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토끼로 분류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남자들이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배려 없는 행동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보여줘야겠더라. 그래서 ‘우리도 한 번 찍어볼까?’라고 제안을 했더니 아주 신나서 덥석 물더라.” 삽입하고 한 시간이 넘도록 사정을 못하는 애인 때문에 괴로워하던 B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디오 촬영을 감행했다. 애인에게 ‘넌 너무 오래해!’라고 말해서 마음을 상하게 만들고 싶진 않았기에 간접적인 방법을 택했다. “우리의 섹스 풀타임을 담은 동영상을 같이 보는데 한 시간 동안 계속 ‘해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와 나 잘한다. 죽이는데’하면서 감탄만 하더라. 자기 아래에 누워 죽을 것 같은 고통에 시달리며 진짜 비명을 지르고 있는 나는 안중에도 없더라니까.”

한 번 할 때마다 그곳이 쓸려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면서도 처음에는 ‘애정’으로 참아왔던 B는 자신을 배려하지 않고 오로지 길게 하는 것이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그 남자와는 더 이상 연애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B의 경우는 그나마 다행인 편이었다. 평생 남자라곤 모르고 살다 결혼을 하고 첫 섹스를 하게 된 K의 지인은 남들도 다 그렇게 한 시간 즈음 하는 걸로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녀에게 섹스란 고통이며, 오르가슴이란 미디어가 만들어낸 거짓부렁일 뿐이었다. 남편이 다가오면 질끈 눈을 감고 마음을 진정시키며 ‘한 시간만 참자’라는 의무감으로 버텼다.

어디 가서 그런 얘기를 할 수도 없고 꾹꾹 참고 지내다 K에게 겨우 그 사실을 털어놓았고, K는 그것도 일종의 병이라고 병원치료와 부부 상담을 병행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을 했다. K의 지인은 남편에서 조심스레 그 얘기를 꺼냈다. 그랬더니 남편은 버럭 화를 내더니 ‘자신은 정상이라고 다른 사람들은 길게 못해서 난리인데 복에 겨워서 그런 헛소리를 하는 거냐’며 그런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 한 자신의 아내와 결혼도 안한 주제에 남의 부부 사이에 오지랖 넓게 참견한 K까지 싸잡아 욕을 해댔다고 한다.


짧게 하지 않으면 잘하는 거다? 그건 남자들의 대단한 착각이다. 한 시간 내내 삽입하고 피스톨 운동만 계속하면 여자 입장에서는 흥분도 가라앉고 질도 건조해진다. 너무 민감한 것도 탈이지만 너무 둔한 것도 문제다.

토끼처럼 튀어버리는 남자라면 차라리 미안함이라도 느끼고, 여자의 마음을 달래보려고 전희나 후희에도 공을 들인다거나 섹스 이외의 것으로 만회해 보려는 노력이라도 할 것이다. 그러나 자기 여자가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도 모른 채 길게 하는 남자(여자의 기쁨을 위해 사정을 참으려고 노력해서 그런 것도 아니면서), 도리어 그걸 잘한다고 믿고 있는 남자는 어디에도 쓸 데가 없다.

빨리 사정해버리는 조루의 경우에도 남자들은 병원 가길 꺼려하지만 지루는 더욱 문제될 게 없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한다. 물론 비뇨기과를 찾아가는 것이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느낌을 주어 결코 즐거운 일은 아니라는 건 이해한다. 그러나 그건 명백한 문제 상황임을 알아야 한다.

의학의 힘을 빌려 고칠 수 있는 것이라면 도움을 받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섹스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시간 동안 누워 ‘대주고’ 있는 느낌 밖에 받지 못하는 여자는 어디에서 섹스의 즐거움을 찾아야 한단 말인가? 과유불급. 적당한 게 제일 어렵지만 제일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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