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입술이 가슴에서 배로 하강하기 시작했어. 그의 혀가 도달할 곳을 짐작할 수 있었지. 다리 사이로 파고드는 걸 굳이 막을 필요는 없잖아. 다리를 조금 더 벌리려고 하는데 내 예상을 깨고 ‘찌릿’ 자극이 온 곳은 다름 아닌 발가락이었어.”

K는 직립보행을 아직 시작하지 않아 깨끗하고 뽀얀 발을 가진 아기한테나 귀여워죽겠다고 말하며 발가락에 입 맞추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 큰 어른의 발에 그러는 건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K의 발에 입 맞추었다. K는 “왜 그래, 간지러워. 하지마”라고 말하면서도 발을 감추거나 그를 밀어내진 않았다. K의 말초신경은 그 행동을 멈추지 않길 바라고 있었다. 그는 새끼발가락을 입 안에 넣고 빨아들였다. 생전 처음 느낀 쾌감 때문에 K의 몸은 달아올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한다고들 말하잖아. 그걸 행동으로 옮긴다면 발가락 키스일거야. 생각지 못한 의외의 부위잖아. 사실 나조차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곳이니 그 순간 그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어. 발가락 키스에 안 넘어갈 여자는 없어. 이건 절대 기술이야.”

K의 말대로 내 몸을 홀려놓고 격정적인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손길은 존재한다. 남자라면 궁금해 할 궁극의 스킨십 기술! 그러나 미안하게도 절대 기술은 없다. 단순하지 않은 여자의 몸은 상황과 환경에 따라 유동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발가락 키스도 100% 효과를 발휘하는 기술이라고 볼 순 없다.

아까 샤워할 때 발가락 사이사이도 꼼꼼하게 거품을 내서 씻었던가? 힐을 신다보니 새끼발가락의 발톱이 반 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 발뒤꿈치 각질은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아. 이런 저런 걱정으로 발가락 끝에서 전해지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없는 여자들도 많다. 그가 발을 공략한다면 부담스럽고 불편하며, 긴장만 하게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히려 에로틱과는 거리가 먼, 그러나 기본에 충실한 고전적 터치가 여심을 흔들곤 한다. 나른한 섹스가 끝나고 긴장의 끈을 늦춘 채 그의 곁에서 선잠이 들었을 때였다. 무방비의 유약한 나를 바라보는 시선, 굳이 눈을 떠 확인하지 않아도 응시된 초점이 가진 에너지가 느껴졌다. 이어 그의 손이 내 머리칼을 쓸어내리고 내 뺨을 따스하게 감싸주었다. 그는 내가 의식하지 않는 순간에도 나를 사랑해주고 있었다. 그 순간의 쾌감은 정수리에서부터 발가락 끝까지 어느 한 구석도 빠뜨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내 몸을 만져주고 핥아주고 빨아줄 때의 짜릿함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언어로 표현하는 것보다 그의 손길에서 내가 궁금해 하던 성실한 답이 보였다. 잠이 덜 깬 듯 몸을 뒤척이며 그의 품속에 안겼다. 나의 빈 곳을 채워주었던 그의 단단함이 허벅지에 닿았다. 딩동. 그가 들려준 답을 채점할 시간이었다. 나는 그의 허벅지 쪽으로 손을 뻗었다. 자발적 충동을 만들어 내는 그의 손길, 그것은 어떠한 기술이 아닌 진실한 마음이 담겨있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뇌內[망상]극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강기의 발현  (0) 2011.10.20
결정권을 존중해주세요  (0) 2011.10.04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0) 2011.08.31
등근육을 키우세요  (3) 2011.02.22
나를 만나기 전 그녀  (6) 2010.12.08
섹스의 사각지대  (4) 2010.11.16

+ Recent posts