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양말 없이 차가운 발을 하고 침대에 누웠다. 애초부터 나는 수면 양말 따윈 가지고 있지 않았다. 발 끝의 이불을 말아서 발을 감싸고 있었지만, 차가운 발이 느껴졌다. '차라리 죽어버렸다면.' 너무한 생각이지만, 누군가 헤어진 연인이 죽어버렸다면 좋았을 걸 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너무하잖아, 그건. 이라고 말했으면서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해버린 거였다.
죽은 사람이라면 꿈에서 만나도 되는 거잖아. 꿈에서 "너무 바보 같아."라고 너에게 말해도 되는 거잖아. 나는 계속 꿈을 꾸면서 너를 만나려고 해도 되는 거잖아.
그 후로 나는 눈물 따윈 흘리지 않았다. 울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현실감이 사라졌다고 해야 할까? 그 후로 몇 번의 비가 내렸지만, 어떤 비도 내 마음을 후련히 씻어내릴 만큼 개운하지 않았다. 역시나 현실감이 없는 빗방울이었다고 해야 할까? 어째서 지금 눈물이 나는지 알 수 없다. 초콜렛도 잔뜩 먹어 두었고, 하루 종일 바깥에 나가지도 않고 혼자 있으면서도 쓸쓸해하거나 외롭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어째서 결코 내 방식대로는 친절하지 않은 너로 인해 눈물이 나는 것인지 네가 이 세상에 없다면 이 시간에 차가운 발 때문에 수면 양말을 떠올리지도 않았을 텐데,내일 아침엔 눈이 퉁퉁 붓겠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눈물을 멈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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