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서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이야기 님이 쓰신 퍼블릭
자신이 겪은 성차별에 대해 적어보라고 하면 남성들은 '데이트 비용을 많이 내는 것' 등을 적는 반면
여성은 '구직시 불이익, 조직 내에서 배재된 경험' 등 생존 문제와 좀 더 직결된 문제들을 적어 낸다는 연구가 생각남, Jost
이라는 글을 읽으니 <남성성과 젠더>라는 책에서 엄기호 씨가 쓴 챕터가 자동 연상되었다.
데이트비용을 여자가 내면 자존심 상해하는 남자들이 있던 시절도 있었다.
(요즘에도 경상도 출신 남자들의 경우 이 가오를 중요시 생각하는 부류들이 많긴 하더군)
소위 남성성의 표상이자 자존심과도 같았던 그 데이트비용이 성차별적 요소로 떠오른 건
남자들이 갑자기 찌질해 졌기 때문은 아니다. (물론 언제어디든 찌질함은 정량 보존된다)
사회가 변했기 때문이다.
소위 남성성이라는 가치를 내세우기에 무릎이 후달거리는 상황이 온 것이다.
예전에는 데이트비용을 감수하고도 그 연애가 결실을 맺어 결혼으로 이어지면
이익이 남았는데 남겨먹지 못하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오직 소수의 남자들만이 남성성의 가치를 유지한다.
결국 남성성이라는 건 모든 남성에게 절대 불변의 요소도 아니라는 말이다.
양극화된 남성 중에 사회 경제적으로 자신의 남성성을 전혀 훼손당하지 않는 남성들에게
남녀의 성차별적 요소는 데이트비용 이런 차원의 것은 아닐 것이다.
기꺼이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의 남성은 그런 걸 문제시 삼지 않는다.
오히려 그 부류는 데이트비용 문제로 자신들이 성차별을 받는다는 느낌을 못 받을 수도 있다.
가장 많은 것을 누리는 계층에 있으니까.
대신 그들이야말론 여성을 여전히 종속적인 존재로 여긴다.
위협적인 존재라고 느끼기 보단 피곤한 존재라고 느낄지도.
주머니도 헐거워졌는데
여성과의 경쟁에서도 뒤쳐질 수 밖에 없는
양극화된 남성들 중 자신의 노동력을 팔지 못하거나 비정규직 임시직의 남성,
'그 중에서도' 협상력이 떨어지는, '몇몇' 남성은 불안해질 수 밖에 없다.
이는 곧 '섹스'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그런 남성이 자신의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요원하다.
그러니 그렇게 쌓인 분노는 나와 자주지 않는 여성에게로 튄다.
자신의 기회를 빼앗은 건 사회구조와 자신보다 우성인 남성이지만
가장 손쉽고 약한 여성을 공격한다.
'너 때문이다. 너가 영악하고, 너가 나빠서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이다.'
소위 연애가 자유로워진 측면과 더불어 여성을 평가하는 이중잣대도 더 심화시킨다.
그래서 여자들이 사랑 앞에서 계산적이고 자신의 가치를 물화해서 남자로 하여금 지출을 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것이 도리어 자신이 우성수컷이 아님을 증명하는 꼴이라는 걸 모른다.
깨놓고 말하면 보상받지 못하니까 쓸 돈이 아까워진 것이다.
그렇다면 본인들 역시 정교하게 타산을 따진 셈이다.
결국 자본주의사회에서 남자여자 모두 경제적 동물이다.
자신의 가치를 파는 것이나 다름없다.
노동력이든 성적 매력이든 돈으로 환원시킨다.
이런 상황에서 왜 갑자기 여자들만 비난받는 거지?
게다가 그것이 성차별적 요소라니.
정말이지 성차별이라는 게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와닿지 않는 거다. 그들은.
그런 걸 겪어본 적이 없겠지.
아무리 찌질한 레벨의 남자라 하더라도 남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누리는 것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예전만큼 남자라서 편히 누릴 수 있는 것에 균열이 생기는 것이 불만족스러울테지.
그런데 여자가 그 자리를 치고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
여자 때문에 기회를 잃는 게 아니라
애초에 균등한 상태에선 그 기회를 가지지도 못할 녀석이었다는 자각과 반성도 필요한 거 아니냐는 말이다.
물론 모두가 잘나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어떤 역할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부를 축적하거나 절세미녀를 품에 안진 못하겠지.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 욕망이 채워지지 못하는 것이 여성 탓이 아니라는 것이다.
남성루저 집단이 여성 혐오를 강력하게 키워나가고 재생산해봐야
사회가 바뀌는 건 없다. 그런다고 가지지 못하는 걸 얻게 되지 않는다.
불쾌감만 양상하고 애꿎은 여자들만 피해를 고스란히 입는다.
그런 지점이 부당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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