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끼리 나누는 섹스의 경험담 혹은 모험담의 허와 실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과시적인 수컷일수록 별 볼일 없다는 것이다. (77학개론의 가사와 같달까? - 너 쟤랑 잤어? 당근 얄짤이지. 입만 살아서는 반코 한코. 경험은 졸 많고 가리지도 않고 하지만 사실은 새빨간 다 구라 현실은 세운상가서 사온 빨간 마후라)

 

여자들끼리의 섹스토크도 긍정적인 요소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여자에게는 남자와 보낸 하룻밤이 자신의 우월감을 드러내기 위한 유치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십 대 초반 대부분  여자에게는 섹스가 미지의 경험인 그 시기에, 여성적 매력이 넘쳐나서 혹은 호기심이나 행동력이 뛰어나서 먼저 섹스를 경험하게 된 여자는 또래에게 자신이 겪은 그 밤을 과장, 미화시킨 채 전파한다. 미경험자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의 완전체가 섹스인양 유난스럽게 내뱉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상대의 애정을 확인하는 일’이 섹스였고 그 행동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고 그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샤랄라 해진 마음을 드러내는 일이라면 누군가에게는 비록 염장과 민폐라 하더라도 관대함을 최대한 확장시키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말에 숨어 있는 의도가 상대를 무시하거나 괴롭히기 위함이라면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는 힘들다.

 

 

 

 

 

이십대 중후반이 되어서도 그런 어린 애 같은 태도를 고치지 못한 채, 주변의 모태솔로 혹은 싱글으로 살아가는 친구들에게 ‘섹스는 많이 해봐야 좋은 걸 알게 될텐데 그렇게 혼자 지내면 어떻게 하나’라거나 ‘네 주변에는 제대로 된 남자도 없고, 너는 남자 보는 눈도 없어서 맨날 이상한 애들에게 꽂히더라’며 ‘결국 문제는 너다’라는 화법으로 상대의 마음에 아무렇지 않게 상처를 주는 말을 내뱉으며 섹스토크를 이어나가는 여자들과는 도무지 말을 섞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얼마나 대단한 경험과 만남을 하고 지내면 타인의 섹스를 걱정하고 훈수를 둘 수 있는 정도가 되는 것일까? 걱정이 돼서 하는 말은 그런 식으로 표출되지 않는다. 누군가를 상담해주고 진심어린 조언을 해줄 때 우월감이나 안도감이 끼어들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이겠지만 그런 감정은 배제시키고 상대의 자존감을 해치거나 자학하지 않게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 태도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말 안에는 ‘내가 너보다 더 잘났다’는 감정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서 눈물이 날 정도로 가여운 것은 정말 잘난 사람이라면 상대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말을 내뱉는 여자의 마음속에는 불안과 열등감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섹스와 관계맺음에 결코 초월적 태도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상대와 그런 식으로 비교해 우위를 선점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괴롭히고 마는 낮은 자존감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그런 여자의 주변에는 친밀한 사람들이 많아 보일 것이다. 애정을 드러내놓고 표현해줄 동성과 이성도 충분하다. 인기 많은 여자라는 상황이 연출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는 것 또한 그런 여자들의 특징이다. 이성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선천적 혹은 후천적 요소도 가지고 있을 것이며, 자신의 치부나 약한 점을 의식적으로 드러내면서 동정을 호감으로 이끄는 본능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계를 장악하고 통제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의 감정을 ‘말’로서 컨트롤하기 때문이다.

 

걱정해주는 척 내뱉는 말로 상처를 입히는 동시에 “나는 너랑은 다르지. 나를 봐. 너는 나를 결코 따라오지 못할 걸” 이런 종류의 심리적 고문을 일삼으며 상대방을 깔아뭉갠다. 그 여자에게 필요한 것은 자존감이 약하고 현재 관계나 연애에 문제를 겪고 있는 자신과는 다른 여자인 것이다.

 

대단히 친한 관계도 아닌데도 섹스토크로 화제를 돌리며 상대의 여성적 매력을 부정하는 말을 내뱉고, 사람 좋은 척 걱정해주면서 자존심 상하는 말을 던지며 그것에 대해 미안하기는커녕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을 되레 탓한다면 그 관계의 유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보통 사람들과 쉽게 나누지 못하는 섹스토크를 나눈다고 해서 그것이 친밀하고 돈독한 사이임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자들이 서로 나누는 섹스토크는 긍정적인 효과를 주거나 자존감을 높여주는 방향으로 흘러가야한다.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은밀한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 상처를 받는다면 상황이라면 떠벌리기를 멈추는 것이 옳다. 그 입을 다물어야 한다. 세상에는 쓸데없는 말이 이미 차고 넘친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말들이 넘쳐나는 곳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야 말로 현명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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