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가 한 번의 섹스를 위해 돈을 지불했다고 상상하면 끔찍하게 싫다. 그럼에도 결국 남녀간의 데이트에서도 남자가 얼마만큼의 비용을 지불했느냐에 따라 잠자리 가능 여부가 판가름 난다.

남편과 워커힐 벚꽃축제에 간 D는 4만 5000원이나 하는 샌드위치 세트를 산 뒤 남편의 구시렁거림을 들어야 했다. D는 새침하게 “나랑 데이트할 때였으면 그랬겠어”라고 물었다. 그러자 D의 남편은 “그때였다면 45만원에 W호텔 방을 잡았겠지. 파산할까봐 결혼했다”라고 답했다.

농담처럼 주고받은 말이었지만 한국 사회에서 한 번의 섹스를 위한 남자들의 고단한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남편은 D와 데이트를 하면서 두 달 만에 300만원을 모아두었던 적금 통장을 탕진했고, 야근수당으로 카드 연체를 막아야했다. 그러곤 세 번째 여행을 떠나서야 겨우 첫 섹스를 할 수 있었다.

그나마 D는 비용을 지불한 것이 아까울 것 없는 방중술에 능통한 타고난 요부형 여자였기에 남편을 천국으로 인도했다. D같은 여자는 잭팟이나 마찬가지! 데이트가 아닌 서로의 목적에 부합한 원나잇이라 하더라도 술 좀 사주고 공을 들여 꼬드긴 예쁜 언니가 호텔 침대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보단 여기까지 와준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란 식으로 가만히, 꼼짝도 하지 않고 누워있을 확률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하룻밤이든 애인이 되어 여러 밤을 보내든 섹스에 지불하는 남자들의 비용은 만만치 않다. 괜찮은 얼굴과 성격으로 돈도 제법 벌고 있지만 그 돈을 자신의 미래에 투자하기 위해 마음먹은 이상, 여자를 사귀면 새어나가는 돈이 많다는 이유로 연애는 안 하기로 마음먹은 청춘들을 몇 안다.

사랑이 아니라 단지 섹스를 하고 싶은 욕구를 해소해야겠다는 마음이라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 여성'을 찾는 것이 오히려 비용절감뿐만 아니라 수익을 획득하지 못한 노력에 대한 손실도 막아주는 안전장치가 된다. 게다가 데이트 상대에게 자기 취향의 섹스를 요구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화대를 지불하고 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그 질이 보장된다.

남자들이 하루 데이트에 30만원을 쓰는 것이 ‘오늘 밤 섹스를 하겠노라’는 엉큼한 생각만 가득 차 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섹스라는 것에는 동의하리라 믿는다. 물론 남자에게도 감정적인 교감이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진 않겠다. 매매로 이루어진 섹스는 건조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남자들도 피곤하고 힘이 들어도 즉각적으로 여자를 사는 형태가 아닌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여자에 대한 남자들의 이중 잣대 때문에 섹스의 비용이 높아진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먼저 잠자리를 하고 그 뒤에 사랑에 빠질 수도 있다지만, 섹스가 쉬운 여자는 헤어지기도 쉬운 여자. 머리보단 아래에서 반응이 먼저 오는 여자는 결국 결혼상대로는 적합하지 않은 여자라는 식의 판단. 남자들이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을 알기에 여자들의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쉽지 않은 여자가 되려고 한다.

D 역시 가볍게 연애를 하거나, 하룻밤 즐기고 끝낼 남자에게 가혹할 정도로 데이트 비용을 지불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결혼을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 상대였기에 ‘쉽지 않은 여자’ 전략을 펼친 것이고, 그만한 투자를 했음에도 오롯이 내 것이 될 수 있을 것인지도 모를 불안감을 갖게 만들어 결혼만이 답이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결국 남자들이 섹스를 즐기는 여자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는 이상, 자기 가치를 제대로 알고 있는 똑똑한 여자들이라면 쉽게 옷을 벗어던지진 않을 것이다.




일간스포츠에서 칼럼보기





'뇌內[망상]극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먼저 키스하는 일  (6) 2010.05.26
미안하다는 말 대신  (5) 2010.05.19
굴러들어온 호박을 차다  (4) 2010.05.05
한 시간 남자  (0) 2010.04.14
어린 남자친구에게 감사하기  (9) 2010.04.06
옆방통신, 그녀는 지금도 교성 중  (6) 2010.03.2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