레스는 그들의 은밀한 만남을 즐기려다 그만 쇠그물에 걸려들고 말았다. 헤파이스토스는 이 불륜의 현장을 제우스를 제외한 모든 신들에게 공개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중재로 이들은 겨우 풀려날 수 있었고, 무능력한 헤파이스토스는 오히려 여러 남신들 앞에서 우스운 꼴이 되었다. 아프로디테는 곧바로 키프러스 섬의 '파포스' 샘에 가서 목욕하여 다시 처녀성을 회복하였다고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 중에서 좋아하는 이야기의 하나이다. 아프로디테의 성적 매력. 방종. 남편에 대한 기만에 이런 부분에 끌린 것은 아니다. 이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 ‘그녀는 언제나 파포스 샘에 가서 자신의 몸을 씻고 처녀가 되었다.’ 라는 구절이 나를 사로잡았다.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Jean Auguste Dominique Ingres), 1854 샘(La Source)






여자는 남자보다 '즐거움'을 추구하는 의식이 휠씬 높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는 기분 좋은 일, 즐거운 일에 민감하다. 특히 사랑 받은 일을 가장 좋아한다. 그리고 여자는 기분 좋은 일을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느끼기 위해 맛있는 음식이나 감동적인 영화, 기분 좋은 연애 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반면에, 기분 나쁜 일이나 불쾌한 일은 애써 민감하게 반응하고 피한다. 왜냐하면 여자는 기분 나쁜 일이나 불쾌한 일을 당하면 몸 안에 독이 퍼진 것처럼 몸과 마음이 오염될 뿐만 아니라 평생 치욕으로 남기 때문이다. 여자의 긍지는 기분 좋은 사랑이 몸 속을 돌고 있을 때 생겨난다. 따라서 여자가 가장 여성으로서의 긍지를 잃을 때는 성 추행을 당했을 때이다. 무엇보다 강간당했을 때 여자는 긍지에 커다란 상처를 입는다.
여자는 자신의 몸이 더럽혀졌다고 생각하면 자신감과 긍지를 잃어버린다.



<여자는 남자의 어디를 볼까> 중에서 인용, 책에서 읽은 여자의 특성. 성급하게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부분이있다.  자신감과 긍지의 문제에 있어서 저 책을 읽으면 여자는 너무 나약한 존재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많은 편에 속한다.

이성에게 인기가 많은 여자아이들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그녀들만의 비법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가능성을 열어둔다"  가지지 못한 그녀에 대해 남자들은 몸을 달아하고, 그리워하고, 애달파한다. 어찌하여 사귀게 되었지만 얼마 못 가 헤어지더라도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며 가끔은 그녀 생각에 전화를 걸게 만드는 '여지'를 그녀들은 남겨둔다.


하지만 나는 관계를 벌려두는 것에 대한 공포심 같은 게 있었다. 쿨하고 섹시한 이미지의 나를 만들어가면서도 내심 내 안에 있는 순결함 그리고 더럽혀진다는 것, 다른 표현으로 상처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접근해오는 남자들과 어떻게 관계를 끊어버릴 것인가에 대해서만 집중했던 것 같다.

원초적인 직감에 의거하여 ‘저 남자는 나에게 상처를 줄 것 같다.’고 느끼는 관계 혹은 분명 지루해질 게 불 보듯 뻔한 관계에 대해서는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고 어떤 기억도 흔적도 남기지 않고 없어지게 만들었다.

내가 '이것은 나의 로맨스야' 라고 기억할 몇 개의 관계를 제외하고, 기억함으로써 나의 실수를 인정하고, 그 실수로 인해 마치 불결한 것이라도 묻은 것처럼 느껴지는 관계는 존재하지 않게 만들어버렸다.

그러기 위해서 ‘그 사람은 나를 추억해서도 안되고 그리워해서도 안 된다.’  그 남자가 나빴다라고 관계를 종결하게 되면 ‘나쁜 남자를 만났다.’, ‘애초부터 나쁜 남자에게 끌렸다.’는 자책감에 늘 시달려야 할 테니 <가장 매몰차게 그리고 가장 나쁘게 끝내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내가 나빴다라고 하면 그 사람이 뭔가 나에게 상처를 남겼다라는 것이 애초부터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난 늘 고결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었다. 아프로디테가 파포스 샘에서 목욕을 하고 처녀성을 회복하는 것처럼 기억하기도 싫은 나쁜 여자가 되어버리는 의식. 그걸 늘 치뤘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사람에게 깊이 상처받은 적 없어. 순수한 상태의 마음을 늘 유지하고 있어.' 라는
자기만족적 상태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내 안에서 곪은 외로움과 솔직하지 못함에서 오는 찌꺼기들이
의식을 치르는 샘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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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주의에서는 인간이 불행한 까닭을
인간에서 있어서 확실한 것이 죽음 밖에 없다는 데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나에게 있어서 불행은
죽는다는 사실보다는 영원한 사랑을 하고 싶고, 믿고 싶지만
세상엔 영원한 사랑이 없다는 증거만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축적되는 것에서 비롯된다.


 

 

'부럽다, 오롯이 사랑에 빠져있을 수 있어서'라고 친구들이 말하곤 했다.
그러나 얼굴을 붉히는 나에게도 불안감은 늘 존재한다.
 

살짝 발만 담그었던 상대랑 어긋났을 때도
죽을 듯이 아팠고, 미칠 듯이 분했고
그랬던 나인데
 

정말 사랑이라고 믿었던 이 사람과 헤어지면 어떻게 될까?
이별을 상상하는 것조차 베개를 흠뻑 적실 정도로 나에게 가슴 아픈 일인데
그런데 또 그러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우린 낭만적 사랑이 판치던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낭만적 사랑이란 무엇인가
정이현도 말했듯이..그런 건 사라져버린 채, 첫날밤의 10계율의 수십 개 판본만 존재하는 사회가 아닌가

사랑은 우스운 동화 속 이야기.
 


철저히 전략적인 되고
철저히 계산적이 되라고 말한다.
하지만 난 그럴 수가 없다.
내 안의 낭만성을 버릴 수 없다.
 

구해줄 왕자님도 없는데
혼자 높은 탑 속에 갇힌 공주신세가 되어버린 듯 하다.
 

변함없는 로맨스
그건 정말 사라져버린 이야기 일까?
공주와 왕자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요 라는 이야기는 거짓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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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바닥을 타닥타닥 두들기는 빗소리. 나는 방 안의 온도를 높인다. 불안해져서 질근질근 깨무는 손톱, 입술도 물어뜯어버렸다. 피맛이 쓰다.

아침부터 예민했다. 친구에게 입이 걸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거침없이 못된 말을 내뱉으면서 내가 왜 이러지 싶었다.

예정일보다 며칠 일찍 마법에 걸렸다. 수업을 하다가 애들한테 짜증도 내버렸다. 그런 내 자신에게 화가 났다. 내가 어렸을 때 급변하는 엄마의 성격에 질려버려 '난 그러지 말아야지.' 그렇게 다짐을 했는데 똑같아지고 있단 생각이 들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학원 수업이 끝나자마자 진통제를 사먹고 기분 전환을 위해 쇼핑을 하기 시작했다. 아디다스 드래곤 레이디를 사기 위해 여섯 군데의 매장을 돌았는데 마지막 매장에서야 내가 찾는 색깔은 진품이 아니라고 말해줬다. 진작 알았다면 첫 번째 아디다스 매장에서 나오다 들린 퍼퓸 매장의 디젤 핑크색 운동화를 고민 없이 샀을 것이다. 허탕치고 집에 돌아와서 글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지만 진통제의 효과지속시간이 다 된 것인지 다시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배를 따뜻하게 해주어야지 생각하고 보일러를 틀어놓고 <아이즈 와이즈 샷>에서 니콜 키드먼이 대마초를 피우고 팬티바람으로 화를 내다, 어이없어 웃는 장면을 다시 보고, 채널을 돌리다 <명동백작>에서 전혜린이 죽기 전날 쓴 시를 듣고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지는 걸 느꼈다.

나는 전혜린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젊은 나이에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는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뿐인데 그녀가 읊는 마지막 시가 불편해서 그냥 넘어가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좋아했다는 보들레르의 시.


 

취하게 하라. 언제나 너희는 취해 있어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거기에 있다. 그것이 유일의 문제다.
너희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너희를 지상으로 누르고 있는
시간의 끔찍한 짐을 느끼지 않으려면
너희들은 여지없이 취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에 취하는가?

술에건, 시에건, 미덕에건, 그건 좋을 대로 하시오.
다만 취하기만 하라.

그러다가 궁전의 계단에서나 도랑의 푸른 풀 위에서나
당신 방의 음침한 고독 속에서 당신이 깨어나
취기가 이미 덜하거나 가셨거든 물어보라.

바람에게, 물결에게, 별에게, 새에게, 시계에게,
지나가는 모든 것에게, 울부짓는 모든 것에게,
굴러가는 모든 것에게, 노래하는 모든 것에게,
말하는 모든 것에게 몇 시냐고 물어보라.
그러면 바람이, 물결이, 별이, 새가, 시계가 대답해 주겠지.

"취할 시간이다! 시간에 구애 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노상 취해 있으라.!
술에건, 시에건, 미덕에건, 당신 뜻대로."



어린 시절, 친구들과 만들었던 스터디그룹의 이름이 보들레르의 저 시에서 딴 <술.시.덕>이었고 그곳에서 나만, 어느 것 하나에도 취하지 못한 채 겉돌고 있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배에 통증이 너무 심해져서 내가 모르는 사이에 미간에 주름이 잡히고 입술도 파랗게 변해갔다.

 

 

 

친하다는 사람들 몇몇에게 전화를 걸었다. 목소리가 안 좋다 어디 아프냐? 라고 말하는 몇 명에게는 웃으면서 아니라고 넘겼고 그네들에게 아프다고 말하는 건 참 지겹고 지겨운 레파토리 들려주는 것과 같아 차마 솔직하게 말을 못하겠더라.몇 명이랑은 쓰잘데기 없는 농만 주고받다 전화를 끊었다. '나 너무 아픈데 좀 다정한 목소리로 다독거려주면 안돼.' 그것을 원하면서도 어느 누구에게도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못했다.

그리고 몇몇에겐 회신률이 낮은 토요일 밤의 문자를 날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역시나 기대가 무너지고 망연자실하게 있다가 멀티 메세지를 하나 받았다. 그때부터 눈물이 주루륵 흐르더니 통곡을 하며 울기 시작했다.

 

나의 예민함. 나의 게으름. 나의 외로움. 나의 몹쓸 기대감. 나의 아픔
이런 것들은 결국엔 어느 누구도 알아줄 수 없는 나만의 것인데 누가 알아주길 바라는 것이 부질없음을 알면서도 기대하고 실망하는 내가 불쌍해서 한참을 울었다. 울다가 너무 아파서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할 정도로 울고 있었다.






모든 건 내가 안고 가야 할 나의 몫인데 가끔씩 버거워할 때가 있다.
아무도 몰라줘서 야속하다고 말하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바라는 다정함이라는 건 가망 없는 세상에 살기에 건조해지길 바라는 수밖에 없을까?

 

나는 지금 이 순간 드는 분노를 엉뚱하게 풀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끄적거리면 조금 위안이 된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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