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말했다. "나는 '결혼도 하기 전에 해 버리면 엄마 얼굴은 어떻게 보지?' 그런 생각을 했어. 그래서 결정적 순간이 오면 당혹스럽고 피하고만 싶었지. 하지만 자꾸 하자고, 하자고 보채는 걸 보니 내가 그를 힘들게 만드는 것 같아서 미안하긴 하더라. 그래도 도저히 못하겠더라.

1년 넘게 사귀었는데, 계속 안 하겠다고 버티면 헤어질 것 같은 거야. 그제야 큰 맘 먹고 하자고 했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완전 긴장했지. 걔도 서툴고 나도 처음이니 잘 될 리 없었어. 서로 낑낑거리다 너무 아파서 하다가 그만 두고 화장실에 가서 앉았지. 그런데 피가 나더라. '제길, 해버렸네. 난 망했다. 얘한테 시집 가야 되는 거구나.', '엄마가 알면 날 죽이겠지?' 그런 생각 들었어."

박이 공감한다. "나도 최대한 섹스를 유예시키고 있었어. 쉽게 해버리고 싶지 않았어. 진짜 내 상대를 만나면 해야겠다고 생각했지. 사랑한다는 확신이 들기 전에는 할 수 없더라. 그래서 20대 초반에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욕망만 가득 찬 어린 애들이랑 연애할 때는 몸에 손도 못 대게 했지. 버티다 보니 24살. 그땐 '너무 늦은 게 아닌가.'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몸을 열 만한 가치가 있는 남자를 기다려야 한다고 믿었어. 지금도 쉽게 해버리지 않은 건 잘 했다 싶어."

우리들 중 가장 빨리 해치웠던 최는 말했다. "나는 말야. 그게 정말 나쁜 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그래서인지 난 오히려 빨리 해 버리고 싶었어. 늘 어른들의 기대에 맞춰서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짓눌림이 싫었던 탓인지 그걸 하는 순간에는 일탈하는 것 같아서 통쾌했어.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내가 마치 창녀가 된 것 같은 기분 말야. 나도 타락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짜릿했어."

유심히 듣고만 있던 내가 물었다. "그런데 너네 말야. 할 때 다리에 힘은 푸냐?” 그 질문에 우리 모두 빵하고 터져버렸다. 우습게도 우리는 첫 섹스 이후로 여태껏 하체를 릴렉스시키고 편안한 마음으로 섹스를 한 적이 없었다. 그렇게 하면 마치 죄라도 짓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금기 따위 그녀 앞에 아무 것도 아닐 것처럼 보였던, 어둠이 밀려오면 쾌락의 탄성으로 가득 찬 밤을 보낼 거라고 생각했단 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 조합, 묘하게 통하고 있었다. 동갑내기 친구는 아니었다. 혈액형도 네 명 모두 달랐다. 별자리도 우리를 하나로 묶지 못했다. 그러나 이·박·최 그리고 나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우리는 장녀였다.



장남들은 공감할 것이다. 남자들에게 장남 콤플렉스가 있듯이, 장녀들도 알게 모르게 부모님의 기대를 짊어지고 자라게 된다. 자유분방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을 만큼 개방적인 환경에서 훌륭한 교육까지 받은 우리들이었지만, 믿을 만한 딸이 되기 위해서 노력해 온 시간 동안 자신의 즐거움을 먼저 추구하려는 마음은 억압되어 있었다.

지금 당신이 만나고 있는 그녀가 장녀라면, 그녀에게 믿음직스럽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어 그녀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나눠들 수 있는 남자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게 좋다. 그녀가 당신을 믿는다면 진도는 자연스럽게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섹스를 할 때 쉽사리 긴장을 풀지 못하는 장녀의 그녀라면 당신이 나서서 피임은 철저히 해주길 바란다.
섹스로 인해 그녀가 책임질만한 일이 전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선다면, 안심한 그녀는 조금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 신음소리도 삼키고 몸의 긴장도 잘 못 푸는 그녀에게 모든 즐거움을 몸으로 표현해도 좋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인내심을 가지고 그녀를 새로운 쾌락에 입문시켜 줄 수 있는 그대라면, 10점 만점에 10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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