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어린 남자친구를 갖는 것. 이것은 나를 제법 능력있는 여자로 보이게 만든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한 남자들이 젊고 예쁜 트로피 와이프를 가지는 것과 다른 능력이다. 내가 가진 경제력이라는 건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경제력이 아닌 또 다른 매력, 나이 차도 제법 많이 나는 어린 남자를 사로잡은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동시에 나를 근사한 여자라고 생각해준다.

그런 주변의 반응을 느낄수록 어린 애인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나보다 근사한 건 바로 그 사람이기 때문이다. ‘영계, 영계’하며 나이 어린 여자만 찾아대는 나이 든 남자들보다 훨씬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눈으로 현혹되기 쉬운 것보다는 다른 가치를 높게 평가할 줄 아는 남자, 그게 바로 그였다.

아무리 내 나이보다 두세 살은 어려 보이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의 나이에서 나를 바라보면 피부 탄력이 예전 같지 않은 ‘아줌마’, ‘골골대는 늙은 누나’라고 생각하기 쉽다. 스무 살인 내가 예비역을 보며 촌스러운 ‘아저씨’, ‘공감대 형성이 안 되는 나이 든 사람’이라고 생각했듯이 말이다. 그러나 그는 나를 여자로 봐주었고, 순수함이 꽤나 훼손됐지만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었다. 그는 사회적 경험의 수치는 낮았지만 정신적 성숙도는 내 또래의 남자들을 가볍게 능가한 상태였다. 어리다는 것은 생물학적 척도일 뿐이었지만 ‘어린데도 불구하고 이럴 수 있다니’. 그의 배려와 훌륭한 성품 때문에 어리다는 사실 자체도 미덕이 되었다.

특히 그의 존재 자체에 대해 고마워할 일이 생겼다. 지난 주 금요일, 회식을 하고 분위기가 무르익어 3차로 클럽을 가게 됐다. 피부가 애기처럼 뽀얗고 솜털이 보송보송한 귀여운 남자애가 우리 주변에서 춤을 추더니 나에게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다. 그래서 손가락에 낀 반지를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누나, 그런 건 상관없고 말야. 가끔 만나서 나 밥 좀 사줘요”하는 거였다. 아, 두통. “누나~”라고 애교를 부리면 세상 누나들이 자신에게 다 녹을 거라 믿는 저 근거 없는 자신감과 개념없는 모습 덕분에 나이 어린 내 애인은 가치가 더욱 급상승했다.


 

바람직한 연하 남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애쉬튼 커쳐와 데미 무어. 무려 15살 차이.
아무리 전신성형까지 마친 데미 무어라지만, 아들과 엄마 같이 나온 사진이 대부분이라 사진 고르는데 애먹었다.
the 70's SHOW의 꼴통 마이클 켈소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데, 이토록 완벽한 연하남이라니.





연하와 데이트를 하거나 사귀는 것이 지금에와서 유별난 일도 아니다. 오히려 주변에 이런 저런 각자의 이유로 연하남과의 연애를 더 선호한다. 섹스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금방 지치는’이 아닌 ‘금방 다시 서는’ 한 살이라도 어리기에 가능한 체력을 사랑하는 누나들도 있다.

긴장의 연속이자 정치적 권력 다툼 속에서 밥그릇을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직업군의 누나들은 연애 관계에서는 자기 말이라면 무조건 잘 따르고, 자신을 존중하고, 두려워할 줄 아는 어린 남자를 택하는 게 삶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또 소녀같은 누나들은 나이가 들수록 매번 더 나이가 어린 남자들과 연애를 하기도 한다. 대학에 갓 입학해서 사회의 때가 묻지 않은 아직은 순진하고 순박한 그들의 순수한 사랑을 받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누나들의 니즈(Needs)를 파악한 영악한 연하남들도 생겨난다. 누나를 그저 자신을 사육해주고 보살펴줄 작은 엄마 즈음으로 생각하고 교묘하게 이용하기도 한다. 서로 필요하는 바가 일치한다면 성인 두 남자가 어떤 관계를 맺든 각자의 선택이지만, 어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순수함을 기대할 수 없는 ‘순수의 시대’는 아주 오래 전 퇴색된 듯한 이런 세태에는 슬픔이 밀려왔다.

그러나 내 어린 남자친구는 색 바랜 순수에 핑크빛을 번지게 만들고 있다. 나는 그에게서 크나큰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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