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메마른 날이었다. 코 안으로 들어오는 공기는 청량했고, 비 냄새는 결코 나지 않을 그런 맑은 날이었다. 그믐의 밤. 우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가늘어져 가는 위태로운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2. 삼투압 현상이었다. 그건. 

 
3. 안녕

 
4, 너는 항상 비가 오는 날이면 내가 창문을 열어놓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전기장판으로 바닥을 따뜻하게 데운 침대에 누워 책을 읽으며 뒹굴거리길 좋아하는 걸 알고 있었다. 바닥에 닿는 빗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는 나의 작은 반지하 방. 우린 그 곳에서 수도 없이 사랑을 나누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별에 다가가고 있었다. 나는 이제 더이상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너를 그리워하지 않는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너를 이야기하지만 너는 이제 아무런 실체가 없다. 너는 너를 필요로 하지 않는 나를 안도해하고, 이런 나를 다행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동시에 너는 자책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나는 항상 나를 위해 울었다. 너를 위해 운 것이 아니었다. 나는 너무 어렸고, 차가웠고, 사랑이라고 말하면서도 사랑하지 않았다. 나는 창의적인 방법으로 너의 애정에 보답하지 못했다. 그런 주제에 내게 보여준 너의 사랑에 만족할 줄 몰랐다. 한 번도, 단 한 번도. 그게 널 아프게 만들었고 내게 종속되게 만들었다. 나의 사악함이 너를 망쳐버렸다. 아름다운 너를


5. 나는 내면의 모든 시선이 내게로만 향해 있던 시간을 10년이나 보냈다. 그 버릇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그런 내 곁을 지켜준 사람들이 고마워서 고맙고 고마워서 미안하다. 당신들이 각자 힘든 시간들을 버텨가고 있다는 걸 모른 척하고 나만, 나만 아프고 힘들다고 말해서 미안하다. 내가 날이 선 목소리로 말해도 한결같이 반응해주고, 그것이 내가 아닌 나를 둘러싼 환경이 만들어 낸 나라고 이해해줘서 정말 고맙다. 
 

6. 잘 자라는 말. 고마워요. 


7. 내게 나타나줘서 고마워요.

 
8. 내게 수줍은 척 하는 게 아닌 부끄러움을 가르쳐줘서 고마워요.

 
9. 당신을 생각할 수 있어서 고마워요. 

 
10. 나를 믿어줘서 고마워요.


11. 솔직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장난스러운 듯 하지만 가볍지 않게, 천천히. 오래된 물건을 정리해서 버리는 일보다 오래된 나쁜 습관을 버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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