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사랑하다 혼자만의 짝사랑이 되어버리면 행복했던 둘의 시간은 과거가 된다.
그 행복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기에 
과거의 기억은 아련한 신기루가 되어 목마른 감정을 아슬하게 만들고 만다.


무라카미 하루키씨도 <해변의 카프카>에서 사랑했던 추억에 대해서 
'당신의 몸을 안쪽에서부터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이 뼈에 사무치도록 시리긴 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당신의 몸을 안쪽으로부터 심하게 갈기갈기 찢어놓는 것'이기도 하다는 말)
 
그래요. 그것을 끌어안고 사는 것이 아무리 괴로워도
살아 있는 한 저는 그 기억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요.
그것이 제가 살아왔다는 유일한 의미이고 증거니까요.
(역시 그러면서도 한번 더 도닥거려주시는 따뜻한 하루키씨)
 
 
 
혼자 사랑하는 것의 괴로움따위, 쓸쓸함따위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키보드를 치고 있는 건 아니다.
나는 짝사랑 중이라서 행복해요.라고 소리치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짝사랑. 바보잖아. 사랑의 바보
어쩔 수 없이 달리고 마는.
 
 
 
 
하지만 남자가 짝사랑을 하는 것보다 여자가 짝사랑할 때 더 이로운 점은
여자는 사랑의 기운을 자기 발전에 사용한다는 것
 
날 좋아한다고 했던 남자들, 날 쫓아다니면서 내 마음을 사로잡으려 했던 남자들은
있는 그대로 자기를 받아달라는 건지
당췌 센스라고 말하기도 힘든 스타일과 평범함으로 늘 언제나 같은 모습을 보여줬었지.
 우스꽝스러운 츄리닝을 입은 모습까지 봐야했다니까.
(물론 아주 이른 아침 우연히 부딪혔지만 말야.
적어도 한동네 살면, 나갈 때 그녀를 만날지도 모르니까 하는 마음으로
머리는 빗고 나와야하는 거 아니었을까?)

 
 
하지만 내 주변의 여자들과 나의 케이스를 봐도
누군가 사랑하기 시작하면 이 여자들 무서울 정도로 예뻐지기 시작하는 거야.
꼭 사랑을 받아야만 예뻐지는 것도 아닌가봐
사랑한다라는 신호가 뇌에 인지가 되면 미의 여신들이 따로 없다니까

게다가 관리 들어가기 시작하는 거다.
뽀샤샤한 피부를 위해 화장품도 하나 더 사게 되고
다이어트 돌입 동시에, 샤랄라한 스타일의 옷을 사서 사랑스럽게 어필하고 싶어하지.
더 나아가 예쁜 속옷도 장만하고 말야.
(이 모든 것들이 금전적 지출을 요한다는 점만 뺀다면
아니다, 이것들로 인해 소비가 확장되고 경제가 발전하는 거니까. 괜찮다. 괜찮은 거다)
 
겉모습만 다듬는 게 아냐
사랑의 인내를 배우잖아. 심성이 고와진다고. 성인이 따로 없지.
물론 성질 못 견디는 애들이 있긴 해.
그녀석에서 다친 마음을 친구들에게 풀면서
악마, 천사의 이중성을 분리해나가는 애들도 있긴 하지만 말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차분해지고
나 자신보다 남을 더 생각하게 돼.
 


자신감이 없어서 매력적이지 않아서
짝사랑을 하고 있는 게 아니야.
 
 



 
 
 
여자는 싫어하는 남자의 확실한 말보다
좋아하는 남자의 몹시 애매한 말 한마디가
여자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잖아.

그 애매한 말이 주는 묘한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 거야.
아직은 젊으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좋아할 에너지가 충만하니까
짝사랑도 견딜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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