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라디오를 듣다가 이런 사연을 접했다. 서로 사귀자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매일 퇴근할 때마다 자신을 데리러 오고, 데이트를 하며 서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남자가 갑자기 연락도 없이 사라졌다. 겨우 마음을 정리하고 잘 지낼 수 있게 되었는데 2년 뒤에 나타난 남자. 예전처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연락을 하고 예전처럼 자신을 대하는데 그 남자가 또 다시 사라질까봐 걱정이 된다는 것이었다.

 

사연을 보낸 여자도 예상하고 알고 있듯이 이런 관계를 유지한다면 반드시 예전처럼 상처받고 아파하게 될 것이다. 관계가 진지해진다거나 무거워진다고 느낄 때마다 잠수를 타버리고 자신의 이기적인 필요에 의해서만 물 위로 올라오는 남자들이란 뻔하기 때문이다. 개 버릇 남 주지 못한다.

 

남자가 나타났을 때 예전에 '왜 그랬냐'고 따져 묻지 못한 여자. 결국 이 문제는 여자의 단호하지 못함이 문제다. 자존감과 자존심 둘 다 낮은 여자가 그 남자를 아무런 추궁 없이 받아준 것부터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이 잘못은 남자에게 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사귀자' '이제 그만 헤어지자'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촌스러운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말없이 섹스까지 서로 나눈 관계에서 무책임하고 비겁한 행동을 하는 건 이해의 범주에 속하는 행위가 아니다. 결국 그 남자의 목적은 뻔했다는 것이다.

 

물론 여자도 외롭기 때문에, 자신에게 나쁘고 못된 남자라는 건 알지만 얼굴이 반반하거나 몸이 좋아서 혹은 완벽하게 혼자라는 사실이 싫어서 그리고 그 뻔한 게 좋아서 관계를 유지했을 것이다. 그러나 외로운 여자들에게 이 관계가 애정이라 착각하게 만들고 달콤함에 취하게 만드는 것은 문제가 된다. 그러다 여자가 현실적인 문제를 가지고 둘의 관계를 규정하려 들면 다시 물밑으로 꼬르륵 잠수를 타버릴 테니 말이다.


이런 행동을 하는 남자에게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한 적도 없고, 그 여자를 나쁘지 않게 생각하지만 소중하게 생각한 적도 없는 것이다. 적당히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여자, 한 때 설레는 마음만 충족한 것뿐이다.

 

이런 남자를 이해하려고 하거나, 이 남자에게 상처받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 무의미하다. 내가 만나는 남자는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며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남자들을 이해하는 여자의 너그럽고 넓은 마음이 협소해지면 좋겠다.

 

남자들도 관계에 미숙하고 비겁한 이런 행동을 합리화하거나 포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랑하니까 다시 돌아왔다는 말은 변명이다. 그랬다면 그런 방식으로 숨어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잘못한 행동은 제대로 용서를 빌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노라 약속하고 관계를 시작할 게 아니라면 괜히 마음 정리 끝난 여자들을 흔들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거 다 업으로 쌓인다. 물론 애초에 천국가긴 글러먹은 남자지만, 지옥도 단계가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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