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원 씨가 블로그에 쓴 '연애'라는 글을 읽었다.


관계의 종말을 부추기는 건 을의 조급함이라.. 

고통을 드러내면 갑은 냉담해질 뿐이라는 사실은, 잔혹한 진실을 서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 을에게 그런 관계라도 고통을 참고 닥치고 유지하라는 건 

결코 을을 구원하는 메세지는 아닌 것 같다. 갑이 편해지기 위한 주문이지


갑님이 갑질하는 소리라고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조용히 있어라. 

찍소리 말고 이 관계를 유지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라. 

갑의 입장을 대변한.





연애도 권력 관계의 측면이 있는 걸 부정하진 않겠다. 
하지만 더 좋아하면 지는 거다? 나는 어릴 때부터 그 말이 싫었다. 
그게 진실이며 부정할 수 없지만 삐뚤어지고 싶었다. 
그를 내가 더 좋아했기에 갑의 자리를 기꺼이 내줬다.

하지만 그걸 회수할 힘도 내가 가지고 있다. 

그가 빛나는 건 내가 그 빛을 주어서이다.

그걸 알면 고통을 끊어내는 시도를 할 수 있고 

그렇게 하다보면 고통이 얕을 때 발을 빼는 단호함을 실천할 수 있다. 

잘못된 상대에게 힘을 내주지 않는 법을 익혀나가는 게 연애다.

연애란 적어도 그래야 한다.

회사가 갑질을 해대고 국가가 국민을 노예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지랄 같은데 

연애마저 그렇게 되게 내버려둘 순 없다.



연애에서 갑질 중인 혹은 고백을 거절한 상대에게서 빠져나오려 할 때 
쉽게 길을 터주지 않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 잃게 되는 건 싫어서 그 순간 나를 냉정한 사람으로 몰고 가며 
자신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그 순간에 갑자기 친절해지는 걸
그래도 나를 사랑하는 구나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어떤 상황과 시기적 핑계를 대더라도 곧 다시 냉담해질 사람이다. 
믿고 싶고 기대하고 싶겠지만 그래봐야 돌아오는 건 배신감과 외로움과 낮아지는 자존감 뿐. 
나를 조정하게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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